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 한화운용 본부장 "퇴직연금으로 시장·테마 쫓는 투자는 피해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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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테마 쫓으면 대부분 손실상당수 직장인들에게 퇴직연금 투자에 대한 기억은 쓰라리다. 퇴직연금 투자로 수익 보다는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다음달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시행을 앞두고, '어떻게 하면 퇴직연금을 잘 운용할 수 있을가' 에 대한 직장인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서로 다른 성격의 자산에
장기적 분산 투자하는 것이 핵심
"TDF조차 분산하는 것을 추천"
17일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난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개인솔루션본부장은 퇴직연금 투자의 성공은 "장기적 자산 배분을 충실히 실행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연금 펀드들을 운용하고, 퇴직연금 투자자들의 투자를 직접 컨설팅하는 개인솔루션본부를 이끌고 있다.그는 "테마형 투자, 이슈를 쫓는 투자를 반복하기 때문에 손실 가능성이 높아 지는 것"이라며 "안정적으로 운용돼야 할 퇴직연금이 시장과 테마를 쫓으며 매수, 매도를 반복하는 건 좋지 않은 전략"이라고 했다. 최 본부장에 따르면,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퇴직연금펀드들은 매년 평균 10~20%씩 성장했지만, 투자자들의 절반 가까이는 손해를 봤다.
최 본부장은 퇴직연금 투자자들이 시장을 예측해 최적의 타이밍을 잡는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그렇게 투자해서도, 운용사들이 그렇게 컨설팅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또 "'계란을 나눠담으라'는 격언을 기계적으로 해석해 퇴직연금으로 단순히 여러 종목을 사놓는데, 자산 배분이란 상관계수가 낮은 서로 다른 방향의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샀다 팔았다 하지 않고, 적절한 비율로 장기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 최적의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최 본부장은 다만 분산투자 대상이 되야할 주식, 채권, 대체자산 등을 일일히 공부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운용사들이 대신 분산투자를 해주는 타겟데이트펀드(TDF)를 추천했다.
최 본부장은 "일반 생업을 가진 사람은 하나하나 공부하며 분산해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TDF는 선진국 주식, 신흥국 주식, 선진국 채권, 신흥국 채권, 부동산 등에 세밀하게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TDF는 최근 퇴직연금 시장의 핵심 상품으로 떠오르면서, 한화자산운용을 비롯한 국내 모든 자산운용사들은 앞다퉈 TDF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최 본부장은 TDF 상품의 선택 기준으로는 "3년 이상의 중장기 수익률, 제휴 회사, 장기전략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TDF로 3년 이상 장기 성과를 낸 운용사는 몇 개 안된다"며 "그동안 얼마나 좋은 성과를 냈는지가 선택이 기준이 될 수 있다"고 했다.또 "퇴직연금 운용 경험이 많은 연금선진국의 글로벌 운용사와 제휴를 맺고있느냐도 중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TDF는 은퇴시점에 따라 자산 배분의 비율을 달리하는 '글라이드 패스' 전략을 사용하는데, 선진사들의 운용 경험이 상당히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게 최 본부장의 설명이다. 각 운용사들이 밝히고 있는 TDF의 장기 운용전략 역시 유심히 살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아예 TDF조차 분산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장기 성과가 좋았던 3개 이상의 TDF에 분산 투자하는 '믹스드 전략'을 선택하는 것도 추천한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