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내느니 월세가 나을 판"…전세대출 차주들도 '곡소리'

30대 직장인, 전세대출 금리 3.1→3.7%로 올라
"한국 연말 기준금리 3% 도달" 전망

전세 대신 월세 택하기도
"대출금리 인상에 전세의 월세 전환 지속"
사진=연합뉴스
#. 5월 농협은행에서 전세대출 상담을 받았던 김미영 씨(28). 상담받을 때 안내받았던 금리는 3.6%였다. 그는 "다음 주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은행에서 금리가 최종 4.1%로 결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한 달도 안 돼 금리가 0.4%포인트나 오르니 금리인상에 따른 부담이 실감 났다"고 밝혔다. 이어 "이대로 금리가 계속 오르면 나중에 월세를 택하는 게 더 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 전세대출 7800만원을 사용하고 있는 장기용 씨(31)는 요즘 금리 인상기를 몸소 느끼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대출금리는 3.17%였는데, 지난달 금리가 3.73%로 0.6%포인트나 올랐다"며 "매달 대출 이자로 18만원을 냈는데, 이번에 25만원이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이어 "생활비 7만원을 더 줄여야 하는 셈으로, 6개월 뒤엔 또 얼마나 이자가 늘어날지 벌써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장 씨가 부담해야 할 전세대출 이자는 연간 84만원이나 늘어난 셈이다.최근 금리인상에 따라 전세대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한층 커졌다. 가파른 물가 상승세가 미국을 비롯해 국내도 본격 금리 인상기가 도래한 만큼, 전세대출 이자 상승으로 차주들의 지갑은 더 얇아질 전망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 4대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평균 금리는 5월 말 기준 연 3.26~5.35%로, 이미 5%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8월 말(연 2.71~3.64%)과 비교하면 2%포인트가량 오른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 0.5%였던 기준금리를 지난달 1.25%로 끌어올린 데 따른 영향이다.

문제는 대출 금리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점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월 기준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1.98%로, 전월 대비 0.14%포인트 올랐다. 2019년 1월(1.99%) 이후 약 3년 만에 최고치다. 코픽스가 오르면서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도 지난 16일 기준으로 일제히 올랐다. KB국민은행은 신규 취급액 코픽스와 연동된 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3.40~4.60%로 전날보다 0.14%포인트 올렸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아파트 월세 상담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1
여기에 최근 시장금리도 오르면서 추가 대출 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전세자금 대출로 활용되는 금융채 2년물은 지난 17일 연 3.862%로 6영업일 연속 상승했다. 해당 기간에 금리 상승 폭은 0.626%포인트에 달한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공격적인 긴축에 나선 데 따른 여파다. Fed는 이번 달 한 번에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가운데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추가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Fed의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0.75~1.0%포인트에서 0~0.25%포인트로 크게 줄었다. 만약, 국내 기준금리는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한 번에 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만 단행하더라도 오히려 미국의 금리가 우리나라보다 0.25~0.5%포인트 높은 상태로 역전된다.

금리가 역전될 때 나타날 수 있는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원화 가치 하락과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감안하면 국내도 금리를 빠르게 올릴 수밖에 없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은이 7월 빅 스텝에 이어 8·10·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추가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3.0%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처럼 대출금리가 추가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하는 흐름도 엿보인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4월 월세 거래량은 12만4189건으로, 전세 거래량(12만3804건)을 추월했다. 전체 임대차 계약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0%가 넘었으며, 5월엔 월세 거래량이 20만건을 넘었다.

김선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4월 주택 매매/전·월세 거래량 내 전·월세 거래 비중은 80%로, 당분간 전·월세 거주 선호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며 "기준금리 인상으로 전세 대출금리도 추가 상승할 예정인 만큼, 전세의 월세 전환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