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파 스타' 윤한결·조성호의 '모차르트 최후 협주곡'

한경 arte 필하모닉 '한국을 이끄는 음악가' 시리즈 (3)

내달 1일 롯데콘서트홀
윤한결, 獨서 지휘자·작곡가 활동
국제지휘콩쿠르 2위 입상해 주목
조성호, 獨 클라리네티스트를 사사
도쿄 필하모닉 200대1 뚫고 선발

두 음악가 처음으로 한 무대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죽기 두달전 가장 힘든 시기 작품
"절망 대신 평온한 선율 위로 줘"
“모차르트(1756~1791)와 브람스(1833~1897)의 작품은 창작 시기가 대략 한 세기 차이가 나지만 모두 엄청난 섬세함과 표현력, 뛰어난 해석을 요구합니다. 연주하기에 기술적으로 어렵지는 않을 수 있어도 한 음 한 음에 모두 의미가 있어 음악적으로는 가장 난도가 높습니다. 모차르트 음악이 언어적이고 자연스러우며 일상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한다면, 브람스 음악은 수학적이고 구조적으로 완벽하면서도 고도로 낭만적이고 표현력이 풍부하죠.”

독일에서 활동하는 지휘자 겸 작곡가 윤한결(29)의 말이다. 지난해 11월 국립심포니가 처음 연 KSO국제지휘콩쿠르에서 2위에 입상하며 음악계의 주목을 받은 그가 모차르트와 브람스 음악의 정수가 담긴 협주곡과 교향곡으로 한국 클래식 청중과 만난다. 다음달 1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한경arte필하모닉의 ‘한국을 이끄는 음악가’ 시리즈 세 번째 공연에서다. 조성호 도쿄필하모닉 클라리넷수석(38)이 협연 솔리스트로 함께한다.

이번 공연의 지휘봉을 잡는 윤한결은 서울예고 재학 중 독일로 유학 가 뮌헨국립음대에서 10여 년간 작곡과 피아노, 지휘를 공부했다. 뉘른베르크국립오페라극장, 스위스 제네바대극장, 독일 메클렌부르크주립극장에서 지휘자로 활동했다. 2019년 그슈타드메뉴힌 페스티벌&아카데미에서 지휘 부문 1등인 네메예르비상을 받으며 두각을 나타냈다. 서독일방송교향악단 프랑크푸르트방송교향악단 북독일필하모닉 도르트문트필하모닉 등 독일 유수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조성호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베를린 한스아이슬러국립음대에서 세계적인 클라리네티스트 벤젤 푹스를 사사했다. 오스트리아 빈국제음악제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했다. 서울시향 수석을 거쳐 2017년 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도쿄필하모닉의 수석 단원 오디션에서 200 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됐다. KBS교향악단, 국립심포니, 부천필하모닉 등과 협연하고 목관오중주 뷔에르앙상블을 이끄는 등 솔리스트와 실내악 연주자로서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두 음악가가 한 무대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함께 연주할 곡은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두 달 전 완성한 클라리넷협주곡 A장조다. 모차르트 최후의 협주곡이자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메릴 스트리프, 로버트 레드퍼드가 주연한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아름다운 아프리카 풍광을 배경으로 흐르던 2악장의 서정적인 선율이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조성호는 “모차르트가 경제적·정신적·육체적으로 가장 힘들던 시기에 작곡했지만 절망과 고통, 회한 등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며 “클라리넷의 아름다운 음색을 타고 흐르는 한없이 평온한 선율이 큰 위로를 주는 명곡”이라고 말했다.

이 곡과 조성호의 인연은 남다르다. 바이올리니스트인 외할아버지가 그에게 선물한 첫 음반에 카를 라이스터가 연주한 모차르트의 클라리넷협주곡이 담겨 있었다. 그는 “어릴 때 처음 들은 이 곡의 감동과 기억이 클라리넷을 연주하고, 음악을 하는 가장 큰 동기가 됐다”며 “지금도 꽃이 피고 초록이 가득한 계절이 찾아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이라고 설명했다.모차르트의 첫 독일어 오페라인 ‘후궁 탈출’ 서곡이 공연의 막을 연다. 극의 배경인 터키의 이국적인 정취가 느껴지는 협주곡 스타일의 서곡으로 경쾌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선율이 가득하다.

2부에서는 브람스의 교향곡 4번 e단조가 연주된다. 작곡가의 마지막 교향곡이자 필생의 역작으로 꼽힌다. 바로크시대 변주곡 형식인 파사칼리아를 부활시켜 독창적인 어법으로 완성한 4악장은 브람스의 예술성이 집약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한결은 “브람스 초기작이나 교향곡 1~3번보다 음악적으로 훨씬 정교하고 섬세하다”며 “차이콥스키 6번 ‘비창’처럼 인생과 죽음에 관한 작품이지만 절망적인 ‘비창’과는 달리 죽음을 경건하게 받아들이고 맞서 싸우기까지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음악적 내용도 과거를 회상하고 그리워하고 후회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며 “작품에 담긴 작곡가의 젊은 시절 이야기와 열정을 이번 공연에서 멋지게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연 관람권은 롯데콘서트홀 홈페이지와 인터파크, 예스24, 티켓 11번가에서 예매할 수 있다. 가격은 3만~7만원.

조동균/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