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넘어 이천만 노리는 '비상선언' 이유 있는 자신감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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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이병헌·전도연 등 '드림 캐스팅'칸 영화제 남녀주연상 수상자 송강호, 전도연 그리고 이병헌,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 등 국보급 배우 캐스팅을 자랑하는 '비상선언'이 탑승 안내를 마쳤다.
한재림 감독 신작 '비상선언'
"클리셰 비트는 전개 위해 노력했죠"
전도연 "당연히 천만 영화 아닌가요"
이병헌 "송강호, 이천만 언급" 폭로
‘비상선언’이란 항공기가 재난 상황에 직면했을 때, 기장의 판단에 의해 더 이상 정상적인 운항이 불가능하여 무조건적인 착륙을 선언하는 비상사태를 뜻한다. 영화는 의문의 남성이 비행기에 탑승한 후 원인 불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시작된다. 이미 이륙한 비행기라는 어디로도 탈출할 수 없는 특수한 환경에서 발생한 혼돈의 상황, 불가피한 재난을 마주한 인간의 면면을 조망한다.제74회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 공식 초청작인 이 영화는 '관상'(2013), '더 킹'(2017)의 한재림 감독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20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한재림 감독은 "10여년 전 의뢰가 왔던 작품이다. 당시 설정, 기획이 좋았으나 어떻게 풀어야 할지 감이 안 와서 못 했다. 개인적으로 비행 공포증이 심하고 비행기 안에서 재난을 겪는다는 공포가 남더라. 이걸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년이 지나는 동안 불행히도 한국 사회에 크고 작은 재난이 있었다. 재난을 지켜보며 이 작품을 해야겠다, 할 말이 떠오르더라"라고 밝혔다.
송강호는 "한재림 감독과 이번이 세 번째 작품"이라며 "기본적으로 감독에 대한 신뢰감이 있었고 새 영화에 대한 집요한 탐구를 보여주는 부분을 늘 존경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재난 영화는 참 많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보편적인 장르 영화다. 공통적인 생각을 굉장히 세련되면서 어른스럽게 표현하는 이런 작품이 반가웠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한 감독과 첫 호흡을 맞춘 이병헌은 "시나리오가 긴장감 있고 재미있었다. 재난영화라고 해서 비주얼적인 부분, 스펙타클한 부분만이 아니라 생각하게끔 만드는 스토리가 좋았다"고 거들었다.
전도연은 "시나리오도 좋았지만, 감독님이 이 영화를 만들려는 의도가 좋았다. 크고 작은 재난을 겪으며 상처를 받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김남길은 "저도 한 감독과는 첫 작품이다. 그동안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잘 안됐다. 콘티 작업을 하시는데 우연히 뵙고 나도 작은 역할이라도 뭐 하나 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다. 재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위로를 전할 수 있는 작품이겠다 싶었다"고 했다.임시완은 '비상선언' 출연 제안 당시부터 의심의 흐름대로 풀어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처음에 한 감독님 작품이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놀랐다. 이후 선배님들 캐스팅 소식을 듣고, '그런 대작이 내게 들어왔단 말이야?'라는 생각했다. 이후 미팅이 잡혔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나' 싶었다. 될 때까지 모르니까 안심이 안 되더라. 의구심을 계속 갖다가 첫 촬영을 했을 때 안도감을 느끼게 됐다. 실감이 안 나는 작품"이라고 솔직 고백했다.
김소진은 "영화 '더킹' 이후 다시 한 감독님을 만났다. 개인적으로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유가 됐다. 연출에 대한 기대와 신뢰감을 갖고 있었다. 모험을 할 수 있는 작품을 제안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박해준 또한 한 감독의 팬임을 자청하며 "선배들도 다 하신다니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제 역할 자체가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한재림 감독은 놀라운 드림 캐스팅을 완성한 주역이다. 그조차도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은 한국 영화계에 상징성이 있는 분들이시고 다른 분들도 큰 작품에서 굵직한 역할은 하시는 분들이다. 다른 감독들도 캐스팅하고 싶었을 거다. 저도 안 믿어졌다. '이게 왜 이렇게 된 거지?'라며 찍으면서도 혼란이 왔다. 일곱 개의 영화를 찍고 있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막상 찍은 것을 보니 장면이 잘 어우러지고, 배우들이 잘 살아 있어서 관록과 연기력에 감탄했다. 여기는 안 계시지만 비행기에 탄 승객이 많이 나온다. 영화를 보면 그분들의 연기가 기억에 남으실 것 같다. 연기 보는 맛에 정말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영화 '브로커'로 한국 배우 최초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가 재난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베테랑 형사팀장 인호 역으로 분했다. 그는 "재난을 겪는 승객, 지상에서 재난을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이 느끼는 감정들이 현실적이고 생생했다"며 "평소에 잘 느끼지 못하는 가족, 이웃, 사회 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에 이어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로 찬사를 받은 이병헌은 딸 아이의 치료를 위해 비행기에 오른 탑승객 재현으로 변신했다.
이병헌은 "재현은 비행공포증이 심하다. 약을 수시로 먹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딸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게 됐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재난이 시작되고 그 공포증을 이겨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해서 있는 힘을 다해 이겨내 보려고 하는 그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송강호에 앞서 영화 '밀양'으로 2007년 칸 여우주연상을 받은 전도연이 국토부 장관 숙희 역을 맡아 눈빛만으로 상황을 압도하는 강렬한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전도연은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대처 방식이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이상적이지만 현실 불가한 이야기만 난무할 때 송강호가 연기한 인호가 대안을 내놓으며 같이 협력해서 지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진심을 다해서 하는 역할이었다"고 말했다.
김남길은 "너무 잘 어울리셨다. 국토부 장관이 전도연 선배라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임팩트가 있더라"고 거들었다.김남길이 부기장 현수 역을 맡고, 김소진이 기내 사무장, 박해준이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실장 태수 역을 연기한다.
김남길은 "부기장 역할이고, 비행기 안에서 이병헌의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을 계속 좇으며 그걸 지켜보는 저였다. 브로맨스에 중점을 뒀다"고 귀띔했다.
김소진은 "사무장 김희진 역할을 맡았다. 승객들의 안전한 비행을 위해 마지막까지 책임을 다하려고 하는 인물"이라며 "재난 상황 속에서 인간으로 더 많은 두려움과 공포심을 느끼기도 하지만 침착함을 잊지 않고 본분을 지키려고 용기를 내는 인물이다. 희생정신에 중점을 두고 바라봤다"고 했다.
박해준은 "재난 상황에서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없을 때 현실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입장을 가진 인물이라 냉정해야 했다. 너무 딱딱하고 사무적일 수 있을 것 같아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임시완이 천진한 얼굴로 승객들과 한 판 게임을 즐기는 듯한 미스테리한 캐릭터 진석 역을 연기, 색다른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임시완은 "제 역할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하지 말아 달라고 하셨다. 예고편에 나왔는데 영어로 얘기하는 게 있다. 생활권에 있는 것처럼 만들어야 해서 영어 발음 연습을 많이 했다. 당장 영어를 잘 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발음 교정을 해서 모음 발음 연습을 많이 했다"고 했다. 전 세계 팬들에게 인사를 해달라는 박경림의 요구에 임시완은 유창한 영어 인사를 선보였다.국내 최초로 항공 재난 상황을 스크린에 담은 '비상선언'은 비행기 세트에 특히 공을 들였다. 세트 전체가 360도로 회전하는 시퀀스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실제 비행기의 본체와 부품을 활용하되, 회전할 때 배우들의 부상이 없도록 안전성이 요구됐다.
한 감독은 "비행기는 모두가 한 번쯤은 타 본 공간이다. 변형하거나 이랬을 때 주는 사실감이 떨어질 것 같은 걱정이 있었다. 할리우드에서 비행기 세트를 공수해 왔고, 그들과 협력을 통해 우리나라 미술팀이 우리의 감정에 맞는 것을 설치했다. 사실감 있는 비행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비행기에 움직임을 줄 때 카메라만 흔들어 페이크 하기도 하지만, 인물의 미세한 움직임과 비행기 내부의 움직임을 못 살려서 특수효과를 통해 사실감 있는 움직임을 하려고 노력했다. 승무원 출신들이 조언을 해주셨다"고 설명했다.
이병헌은 "촬영 시작 후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됐다. 비행기 내부가 협소한데 100명 가까이 되는 배우, 스태프들이 들어가야 했다. 배우들은 마스크를 벗어야 했다. 물론 검사를 받고 들어갔지만, 걱정을 많이 했다. 비행기를 움직이는 기계를 사용할 때 안전에 신경을 써야 했다. 카메라 감독은 기둥에 몸을 묶고 촬영해야 했다. 안전사고에 걱정을 많이 했고, 신경을 썼다"고 회상했다.
한 감독은 "실제 재난이 한국에서도 많았고, 그 재난을 겪는 사람과 지켜본 사람들의 마음이 많이 녹아있다. 특정한 재난을 우리가 묘사하거나 그러지 않았다. 재난과 싸우는 인간들의 갈등, 그걸 이겨내는 순간, 패배했던 아픔들을 그려보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난영화를 찍으며 윤리적인 부분을 묻는다면, 그저 관객에게 엔터테인먼트 한 영화로 안 다가가게끔 인간으로서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의미를 담으려 노력했다"고 강조했다.재난영화에서 주로 사용되는 클리셰, 신파에 대한 우려에는 한 감독은 "클리셰는 장르라고 생각한다"며 "너무 피하면 관객과 거리가 생기는 것이고, 클리셰를 이용하면서 조금의 새로움을 얼마나 재미있게 주느냐가 중요하다. 저희는 장르 영화고 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했기에 관객의 예상을 비트는 전개를 위해 노력했다"고 자신 있게 답했다.
또 "신파는 관객에게 어떤 슬픔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배우들의 대사, 극적인 상황을 통해 관객의 마음에 느껴져서 감정이 온다면 신파라기보다 공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부분에서 차별성을 주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전도연은 관객수에 대한 질문에 "당연히 천만 넘는 영화 아닌가요?"라며 자신감 있게 답했다.
전도연은 "그렇게 생각하고서 결정했고, 그러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며 "여기 있는 배우 중 흥행작으로는 제가 제일 많은 아쉬움을 가진 배우다. 그래서 (천만에 대한) 기대는 100퍼센트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송강호는 "이병헌, 전도연 등 너무 오랜 세월 같이 호흡 맞추고 인간적으로 허물없는 친한 동료 배우들이다. 너무 호흡도 좋았다. 한국에 돌아와 완성본을 봤는데, 많은 관객이 좋아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배우들이 다 같이 나와서 좋아한다는 측면이 아니라, 저 많은 배우의 앙상블이 '비상선언'이란 작품을 위해 톱니바퀴가 되어 완성해가는 모습이 보기도 좋더라"라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신파와 같은 지점은, 보시는 분들의 생각에 따라 다르다. 작위적인 슬픔인가, 자연발생적인 슬픔인가. '비상선언'은 슬픔이 있다 하더라도 자연발생적인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슬픔이다. 훌륭한 배우들의 헌신적인 열연에 힘입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송강호가 구체적인 관객수에 대한 대답을 피하자 전도연은 "그래서 얼마요"라고 물었다. 송강호는 당황해하며 "숫자는… 전도연 씨가 너무 자신 있게 말씀하셨다. 이병헌 씨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고 미뤘다.
이병헌은 "아까 뒤에서 강호 형이 이천만 정도 되지 않을까 하더라. 저는 배우로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라고 너스레를 떨었고, 송강호는 "그런 적이 없었다"며 발뺌했다.'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항공 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를 두고 벌어지는 항공 재난 영화다. 오는 8월 개봉.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