리듬, 유전성 비만 치료제 美서 적응증 추가…LG화학은 1상 완료

LG화학, 같은 표적으로 1상 완료
리듬 파머수티컬스의 '임시브리' / 사진=리듬 파머수티컬스 홈페이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미국 리듬 파머수티컬스의 희귀 유전성 비만 치료제인 ‘임시브리’(성분명 세트멜라노타이드)를 바르데 비들 증후군(BBS) 치료제로 허가했다.

리듬은 16일(현지시간) 임시브리가 BBS 치료제로 미국에서 판매를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임시브리는 FDA로부터 ‘프로오피오멜라노코르틴(POMC)’ 결핍증 치료제로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LG화학의 ‘LB54640’와 똑같이 ‘멜라노코르틴-4 수용체(MC4R)’를 표적한다. LB54640도 유전성 비만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임시브리는 2020년 11월 세계 첫 유전성 비만 치료제로 FDA의 신약 승인을 받았다. POMC 또는 ‘프로단백질 전환효소 서브틸리신·켁신 1형(PCSK1)’, ‘렙틴 수용체(LEPR)’ 결핍으로 인한 유전성 또는 증후군성 비만이 있는 6세 이상 환자의 만성 체중 관리에 처방된다. 여기에 BBS를 신규 적응증으로 추가하게 됐다.

리듬은 BBS 허가 신청에 앞서 임상 3상 결과를 제출했다. BBS로 인한 비만이 있는 6세 이상 환자 31명 대상 시험이었다. 회사에 따르면 치료 52주차에 체중과 배고픔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했다. 1차 평가변수 및 모든 주요 2차 평가변수를 충족했다.

내약성도 우수했다. 가장 흔한 이상 반응은 피부 과색소침착, 주사 부위 반응 및 메스꺼움이었다. BBS는 희귀 유전성 질환이다. 흔히 ‘과식증’이라 부르는 계속되는 배고픔을 느끼게 해 비만을 유발한다. 인지장애와 다지증(多指症), 신장 기능 및 시각 장애와도 관련이 있다. 미국에 약 1500~2500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회사는 추정하고 있다. 임시브리는 현재 유럽에서도 BBS가 있는 6세 이상 환자의 비만 치료 및 과식증 조절을 위한 신약허가 심사가 진행 중이다.

임시브리는 포만감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MC4R에 작용한다. MC4R은 뇌 시상하부의 신경세포에 발현돼 배고픔을 비롯해 신체의 칼로리 섭취 및 소비량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MC4R의 경로에 문제가 생기면 계속해서 배고픔을 느낀다. 이로 인해 과식과 중증 비만을 유발한다. 임시브리는 손상된 MC4R 경로의 기능을 회복시킨다는 설명이다.

앞서 리듬은 BBS와 함께 또 다른 희귀질환인 알스트롬(Alström) 증후군 치료제로도 FDA에 신약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FDA는 보완요구서한(CRL)을 전달했다. 리듬은 추후 알스트롬 증후군에 대한 도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데이비드 미커 리듬 최고경영자(CEO)는 “알스트롬 증후군 치료를 위한 FDA의 세심한 검토에 감사하지만 결과에는 실망했다”며 “BBS에 대해서는 임시브리의 초기 적응증 치료로 구축한 인프라를 활용해 임시브리가 즉시 사용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의 LB54640은 2020년 9월 FDA로부터 또 다른 유전성 비만 유발 요인인 LEPR 결핍증 치료제로 먼저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표적도 임시브리와 똑같은 MC4R다. MC4R 수용체를 활성화해 인위적으로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후발주자지만 LG화학은 제형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시브리는 하루에 한 번 투여하는 주사제다. LB54640도 처방 주기는 1일 1회로 같지만 먹는약(경구제)이라는 점에서 편의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만성질환인 비만 치료제에 있어 편의성이 큰 강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임상에서 임시브리 대비 동등성 이상의 효과도 확인했다. LG화학은 LB54640가 편의성과 효능을 모두 잡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LG화학은 최근 유전적 결함이 없는 건강한 과체중 성인 대상 LB54640의 미국 1상을 완료했다. 연내 결과를 발표한다. 내년에는 LEPR 또는 POMC 결핍증 유전성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2·3상에 돌입한다. POMC와 LEPR 결핍증 모두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아 미국 임상시험 비용 지원 및 세금 감면, 개발 관련 상담 지원 등의 혜택을 받게 됐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