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보다 디자이너 직함이 좋아"…데뷔 30주년 맞은 송지오 [이미경의 인사이트]
입력
수정
송지오 디자이너 인터뷰
올해로 데뷔 30년…연신 '창의성' 강조
직접 유화 그려 옷 디자인에 적용
'준지' 이끄는 정욱준 디자이너가 제자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옷 만들고파"
"'저 사람은 창의적인 옷을 만든 진짜 디자이너다.' 라고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중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 '창의성' '독창성'

인터뷰 내내 풍부한 몸짓과 웃는 얼굴로 대화를 이어나가던 그였지만 분위기가 진지해진 순간이 있었다. 그는 일부 업계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디자인을 무단으로 베껴가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하며 "젊은 디자이너들이 디자인 무단 복제 시장에 발을 디딜 수 없도록 관련 시장이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신의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시장조사를 진행하고 나만의 디자인으로 소화하는 것과 처음부터 남의 디자인을 베끼려고 하는 것은 다르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에스모드 파리의 한국 분교인 에스모드 서울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신진 디자이너들이 자신만의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현재 디자이너 브랜드 '준지'를 이끌고 있는 정욱준 디자이너가 송 디자이너의 제자다. 그는 정 디자이너에 대해 '수업 태도도 좋고 실력도 우수한 학생'으로 기억한다. 이어 "욱준이가 만든 옷을 보면 너무 멋있다. 아주 잘하고 있는 것 같다. 학창시절에도 성과물이 우수했어서 당연히 잘될 줄 알았다"고 칭찬했다.
"회사 규모 키우는 것도 중요"…아들이 대표직 맡고 브랜드 다각화
디자인의 독창성을 무엇보다 중요시하기는 하지만 사업적인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건 아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시장과 팬덤이 형성돼 있어야 디자이너가 선보인 옷을 소비자들이 접하고 입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그는 지난 4년간 파리패션위크에도 참가하지 않고 브랜드 다각화에 집중했다.다만 그는 디자인 부문을 중점적으로 이끌고, 회사 규모를 키우는 일은 아들인 송재우 대표에게 맡겼다. 2018년부터 송지오 인터내셔널을 이끌고 있는 송 대표는 송지오 옴므, 지제로 등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며 회사 몸집을 키웠다. 올해는 한국시간으로 오는 24일부터 열리는 파리패션위크에 5년 만에 참가해 송지오의 새출발을 알릴 계획이다.
30년 디자이너로 살아온 그에게 앞으로 남은 30년은 어떤 디자이너로 기억되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독창적인 옷을 만든 디자이너, 멋진 옷을 만든 디자이너로 기억되고 싶다고 답했다."'창의적인 디자인의 옷을 만들어낸 '진짜 디자이너'로 기억되고 싶다. 예술적인 측면에서 질을 높여 '송지오 스타일'을 더욱 견고하게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송지오 스타일'이 무엇인지 정의하라고 한다면, 그건 너무 어렵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입으면 멋있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도 높은 옷을 만드는 것이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