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寺' 바꾼다…"계급장 떼고 할 말 하자"

수평적 문화 앞장

성과 평가는 팀에서 개인으로
"대한민국 최고 싱크탱크 자신"
“계급장 떼고 할 말은 합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지난 10일 한은 창립 72주년 기념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은은 이에 발맞춰 조직의 수평적 문화를 확산하고 직원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경영혁신 방안을 최근 내놓았다.우선 업무수행 방식이 대폭 바뀐다. 팀 단위로 성과를 평가하던 방식을 개인 중심으로 바꿀 예정이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는 개인이 연구보고서를 작성하더라도 팀 명의로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수직적인 결재만 이뤄져 정작 보고서를 작성한 원저자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이 총재가 “한은은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행여 정책적 함의나 대안 제시가 불러올 논쟁을 피하려 하지는 않았는지, 그래서 현황에 대해 단편적, 기술적 분석으로만 끝내려는 경향은 없었는지 자문해 보자”고 지적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은은 다양한 리뷰(평가) 과정을 통해 원저자의 의견과 상급자, 유관 부서의 의견이 공유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조직 내 활발한 토론과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경영혁신 방안에는 4~5급 이하 직원들에게 리더로서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늘리는 안도 담겼다. 일반적으로 한은에서는 40대 중반 즈음 3급이 돼서야 ‘팀장’이라는 관리자에 오를 수 있다. 임시 조직(TF) 등의 구성을 활성화해 이 자리에 4~5급 직원들이 리더로 선임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한은의 복안이다. 한은 관계자는 “개인의 성취를 중시하는 젊은 직원들의 호응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한은 관계자는 “한은은 ‘한은사(寺)’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존재감 없이 절처럼 조용하다는 외부의 평가를 받아왔다”며 “중앙은행의 역할뿐 아니라 대한민국 최고의 싱크탱크로 기능하겠다는 이 총재의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