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보다 디자이너 직함이 좋아"…데뷔 30주년 맞은 송지오 [이미경의 인사이트]

송지오 디자이너 인터뷰
올해로 데뷔 30년…연신 '창의성' 강조
직접 유화 그려 옷 디자인에 적용
'준지' 이끄는 정욱준 디자이너가 제자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옷 만들고파"
"'저 사람은 창의적인 옷을 만든 진짜 디자이너다.' 라고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송지오 디자이너가 지난 17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송지오 인터내셔널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지난 17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송지오 인터내셔널 본사에서 만난 송지오 회장은 인터뷰 내내 연신 '창의성'을 강조했다. 1993년 브랜드를 처음 선보인 뒤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송 회장은 패션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동안 아이같이 신난 표정으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러면서도 디자인의 독창성을 강조하는 순간에는 "다른 디자인을 베껴와서는 절대 안 된다. 가짜를 양산하는 시장은 창피스러운 시장"이라며 단호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간단하게 본인을 소개해달라는 부탁에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라며 약 2시간 동안 그는 '창의성'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송지오 인터내셔널 회장'이라는 직함보다는 '아트 디렉터' '디자이너'라는 직함이 더 좋다는 그는 "우리 브랜드 옷의 디자인은 정말 유니크하고 창의적이다"라며 "나는 창의적인 디자인에 중점을 둔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중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 '창의성' '독창성'

송지오 디자이너가 지난 17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송지오 인터내셔널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그가 그토록 자부하는 창의성은 어디서 나올까. 송 디자이너는 영감을 얻기 위해 텔레비전이나 영화 등 영상물을 보거나 고전문학을 읽는다. 그는 특히 독서에 대해 "문자를 읽고 머릿속으로 장면을 이미지화해 상상하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된다"고 전했다. 이런 그의 창의성이 1차적으로 발현되는 곳은 캔버스다. 사무실 한 켠에는 그의 유화 작업 공간이 있는데, 그는 이 유화 작품을 옷 디자인 장식, 패턴 등의 일부로 활용한다. 송 디자이너가 창의성을 중요시 여기게 된 데는 파리 유학시절의 영향이 컸다. 그가 공부했던 패션학교 프랑스 '에스모드 파리'는 창의적인 디자인을 요구하는 교육방식으로 유명하다. 그는 "처음에는 패션사업을 하고싶었다"며 "하지만 에스모드 파리에서 공부하며 패션비즈니스보다는 크리에이터가 되는 길을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풍부한 몸짓과 웃는 얼굴로 대화를 이어나가던 그였지만 분위기가 진지해진 순간이 있었다. 그는 일부 업계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디자인을 무단으로 베껴가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하며 "젊은 디자이너들이 디자인 무단 복제 시장에 발을 디딜 수 없도록 관련 시장이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신의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시장조사를 진행하고 나만의 디자인으로 소화하는 것과 처음부터 남의 디자인을 베끼려고 하는 것은 다르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에스모드 파리의 한국 분교인 에스모드 서울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신진 디자이너들이 자신만의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현재 디자이너 브랜드 '준지'를 이끌고 있는 정욱준 디자이너가 송 디자이너의 제자다. 그는 정 디자이너에 대해 '수업 태도도 좋고 실력도 우수한 학생'으로 기억한다. 이어 "욱준이가 만든 옷을 보면 너무 멋있다. 아주 잘하고 있는 것 같다. 학창시절에도 성과물이 우수했어서 당연히 잘될 줄 알았다"고 칭찬했다.

"회사 규모 키우는 것도 중요"…아들이 대표직 맡고 브랜드 다각화

디자인의 독창성을 무엇보다 중요시하기는 하지만 사업적인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건 아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시장과 팬덤이 형성돼 있어야 디자이너가 선보인 옷을 소비자들이 접하고 입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그는 지난 4년간 파리패션위크에도 참가하지 않고 브랜드 다각화에 집중했다.

다만 그는 디자인 부문을 중점적으로 이끌고, 회사 규모를 키우는 일은 아들인 송재우 대표에게 맡겼다. 2018년부터 송지오 인터내셔널을 이끌고 있는 송 대표는 송지오 옴므, 지제로 등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며 회사 몸집을 키웠다. 올해는 한국시간으로 오는 24일부터 열리는 파리패션위크에 5년 만에 참가해 송지오의 새출발을 알릴 계획이다.

30년 디자이너로 살아온 그에게 앞으로 남은 30년은 어떤 디자이너로 기억되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독창적인 옷을 만든 디자이너, 멋진 옷을 만든 디자이너로 기억되고 싶다고 답했다."'창의적인 디자인의 옷을 만들어낸 '진짜 디자이너'로 기억되고 싶다. 예술적인 측면에서 질을 높여 '송지오 스타일'을 더욱 견고하게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송지오 스타일'이 무엇인지 정의하라고 한다면, 그건 너무 어렵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입으면 멋있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도 높은 옷을 만드는 것이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