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문성현의 부담감을 줄이는 주문…"지금은 7회다"

14일부터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마무리 투수로 공인받은 문성현(31)은 9회에 등판해도 "지금은 7회"라고 읊조린다.

부담감을 털어내기 위한 주문이다. 18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문성현은 "프로 13년 차에 처음으로 마무리 자리를 맡았다.

아무래도 '내 뒤에 등판할 투수가 없다'는 생각에 부담감을 느낀다"고 털어놓으며 "내게 가장 익숙한 이닝은 7회다.

그래서 최근에 (팀의 마지막 투수로) 등판할 때도 '지금은 7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원기(49) 키움 감독은 지난 14일 "문성현에게 마무리를 맡긴다"고 공표했다.

올 시즌 키움의 첫 마무리 투수는 김태훈이었다.

그러나 김태훈이 4월 말 충수염 수술을 받으면서, 문성현이 마무리 자리를 이어받았다. 문성현은 4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충실하게 마무리 역할을 수행하다가, 이승호에게 마무리 자리를 넘겼다.

이승호가 6월 들어 흔들리자, 홍 감독은 문성현을 다시 마무리 투수로 기용하기로 했다.

문성현은 "중간 계투로 뛸 때도 '한 이닝 동안 전력투구하자'라고 생각하며 던졌다. 마무리 투수도 한 이닝을 책임져야 하는 건 같다.

그런데 확실히 중간 계투 때와는 다른 부담이 느껴지더라"고 밝혔다.

하지만 문성현은 부담감을 극복하고 마무리 자리로 돌아온 3경기에서 모두 무실점(총 3이닝)으로 잘 막았다.

올 시즌 문성현의 성적은 29경기 4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1.40이다.
문성현은 "군 생활을 포함해 6년 동안 제대로 된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내게 올 시즌은 특별하다"고 했다.

2010년 4라운드 전체 31순위로 넥센 히어로즈에 입단한 문성현은 선발과 중간을 오가다가 2016년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해 군 생활을 시작했다.

2018년 팀에 복귀했지만, 부상과 부진이 이어졌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시즌 동안 문성현은 1군에서 15경기만 던졌다.

문성현은 "전역한 뒤 2군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다.

1군 투수가 되고 싶다는 간절함이 커졌다.

2군에서 공을 많이 던지고, 변화도 꾀했다"며 "올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기간에는 투구 자세를 수정했다.

경기를 치를수록 새로운 투구 자세에 적응하면서 성적도 좋아졌다"고 재기를 이끈 기술적인 변화에 관해 설명했다.

심리적인 안정도 문성현의 반등을 이끈 요소다.

문성현은 "올해 1월에 결혼했다.

결혼 뒤 생활이 안정되면서 마음가짐도 달라졌다"며 "아내(이희진 씨)가 정말 모든 걸 챙겨준다.

정말 고맙다"고 했다.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 모두의 주목을 받는 마무리 투수가 된 문성현의 올 시즌 개인 목표는 의외로 소박했다.

"팀이 꼭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운을 뗀 문성현은 "마무리 투수의 매력을 체감하고 있지만, 꼭 마무리 투수로 시즌을 마치지 않아도 괜찮다.

부상 없이 이번 시즌을 마무리하고, 내년 시즌을 건강한 몸으로 준비할 수 있다면 만족한다"고 말했다. 벼랑 끝까지 몰렸던 문성현은 서두르지 않고 오래, 멀리 나아갈 생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