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는 끝났다…누리호, 다시 우주로

새벽 기상따라 발사 작업 마무리
장마전선 영향 크지 않을 듯
항우연 "긴장의 끈 놓지 않겠다"
국내 기술로 처음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로켓) 누리호가 20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다시 세워졌다. 앞서 두 차례 연기된 누리호 발사가 21일 오후 4시 예정대로 이뤄지면 한국은 세계 7대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게 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20일 오전 11시10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아파트 15층 높이(47.2m)의 한국 첫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다시 발사대에 우뚝 섰다. 지난 15일 1단 산화제 탱크 레벨센서 이상으로 철수한 지 닷새 만이다. 누리호 2차 발사 재시도 예정 시간은 21일 오후 4시다. 제주 상공에 장마전선이 발달했지만 누리호 발사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전망이다. 세계 7대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한국의 도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나로우주센터는 이날 오전부터 분주하게 돌아갔다. 발사대 주변에는 초속 0.3m의 미풍이 불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누리호 이송과 기립 작업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오전 7시20분 누리호 이송이 시작됐다. ‘롤아웃’이라고 불리는 이송 작업을 위해 누리호는 발사체 종합조립동에서 무인특수이동차량인 노란색 ‘트랜스포터’에 실렸다.오전 8시44분 누리호가 제2발사대에 도착했다. 연면적 6000㎡, 지하 3층의 제2발사대는 설계부터 조립까지 모든 공정을 순수 국내 기술로 마쳤다. 누리호를 안정적으로 세우는 작업에는 발사체 기립을 위한 별도기기인 ‘이렉터’가 사용됐다. 기립 후에는 높이 48m, 12층으로 이뤄진 짙은 녹색의 ‘엄빌리컬타워’와 연결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탯줄을 의미하는 엄빌리컬타워는 누리호에 연료와 산화제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오승협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엄빌리컬타워 연결 및 유공압 기기 체결, 기밀 작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대한민국이 우주로 가는 길을 꼭 열겠다”고 말했다.

항우연은 21일 새벽 기상 상황 등을 확인한 뒤 최종 발사 준비에 들어간다. 한반도를 덮은 고기압이 제주에 발달한 장마전선의 북상을 막고 있어 비와 낙뢰로 인한 ‘발사 불능’ 사태는 없을 전망이다. 발사대 주변을 둘러싼 지상풍도 초속 1~3m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이외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누리호는 21일 오전 10시 발사 전 최종 작업을 개시한다. 누리호의 두뇌 역할을 하는 ‘에비오닉스’의 전원 공급 및 주요 기능 점검을 수행한다. 오전엔 헬륨 가스를 주입한다. 오후에는 연료탱크에 케로신(등유)을, 산화제 탱크에 액체산소 충전을 시작한다. 발사 시간은 오후 2시30분 최종 확정된다. 오후 4시 누리호가 정상 발사되면 탑재체인 ‘성능검증위성’이 약 15분 후 고도 700㎞ 궤도에 올라설 전망이다.

앞서 누리호 2차 발사는 두 차례 연기됐다. 항우연은 지난 14일로 예정됐던 누리호 이송 및 기립 작업을 초속 12m에 달하는 강풍 탓에 하루 연기했다. 15일 오전에는 발사대 기립까지 문제없이 이뤄졌으나 1단 산화제탱크 이상이 돌연 감지돼 오후 5시 철수했다. 항우연은 산화제 탱크 상단 레벨센서 내 전기신호를 발생시키는 길이 1.2m 중심부(코어)가 문제라는 것을 확인하고 교체 및 점검 작업을 마쳤다.

고흥=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