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경기침체 공포 겹치니…전통의 '6 대 4 투자법' 안통하네

'수익+안정성' 최적 모델?

최근 3개월 투자수익률 -14%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낮아

"인플레로 채권 헤징효과 약화
美연기금 운용자산 증발 위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월가에서 전통적인 투자 비율로 여겨졌던 ‘60(주식) 대 40(채권) 포트폴리오’의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 가장 안전한 배분으로 여겨졌던 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최근 크게 떨어졌다.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경기침체 등 악재가 겹쳐 주식시장은 물론 채권시장에서도 공포에 질린 매도세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위기에도 건재했던 ‘60 대 40’

60 대 40 포트폴리오는 투자 자산의 60%를 주식, 40%는 채권에 투자하는 투자 준칙이다. 채권의 안정성과 주식의 수익성을 결합해 최적의 투자수익을 올리는 포트폴리오 이론을 적용했다. 주로 수조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기관투자가들이 활용한다. 대규모 연금을 장기 운용할 때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자산운용사 뱅가드에 따르면 1926년부터 2020년까지 95년 동안 60 대 40 포트폴리오의 연평균 수익률은 9.1%를 기록했다.
60 대 40 포트폴리오는 경제 위기에도 건재한 투자법이었다. 주가가 내려갈 때 채권 가격이 올라 손실을 메웠기 때문이다.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1931년 경제 대공황 당시 S&P500지수는 1년간 43% 추락했다. 같은 기간 투자 자산의 60%를 S&P500에, 40%를 미국 10년 만기 국채에 투자했을 경우 수익률은 -27.3%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에도 S&P500지수는 35% 빠졌지만, 60 대 40 포트폴리오는 13% 하락하는 데 그쳤다. 자산운용사 KKR은 “2010년대 60 대 40 포트폴리오는 ‘황금비율’이라 불렸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평가가 달라졌다. 60 대 40 포트폴리오 모델의 투자수익률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나빠졌기 때문이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 4월부터 이달 19일까지 60 대 40 포트폴리오 수익률은 14% 하락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기록한 최대 하락률(약 12%)을 밑돈다.

주식·채권 동반 하락에 수익률 악화

최근 60 대 40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큰 폭으로 떨어진 이유는 미국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하락했기 때문이다. 미국 S&P500지수는 올 들어 22.9%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톰슨로이터 10년 만기 미국 국채 지표는 14.6% 하락했다. 반등 없이 올해 말까지 하락세가 지속되면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주식과 채권 가치가 동반 하락한 해가 된다. 당시 주가지수는 1.5%, 채권지수는 2.9% 떨어졌다.인플레이션 탓이다. 인플레이션이 심화하자 주식과 채권 투자심리 모두 위축됐다. 블룸버그는 “인플레이션이 심화하자 채권이 보유한 헤징(위험 분산) 효과가 약화됐다”며 “미국 내 연기금 운용자산의 증발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여전히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면 미국 국채 투자심리가 회복돼 60 대 40 포트폴리오의 수익률도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컨센서스에 따르면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현 8%대에서 올 4분기 6.5%로 완화되고, 내년에는 3.5%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존 빌튼 JP모간 글로벌자산운용책임자는 “채권은 여전히 훌륭한 분산 투자 수단”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잦아들기 시작하면 채권이 포트폴리오의 핵심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