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전 적자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무리한 탈원전, 발전원가 올라
정책·경영 실패로 적자 눈덩이
독립적인 기구가 전기료 결정을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국내 전기 공급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전력이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올해 1분기 총 7조7869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면서 1961년 창사 이후 최대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물론 한전의 경영 부실은 어제오늘 갑자기 발생한 문제가 결코 아니다. 지난 정부 5년 동안 부채가 109조원에서 146조원으로 급증하면서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는 등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예견된 부실이었다.

지금까지 한전은 회사채 발행으로 손실을 메우며 버텨왔다. 하지만 그마저 한계에 달한 것 같다. 올해 회사채 발행액이 벌써 15조원에 달해 누적 차입금이 51조원으로 늘어남에 따라 발행 한도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제 빚도 더 낼 수 없는 한심한 좀비기업 신세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한전 부실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임계치를 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한전 부실을 누가 얼마나 떠안느냐를 정하는 일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최근 전기요금 인상만이 한전 부실의 근본 해결책이라는 주장이 그 어느 때보다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전기 소비자에게 모든 부담을 뒤집어씌우는 무차별적 전기요금 인상은 공정 부담 원칙에 어긋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 왜냐하면 무차별적 전기요금 인상도, 한전의 전기 외상 구입 허용, 전기 도매값 상한제와 마찬가지로 책임을 따지지 않고 부실만 떠넘기는 남의 주머니 털기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전 부실의 원인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이에 따라 부담 주체와 부담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한전의 적자 원인은 너무도 간단하다. 발전원가가 비싸진 전기를 계속 값싸게 팔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발전원가가 비싸진 원인부터 찾아야 한다.

첫째, 정책 실패다.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대표적 실패 사례다. 탈원전의 무리한 추진으로 원전 가동률은 턱없이 낮아졌고, 이를 메우기 위해 상대적으로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을 높이는 과정에서 단가가 높아졌다. 실제로 탈원전으로 최대 10조원의 비용 증가가 있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정책 실패에 의한 비용 증가분은 국민 전체가 부담해야 할 몫으로 재정이 감당할 필요가 있다. 국민이 선택한 정부가 정책 실패를 했기 때문이다.둘째, 탄소중립에 따른 에너지 믹스 전환이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지급한 신재생공급의무(RPS) 비용 증가가 여기에 속한다. 지난 정부에서 RPS 이행 정산금으로 약 11조원을 지출했다. 인류 공통의 목표인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에 따른 비용 증가분은 전기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몫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지난 5년 동안 발생한 비용 증가분은 과거 소비자가 부담했어야 했는데, 전 정부의 무책임한 가격 인상 회피로 말미암아 현재 소비자가 덤터기를 쓰는 꼴이 됐다.

셋째, 국제적 연료비 인상이다. 에너지 최빈국인 우리나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는 부분으로 요금에 반영해 현재 소비자들이 온전히 감당할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콩값이 비싸졌으니 두부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한전의 경영 실패다. 한전으로서는 억울한 면도 있겠지만 대표적 사례로 한전공대 설립과 경영 성과와 무관한 성과급 잔치를 꼽을 수 있다. 현재 한전공대 설립비용은 향후 13년에 걸쳐 1조6000억원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당연히 한전 주주들이 부담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전기가격을 물가와 같은 거시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전기가격 결정 체제가 유지되는 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전기가격을 독립적인 규제기구가 통제하는 시장에서 원가주의에 입각해 결정하는 선진국형 체제가 하루속히 정립되지 않으면 한전 경영의 정상화도, 탄소중립도, 에너지 신산업 육성도 모두 공염불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