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창용 "빅스텝 여부, 물가·환율·이자부담 고려해 종합판단"

고려""3분기 물가 정점 가능성…다만 불확실성 크다"
이 총재 두 번째 기자간담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1일 우리나라의 '빅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대해 "환율과 가계 이자 부담 등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이 총재는 이날 한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금융통화위원회가 빅 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지난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자, 미국과의 금리 차를 줄이기 위해 우리나라도 빅 스텝을 단행해야 한다는 견해가 일각에서 나온 바 있다.

이 총재는 물가 정점 시기에 대해서는 "3분기에 물가가 정점에 이르지 않을까 하는 것이 시장의 견해"라면서도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불확실성은 크다"고 밝혔다.그는 또 올 연말 금리 상단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한은의 중립금리에 대한 질문이 여러 차례 나오자 "현재 금리는 중립금리보다 아래에 있는 것이 맞는다"면서 단 "한은이 생각하는 중립금리 수준을 명시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불가피한 오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취임 후 두 번째로 이뤄진 기자 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한층 조심스러운 어조로 질의에 답하면서 오해 소지가 있을 만한 부분에 대해선 재차 설명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정부 등이 언급하고 있는 '복합 경제위기'에 대한 질문에 "위기가 지금 온다는 건 아니다"에 이어 "지금 당장 온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다음은 이 총재와 일문일답.
-- 이달 물가가 5% 후반 또는 6% 초반을 기록하게 될 경우 7월 금통위가 빅 스텝 밟을 가능성이 있나.

▲ 빅스텝을 할 것이냐 아니냐는 것은 물가 하나만 보고 결정하는 게 아니다.

물가가 올랐을 때 우리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나 환율에 주는 영향도 봐야 한다.또 우리나라는 변동금리부채권이 많기 때문에 가계 이자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통위원들과 상의해 적절한 조합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금통위 이후 새로 발생한 정보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과 유가 추가 상승이다.

국내 상황은 크게 변화가 없다.

현재는 연준 결정 이후 시장이 새로운 정보에 적응하는 기간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이 상태에서 물가가 6%를 넘을지 등을 예단하기는 이르다.

아직 다음 금통위 회의까지 3주 정도 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사이 새로운 정보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

새로운 정보를 보고 적절히 판단하겠다.

-- 금통위원들 사이에서 물가 안정을 위한 내외금리차가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는지.
▲ 내외금리차 자체의 어떤 수준을 꼭 방어해야 한다는 경제이론은 없다.

내외금리차가 우리나라에서만 생기는 것인지, 다른 주요국도 생기는 것인지, 환율과 자본 유출에 대한 영향은 어떤지 그때그때 유연하게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

금리차가 얼마인지 그 자체에 대해 매달릴 상황은 아니다.

-- 물가 정점이 언제 올 것으로 예상하나.

▲ 앞서 물가가 2분기 말, 3분기 초 정점에 이르고 완만하게 하락하는 추세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도 그런 패턴을 예상했지만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이전보다 높은) 8.6%를 기록해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물가 상승세가 좀 더 지속될 가능성을 보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도 물가가 3분기에 정점을 이를 것이라는 게 시장의 견해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되는지 등에 따라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 중립금리 이상으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판단하나.

한은이 생각하는 중립금리 수준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 현재 금리가 중립금리보다 아래에 있다.

일단 중립금리 수준까지 가고, 물가가 계속 오르면 그 상황에서 여러 변수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엔 변화가 없다.

중립금리에 도달한 이후에도 금리를 안 올린다거나 올린다는 것을 예단하는 말은 아니다.

나도 학자 출신이지만 중립금리의 범위는 굉장히 넓다.

또 중립금리를 발표하면 마치 그 금리로만 간다고 잘못 생각할 수 있다.

시장을 무시하는 발언은 아니나 경제 비전문가에게 '중립금리가 이거다'라고 말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초래할 수 있다.

한은 직원이 개인적으로 발표하는 연구 논문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시사할 수는 있더라도 직접적으로 통화정책 중 하나의 지표로 명시해 발표하는 건 시급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복합 경제위기'를 언급했다.

총재 견해는.
▲ 최근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고,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커져 취약계층이라든지 소득불평등 등 문제가 같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크니까, 그렇다고 아예 위기가 지금 온다는 건 아니지만, 금융안정에 주는 영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당장 (위기가) 온다는 뜻이 아니다.

환율, 자본유출, 취약계층에 대한 이자 부담 등이 다 복합됐다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위기의 성격이 복합적이어서 한은 금리나 기재부 재정정책, 금융당국의 감독 기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정책 조합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으로 알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