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조정단가 6번 중 4번 동결…'연료비 연동제' 무색

한전 산정 2분기 조정단가 kWh당 33.8원…최대 인상폭 3원의 10배 넘지만 동결
정부, 3분기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 시사…내달 가스요금과 동시에 오를듯
4분기 인상도 예고된 수순…가계·자영업자 부담 갈수록 가중
정부가 전기 생산에 들어간 연료비 변동분을 적기에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한 이후 6차례의 연료비 조정단가 조정 과정이 있었지만, 이 중 4차례는 동결을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액화천연가스(LNG)·석탄·석유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치솟았던 올해 1분기·2분기에도 잇따라 동결해 연료비 연동제 도입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한국전력이 손익분기점으로 올 2분기에 산정한 연료비 조정단가는 kWh(킬로와트시)당 30원이 넘어 한 분기에 올릴 수 있는 최대치(3원)의 10배를 웃도는 상황이었지만 동결됐다.

정부가 물가 상승 부담에도 3분기에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시사해 내달 가스요금과 동시에 오를 전망이다.또 4분기 전기·가스요금은 이미 동시 인상이 예정돼 있어 가계와 자영업자 부담은 갈수록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조정단가 6번 중 4번 동결…연료비 연동제 취지 무색

2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2020년 12월 전기요금에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된 이후 올해 2분기까지 6개 분기에 걸쳐 연료비 조정단가 조정 과정이 진행됐고 이 중 4차례는 동결됐다.연료비 연동제는 연료비 변동분을 주기적으로 전기요금에 반영해 가격 신호 기능을 강화하고 전기요금 조정에 대한 소비자의 예측 가능성을 제고해 합리적 전기 소비를 유도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전기요금에 '연료비 조정요금' 항목을 신설해 LNG·석탄·석유 등 전기생산에 들어간 연료비 변동분을 3개월 단위로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연료비 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돼 있다.연료비 변동분은 실적연료비(직전 3개월간 평균 연료비)와 기준연료비(직전 1년간 평균 연료비)의 차액으로 산출한 연료비 조정단가로 결정되는데 인상폭은 직전 분기 대비 kWh당 최대 ±3원, 연간으로는 최대 ±5원이다.

첫 시행 당시인 지난해 1분기에는 유류 가격 인하로 조정단가가 kWh당 -3원으로 인하됐고 그해 2분기와 3분기에는 동결됐다.

그러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올라 지난해 4분기 3원 인상됐지만, 올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는데도 1분기와 2분기 모두 동결됐다.
◇ 한전 산정 조정단가, 최대 인상폭의 10배 수준…정부 "국민 생활안정 도모"

한전이 올해 1분기 산정한 연료비 조정단가는 kWh당 29.1원이고 2분기는 33.8원이었다.

한전이 산정해 지난 16일 정부에 제출한 3분기 조정단가 역시 30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한전이 산정한 1분기 조정단가가 29.1원이라는 것은 한전이 연료비 요인으로 적자를 면하려면 조정단가를 29.1원은 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2분기에는 그보다 더 많은 33.8원을 인상해야 했다.

한 개 분기에 올릴 수 있는 조정단가 상한폭(3원)의 10배에 달하는 수치이지만 결국 1분기와 2분기 모두 동결됐다.

그 결과 한전은 올해 1분기 7조7천869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가 연료비 조정단가를 동결한 것은 높은 물가 등이 이유였다.

정부는 지난 2분기분 조정단가 동결 당시 한전에 "국제 연료가격 상승 영향으로 연료비 조정단가 조정 요인이 발생했으나 코로나19 장기화와 높은 물가상승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생활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통보했다.

또 지난해 12월에 확정돼 올해 4월부터 적용되는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 인상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기준연료비를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kWh당 4.9원씩 9.8원 올리기로 했고, 기후환경요금도 4월부터 7.3원으로 2원 올렸다.

그러나 이것으로 역부족인 만큼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도 필요했다는 게 한전의 주장이다.
◇ 3분기 전기요금 인상될 듯…내달 가스요금과 동시 올라

내달 전기요금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3개 분기 만에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생산 원가 부담이 가중되는 전기·가스요금은 뼈를 깎는 자구노력 등을 통해 인상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전기요금 인상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전기요금 소관 부처인 산업부는 더는 조정단가 인상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물가 당국인 기재부가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전기요금은 동결돼 왔다.

다음 달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가스요금과 동시에 오른다.

내달부터 민수용(주택용·일반용) 가스요금의 원료비 정산단가는 메가줄(MJ·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1.90원으로 기존보다 0.67원 인상된다.

도시가스 요금은 발전 원료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입단가인 '원료비'(기준원료비+정산단가)와 도소매 공급업자의 공급 비용 및 투자 보수를 합한 '도소매 공급비'로 구성되는데 이 중 원료비 정산단가가 오르는 것이다
정산단가는 지난 5월 0원에서 1.23원으로 인상됐으며 오는 10월에는 1.90원에서 2.30원으로 0.40원 더 오른다.

가스요금 인상을 억제해 지난해 말까지 누적된 가스공사의 미수금(손실분)이 1조8천억원에 달했는데 올해 정산단가를 올려 이를 회수하는 것이다.오는 10월에는 가스요금 인상과 함께 전기요금 기준연료비도 한 차례 더 인상될 예정이어서 가계와 자영업자의 부담은 갈수록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