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광폭 행보 '기대 반 우려 반'…제2부속실 두고 잡음도

김건희 여사 광폭 행보
최초 여성 사업가 영부인에 '기대'
공개 활동 때마다 잡음도
'제2부속실' 설치해야 목소리 커져
사진=연합뉴스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다. 첫 공식 언론 인터뷰를 기점으로 연달아 전직 영부인들을 예방하며 점차 보폭을 넓히고 있다. 최초의 여성 사업가이자 '셀럽 영부인'인 만큼, 신선한 행보가 기대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김 여사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야권의 공세가 그림자처럼 따라오고 있어, 철저한 '영부인 의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 16일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를 예방했다. 김 여사의 전직 대통령 배우자 예방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윤옥 여사,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배우자 권양숙 여사에 이어 세 번째다.이날 이순자 여사 예방을 두고 김 여사가 공개 행보 '굳히기'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정치권에 따르면 김 여사는 조만간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정숙 여사도 예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영부인 예방 행보'에 "정치적 해석은 지나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김 여사는 지난 14일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의원들의 부인 11명과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오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모임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부인이 "대선 때 많은 의원이 고생했는데 먼저 중진 의원들 부인들을 초청해서 인사하는 자리를 갖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먼저 제안하며 성사됐다고 전해진다. 김 여사는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맙다. 사모님들 역할이 큰데 당연히 그런 자리를 만들어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 해 지방선거 직후 일정이 확정됐다.

김 여사는 이 자리에서 중진 의원들의 부인을 향해 "사모님", "언니들" 호칭을 두루 쓰며 지난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를 치른 노고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고 한다.

김 여사의 최근 행보에 야권이 공세를 펴는 명분은 지난해 12월 이른바 '허위 경력' 논란이 들끓던 당시 기자회견에서 "남편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윤 대통령 당선 후 조금씩 보폭을 넓혀가는 김 여사의 행보에 대해 '과연 김 여사의 내조가 조용한가'라는 문제로 갑론을박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김 여사의 최근 행보 중 봉하마을에 지인과 동행한 것을 두고 '비선(秘線)' 의혹을 제기했다. 이 밖에도 비공식 영역을 통한 사진 공개 등 각종 논란이 계속되자 비판의 고삐를 조였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김 여사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아내로서 조용한 내조를 하겠다'고 대국민 약속을 했다. 그런데 지금 어떻나. 지금 난리가 나지 않았나"라며 "움직이는 것 자체가 뉴스고 움직이는 것 자체가 논란거리고. 사실은 지금 국민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고통, 그다음에 국제정세가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허구한 날 뉴스 생산하고 논란의 중심에 서고 오히려 윤 대통령보다 기사가 더 많다"고 꼬집었다.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김 여사의 행보가 계속해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고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지만, 민주당의 질 나쁜 선동이 행해지는 것은 개탄스럽다"면서도 "민주당의 몽니와 별개로 대통령실에서도 제2부속실 설치에 대한 국민 여론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인 혹은 주변 지인들에 의존하기보다는 대통령실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이 뒷받침되게 하는 게 불필요한 논란을 양산하지 않는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전 의원의 지적대로 김 여사의 일거수 일투족이 관심을 끌며 유튜브, 커뮤니티, SNS, 뉴스 할 것 없이 '김건희' 키워드 검색율이 높아진 상태다.

데이터전문 스피치로그가 지난 2일부터 15일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화물연대 동맹파업’ 이슈와 ‘지방선거 이후 각 당의 내홍’ 등의 굵직한 이슈가 있었음에도 '#김건희' 키워드는 전 채널에서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김건희' 키워드 검색은 10일을 기점으로 급증했다.

당시 김 여사는 "청와대 살았으면 안 나왔을 듯"이라는 발언으로 주목받았으며 지난 13일에는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며 주목받았다. 14일에는 봉하마을 예방에 동행한 충남대 김모 교수 관련한 비선 논란이 불거졌으며,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약식회견에서 "대통령 처음, 방법 좀 알려달라"는 발언과 김 여사가 운영하던 코바나 컨텐츠 직원 두 명이 대통령실 직원에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며 SNS를 중심으로 관심이 정점에 달했다.
김건희 여사. / 사진=뉴스1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14일 CBS라디오 방송 '한판승부'에서 "사소한 것들을 (공격)해서 나쁜 이미지를 뒤집어씌우려는 민주당의 전략"이라면서 "윤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흠을 잡을 데가 마땅치 않으니까 (김 여사를) 약한 고리라고 여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일각에서는 김 여사 본인이 과거 발언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게 '불필요한 소모전'을 막을 수 있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