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당사자 없는 단톡방 '욕설'도 모욕"…'학교폭력' 인정

단톡방에 당사자가 없었더라도 뒷담화와 욕설은 모욕에 해당하고 학교폭력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당사자가 없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단톡방)에서 한 욕설에 대해 법원이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천지법 행정1-2부(김석범 부장판사)는 중학생 A양이 인천 모 교육지청원 교육장을 상대로 낸 서면 사과 처분 취소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고 판결을 했다고 17일 밝혔다.재판부에 따르면 A양은 지난해 4월 또래 친구 10명이 모여 있는 단톡방에서 친구 B양을 놓고 심한 욕설을 했다. 또 반장인 또 다른 여학생 C양을 겨냥해 단톡방 욕설을 이어갔다.

당시 피해 여중생들은 이 단톡방에 없는 상태였지만 이후 A양이 욕설한 사실을 알게 된 후 우울장애 등을 겪었고, 피해자 중 1명은 적응장애 진단을 받은 뒤 중학교 교육과정 유예를 신청했다.

인천시 모 교육지청원은 같은 해 6월과 7월 2차례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를 열고, A양이 B양에게 서면 사과하고 봉사활동 8시간과 특별교육 4시간을 이수해야 한다고 의결했다.하지만 A양은 "두 차례 단톡방에서 욕설한 행위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상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양은 또 "여럿이서 불만을 토로하는 상황에서 동조해 우발적이고 일회적으로 분노의 감정을 표출했다"면서 "피해 학생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의도와 공연성이 없어 명예훼손이나 모욕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단톡방에 피해자들이 없었더라도 A양의 발언은 모욕에 해당하고 학교폭력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재판부는 "원고는 자신의 발언이 표현의 자유 범위 내 있다고 주장하지만, 욕설 수위 등을 보면 허용 수준의 표현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피해 학생들이 단톡방에서 모욕당한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충격받았을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고는 피해 학생들을 모욕해 정신적으로 피해를 줬고, 이는 학교폭력에 해당한다. 당시 피고의 처분이 재량권을 남용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