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동시대 회화의 흐름은…다니엘 리히터 국내 첫 개인전

스페이스K 서울서 9월 28일까지 개최…주요 작품 25점 공개
독일의 대표적 동시대 회화 작가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다니엘 리히터(60)의 국내 첫 개인전이 열린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스페이스K 서울은 23일부터 9월 28일까지 다니엘 리히터의 주요 작품 25점을 소개하는 전시 '나의 미치광이 이웃'을 개최한다고 20일 밝혔다.

20세기 독일 미술계에서 등장한 사회적 현상과 시대정신을 담은 형상회화를 시작한 작가의 2000년 작품부터 신작까지 20년에 걸쳐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한 작품 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다니엘 리히터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펑크 록 밴드의 포스터와 앨범 재킷을 그리는 것으로 미술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사회 운동과 음악에 심취했던 20대 후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함부르크 예술대학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미술을 공부했다.

작품 활동 초기에는 추상 실험이 다수였으며 21세기 들어서는 구상성과 서사가 강하게 드러났다.
전시 작품 '투아누스'(Tuanus, 2000)는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한 화면과 비슷하면서도 선명한 색상들을 사용해 구상화의 성공적인 현대적 변주를 보여준다. 작가의 주요 주제인 시위대와 진압 경찰 등을 환각적으로 묘사해 종말론적 분위기도 연출한다.

작가의 2000년 작품 '피녹스(Phienox)'의 화면도 몽환적이다.

작가는 1998년 케냐와 탄자니아에서 벌어진 미국 대사관 테러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독일 통일 10주년에 발표됐다는 점에서 베를린 장벽 붕괴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도 해석된다.

스스로 나무를 쌓아 불을 피워 타 죽고 다시 살아나는 이집트 신화 속 새 피닉스에 빗대어 사회 체계의 균열과 역사의 흥망을 그려냈다.
작가는 2015년부터는 사람 몸의 움직임에 주목하면서 추상성이 뚜렷한 회화로 다시 변화를 시도했다.

강렬한 색과 선으로 속도감이 느껴지는 화면에서도 사회적 문제를 놓지 않는다.

이번 전시의 오디오 가이드는 배우 소유진이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그는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온 작가의 미술적 태도를 보며 새로운 도전과 삶의 방향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는 소감을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