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지역주택조합 활기

공급 부족에 건설사 속속 참여
지역주택조합(지주택)은 ‘원수에게나 추천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업 성공까지의 과정이 지난하다. 저렴한 초기 투자비용은 장점이지만 일반적인 재건축, 재개발과 달리 사업 안정성이 극도로 떨어진다는 점 때문에 도박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주요 건설사들이 원만하게 첫 삽을 뜨기 시작하면서 지주택 사업에 대한 인식도 다소 달라지는 분위기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재 지주택은 서울에서 110곳, 경기에서 32곳이 있다. 경기 파주 ‘GTX운정역 서희스타힐스’(가칭)는 시공사 선정을 마쳤다. 서울 동작구 한강지역주택조합은 이날 조합 총회에서 호반건설을 낙점했다.지주택은 집을 지으려는 무주택 가구주들이 조합을 결성해 땅을 사고 건축비도 직접 부담해 개발하는 방식이다. 분담금이 재건축 재개발 단지 일반분양가의 70~80% 정도로 저렴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조합 결성 후 사업이 지연돼 추가 분담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례가 많아 대표적인 ‘하이 리스크’ 정비사업으로 꼽힌다. 사업장 대부분이 토지 소유권 확보를 끝내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원을 우선 모집한다. 이후에는 사업 부지의 95% 이상 소유권을 확보해야만 사업을 승인받을 수 있어 이 과정에서 사업이 수년씩 지연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서울 등 수도권 재개발 재건축이 지연되면서 업계에서 지주택 사업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새 아파트를 지을 택지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주택 사업으로 시공사들이 눈을 돌린 이유다.국내에서 지주택 사업 실적이 가장 많은 서희건설은 현재 15곳의 지주택 단지 시공을 하고 있다. 1군 건설사들의 시공 사례도 나오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경기 고양시 풍동2지구 일대에 시공 중인 ‘더샵 일산 데이앤뷰’, DL건설이 경기 양주시 회정동에 짓는 ‘e편한세상 양주 덕정역 더 스카이’도 지주택 방식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자체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주택 사업 계도에 나서고 있어 예전처럼 허송세월하는 사례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