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언덕' 정복하려면…12번홀 'BCH의 함정'을 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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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카드·한경레이디스컵 20221년 전 이맘때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3라운드. 김지영(26)이 11번홀(파3)까지 6타를 줄이며 김수지(26)에게 3타 앞선 선두로 치고 나가자 ‘김지영의 대회 2연패’를 예상하는 KLPGA 관계자들이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다. 2020년 챔피언이 2021년 대회 막바지에 압도적인 1위로 올라섰기 때문이었다. “김지영이 대회장인 포천힐스CC와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는 얘기도 들렸다.
D-3, 포천힐스CC 승부처는?
왼쪽 해저드·오른쪽엔 벙커
전장 길어 우드 잡기도 애매
3년 연속 '핸디캡 1번' 꼽혀
작년 김지영이 더블 보기 범해
'타이틀 방어' 발목 잡히기도
5번홀도 긴 전장·해저드로 복병
243야드, 원온 가능한 파4 8번홀
기회의 홀서 '이글쇼' 쏟아질 듯
사고는 바로 다음 홀인 12번홀(파4)에서 터졌다. 전장(400야드)이 길다 보니 티샷에 힘이 들어갔고, 샷이 감겼다. 해저드, 1벌타. 김지영은 이 홀을 더블 보기로 빠져나왔다. 상승세가 꺾인 김지영은 결국 우승컵을 임진희(24)에게 내줬다. 김지영은 “12번홀에선 티샷이 밀리면 벙커에 들어가고, 당기면 해저드에 빠진다”며 “멀리 정확하게 치지 않으면 가혹한 페널티를 받는다”고 했다.
12번홀 ‘BCH’ 함정
오는 24일부터 사흘간 경기 포천힐스CC에서 열리는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의 ‘핸디캡 1번홀’은 언제나 12번홀이다. 선수들은 2019년 4.22타, 2020년 4.15타, 2021년 4.24타 만에 이 홀에서 탈출했다. 평균 보기 이상의 스코어를 적어냈다는 얘기다. 그래서 ‘마의 홀’로 불린다.이 홀은 벙커(Bunker)와 개울(Creek), 워터 해저드(Hazzard)로 둘러싸여 있다. 하나만 있어도 위협적인 함정을 3개나 팠다. 티잉 에어리어에 올라서면 선수들이 공을 떨어뜨리는 지점(약 230야드) 오른쪽엔 벙커가, 왼쪽에는 해저드가 버티고 있다. 그 사이에 있는 페어웨이 폭은 15m밖에 안 된다.그렇다고 드라이버 대신 우드를 들기도 모호하다. 홀 거리가 400야드에 달하는 데다 그린도 페어웨이보다 사람 키만큼 높이 있어서다. 세컨드 샷을 아이언으로 치지 않으면 공을 세우기 어렵다는 얘기다. 미스 샷이 나면 그린 앞에 흐르는 개울에 빠질 수도 있다. 김지영이 3라운드에서 더블 보기를 적어내고도 최종 라운드에서 드라이버를 다시 꺼내든 이유다.지난 3년간 홀 난이도 순위에서 평균 2위를 차지한 5번홀(파4)도 복병이다. 파4홀이지만 전장이 397야드로 긴 편이고, 페어웨이가 그린 쪽으로 가면서 좁아진다. 그린 왼쪽에 있는 해저드도 위협적이다. 티샷을 잘 쳐도 세컨드 샷을 조금만 당겨치면 순식간에 보기 이상의 스코어를 받아든다.
‘원 온’ 가능해지는 8번홀
반면 8번홀(파4)과 18번홀(파5)은 ‘기회의 홀’이다. 3, 4라운드에서 각각 ‘원 온’과 ‘투 온’이 가능해서다. 이는 결선에서 선수들의 공격적인 플레이를 유도하기 위해 주최 측이 마련한 장치다. 예선 라운드에서 296야드인 8번홀은 243야드, 536야드인 18번홀은 487야드로 쪼그라든다. 3라운드로 치르는 올해 대회에선 3라운드에서만 이처럼 짧게 세팅된다.장타를 좀 친다고 하는 선수는 모두 이들 홀에서 이글을 노린다. 지난 3년간 이 두 홀에서 쏟아져 나온 이글 수가 23개에 달한다. 2년 전 연장 2차전 18번홀에서 이글을 잡으며 우승한 김지영의 이글은 포함하지 않은 개수다.홀별 난이도가 극명하게 나뉘는 만큼 코스 매니지먼트가 우승자를 가리는 ‘승부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올해 ‘디펜딩 챔피언’인 임진희는 “포천힐스CC는 도전할 때와 인내할 때를 확실히 구분해야 하는 코스”라며 “12번홀의 목표가 ‘타수 지키기’라면 8번홀과 18번홀의 목표는 ‘버디 또는 그 이상’으로 잡아야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천힐스CC=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