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초과 주택담보대출 금지', 과연 위헌일까 [최진석의 Law Str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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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권을 침해했다” “주택시장 과열을 잡는 효과가 있었다”
2019년 12월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내놓습니다. 이른바 ‘12‧16 대책’입니다.핵심 내용은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한 것입니다. 시가 9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을 종전 40%에서 20%로 축소했습니다. 이유는 하나 “투기 수요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주택 수요자들의 반발은 컸습니다. 집값이 속절없이 치솟는 상황에서 불안해진 주택 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방법 중 하나인 대출마저 끊어버렸기 때문입니다.
‘15억의 근거가 무엇이냐’, ‘단계적 대출 축소도 아닌 일률적 대출 제한은 부당하다’ 등 주택시장은 성토의 장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헌법소원도 제기됐죠.시간이 흘렀고, 그 후로도 주택시장은 더 끓어올랐습니다. 그리고 대선을 거쳐 정권 교체도 이뤄졌죠. 이전 정부가 주택시장을 억누르던 규제들도 하나 둘 풀렸습니다. 하지만 15억 대출 규제에 대한 헌법소원은 끝나지 않았죠. 지난 16일 헌법재판소는 일부 위헌확인소송 공개변론을 열었습니다.
양측은 각자의 주장을 주고받는 형태로 공개변론을 진행했습니다. 각각의 주장을 살펴보겠습니다.금융위원회 등 피청구인 측은 ‘영끌’을 내세웠습니다. 영끌이란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의 약자입니다. 당시 저금리 기조로 수요자들 사이에서 영끌 현상이 나타나는 등 주택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였습니다. 이를 억제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죠. 또한 정부 조치가 장소와 대상을 한정했기 때문에 권리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고 대책 자체에 정당성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피청구인 측은 또 “12·16 대책이 행정계획 혹은 행정지도(가이드라인)이므로 ‘공권력의 행사’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정부 측 참고인인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측 지원사격에 나섰습니다. 그는 “당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중이 95.2%로 세계적 추세와 비교해 가장 높은 편이었으므로, 가격 상승세를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12·16 대책 발표 후 가격 급등세가 상당 부분 진정되는 등 실제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 결과도 제시했죠.
청구인 측은 이를 반박했습니다. 헌법소원을 한 정희찬 변호사 측은 ‘피해의 최소성’에 반했다는 주장을 내세웠습니다. 12·16 대책 발표 당시 기존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등 단계적 방법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가 투기지구와 과열지구에 있는 15억원 이상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을 모두 금지시켰다는 것이죠. 이것이 피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한 겁니다.이날 정 변호사는 “본인 스스로 대책 적용 지역에 살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다 무산된 처지였다”고 소개했습니다. 정부가 금융기관 인허가권·감독권을 바탕으로 대출 규제를 한 것이므로 헌법소원의 요건인 자기관련성과 공권력행사성이 충족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청구인 측 참고인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정부 정책에 무리가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어떤 법적인 근거도 없이 15억원이라는 기준이 나온 것”이라며 “LTV를 20%로 축소한 것은 침해의 최소성에 어긋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2022년 6월의 주택시장 분위기는 3년 전과 다릅니다. 펄펄 끓어오르던 집값 상승도,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을 외치던 목소리도 잠잠해졌습니다. 지나고 보면 당시에 정부가 이런 대출규제 식으로 주택 수요와 투기심리를 억제하겠다는 건 다소 안이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현금 조달 능력이 좋은 이들은 대출 규제를 비켜가 원하는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전체적인 수요 안정은커녕 불균형한 시장 거래를 조장함으로써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듭니다.
그리고 거듭된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오르자 결국 12‧16 같은 대책까지 내놓게 된 것이죠. 하지만 대책이 임시방편 성격이 강한 허술한 대책인 것과 그 대책이 위헌이냐는 다른 문제입니다.
헌재는 이날 변론 내용을 참고해 심리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이 부동산 대책에 대한 헌재의 판단은 상당히 중요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가장 강력한 부동산 대책’인 빅스텝과 자이언트스텝에 밀려 가라앉았지만, 언제든 주택시장은 다시 끓어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택시장의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되면, 정부는 또다시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것입니다.
이번 헌재의 판단은 정부가 앞으로 어떤 부동산 대책까지 내놓을 수 있는지 ‘한계선’을 그을 수 있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입니다.헌재가 언제 결론을 내놓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정부가 12‧16 대책을 내놓은 지 햇수로 3년째입니다. 빠른 시일 내에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합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2019년 12월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내놓습니다. 이른바 ‘12‧16 대책’입니다.핵심 내용은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한 것입니다. 시가 9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을 종전 40%에서 20%로 축소했습니다. 이유는 하나 “투기 수요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주택 수요자들의 반발은 컸습니다. 집값이 속절없이 치솟는 상황에서 불안해진 주택 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방법 중 하나인 대출마저 끊어버렸기 때문입니다.
‘15억의 근거가 무엇이냐’, ‘단계적 대출 축소도 아닌 일률적 대출 제한은 부당하다’ 등 주택시장은 성토의 장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헌법소원도 제기됐죠.시간이 흘렀고, 그 후로도 주택시장은 더 끓어올랐습니다. 그리고 대선을 거쳐 정권 교체도 이뤄졌죠. 이전 정부가 주택시장을 억누르던 규제들도 하나 둘 풀렸습니다. 하지만 15억 대출 규제에 대한 헌법소원은 끝나지 않았죠. 지난 16일 헌법재판소는 일부 위헌확인소송 공개변론을 열었습니다.
양측은 각자의 주장을 주고받는 형태로 공개변론을 진행했습니다. 각각의 주장을 살펴보겠습니다.금융위원회 등 피청구인 측은 ‘영끌’을 내세웠습니다. 영끌이란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의 약자입니다. 당시 저금리 기조로 수요자들 사이에서 영끌 현상이 나타나는 등 주택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였습니다. 이를 억제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죠. 또한 정부 조치가 장소와 대상을 한정했기 때문에 권리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고 대책 자체에 정당성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피청구인 측은 또 “12·16 대책이 행정계획 혹은 행정지도(가이드라인)이므로 ‘공권력의 행사’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정부 측 참고인인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측 지원사격에 나섰습니다. 그는 “당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중이 95.2%로 세계적 추세와 비교해 가장 높은 편이었으므로, 가격 상승세를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12·16 대책 발표 후 가격 급등세가 상당 부분 진정되는 등 실제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 결과도 제시했죠.
청구인 측은 이를 반박했습니다. 헌법소원을 한 정희찬 변호사 측은 ‘피해의 최소성’에 반했다는 주장을 내세웠습니다. 12·16 대책 발표 당시 기존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등 단계적 방법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가 투기지구와 과열지구에 있는 15억원 이상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을 모두 금지시켰다는 것이죠. 이것이 피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한 겁니다.이날 정 변호사는 “본인 스스로 대책 적용 지역에 살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다 무산된 처지였다”고 소개했습니다. 정부가 금융기관 인허가권·감독권을 바탕으로 대출 규제를 한 것이므로 헌법소원의 요건인 자기관련성과 공권력행사성이 충족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청구인 측 참고인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정부 정책에 무리가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어떤 법적인 근거도 없이 15억원이라는 기준이 나온 것”이라며 “LTV를 20%로 축소한 것은 침해의 최소성에 어긋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2022년 6월의 주택시장 분위기는 3년 전과 다릅니다. 펄펄 끓어오르던 집값 상승도,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을 외치던 목소리도 잠잠해졌습니다. 지나고 보면 당시에 정부가 이런 대출규제 식으로 주택 수요와 투기심리를 억제하겠다는 건 다소 안이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현금 조달 능력이 좋은 이들은 대출 규제를 비켜가 원하는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전체적인 수요 안정은커녕 불균형한 시장 거래를 조장함으로써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듭니다.
그리고 거듭된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오르자 결국 12‧16 같은 대책까지 내놓게 된 것이죠. 하지만 대책이 임시방편 성격이 강한 허술한 대책인 것과 그 대책이 위헌이냐는 다른 문제입니다.
헌재는 이날 변론 내용을 참고해 심리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이 부동산 대책에 대한 헌재의 판단은 상당히 중요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가장 강력한 부동산 대책’인 빅스텝과 자이언트스텝에 밀려 가라앉았지만, 언제든 주택시장은 다시 끓어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택시장의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되면, 정부는 또다시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것입니다.
이번 헌재의 판단은 정부가 앞으로 어떤 부동산 대책까지 내놓을 수 있는지 ‘한계선’을 그을 수 있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입니다.헌재가 언제 결론을 내놓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정부가 12‧16 대책을 내놓은 지 햇수로 3년째입니다. 빠른 시일 내에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합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