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유치' 파리 찾은 최태원 "출발 늦었지만 결승선은 먼저"

"올림픽·월드컵·엑스포 모두 개최한 나라는 6개뿐…7번째 '큰나라' 되자"
"규제가 생긴 근본 원인 외면한 규제개혁 요구는 공허한 외침"
"경쟁국과 비교해 출발은 좀 늦은 것 같지만 결승선에는 우리가 먼저 골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열리는 프랑스 파리를 찾은 최태원 공동 유치위원장은 20일(현지시간) 현지 특파원 간담회에서 출발이 뒤처진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우리가 늦었다기보다는 상대방이 과속하고 있다.

이런 경우가 없었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개최지 결정까지 아직 500일이나 남아 있어 '추월'할 시간이 충분하다는 최 위원장은 후보지로서 부산의 장점에 관해 우선 탁월한 입지를 꼽았다. 개최 예정지가 부산역이 코앞인 부산의 핵심인데다 경치나 모든 여건이 탁월해 도시 여건상 아무래도 외곽에서 행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경쟁국보다 유리하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바다를 낀 입지 역시 강점으로 꼽으면서 "바다의 생태계라는 주제도 호소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부산시에서 낸 '플로팅 아일랜드' 구상도 흥미를 끌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민간 유치위원회의 역할에 관해 최 위원장은 "지금 10여 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들어올 것"이라며 "각 기업이 지닌 장점과 각자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런 일(재계의 협업)을 해 본 것이 한두 번이 아니고 회장들이 호흡이 잘 맞아 팀워크는 나무랄 데 없다"고 한 최 위원장은 "개최 도시 결정에 국내 열기, 붐 조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면에서도 기업들이 할 일이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 본인도 파리에 머무는 동안 그간 구축한 인맥을 최대한 활용해 각국 외교부 장관이나 대사 등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도움이 되는 말도 들을 것이라고 했다.
2030년 엑스포가 개최되는 시점에 가장 중요하게 부각될 기술에 관해 최 위원장은 미래 환경 기술, 드론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 바이오 의학 기술 등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들이 해당 기술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점도 유치 경쟁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최근 엑스포 유치 공동위원장까지 맡게 됨으로써 SK 회장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까지 '모자 3개'를 쓰게 됐다는 자신의 말이 화제가 된 것과 관련해 최 위원장은 "해야 할 일이 많아졌지만 어떻게든 시간을 더 투입하는 것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 때문에 운동광으로 알려진 그이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골프는 거의 끊었다고 한다.

물가 급등이 초래한 세계 경제의 위기 상황에 관해 최 위원장은 "2008년 국제금융위기 때부터 구조조정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외면하고 돈을 푸는 방식으로 잘못 대응하면서 누적된 위기가 한꺼번에 분출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무역 제한과 공급망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지면서 위기가 가중됐다는 것이다.

결국 물가를 안정시키려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정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약한 쪽에서 문제가 생길 것이라면서 그로 인한 진통은 꽤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재계 스피커 역할도 하고 있는 최 위원장은 경제위기 때마다 규제 개혁을 해법으로 외치는 경제단체들의 상투적인 대응을 경계했다.

최 위원장은 "모든 규제는 저마다 생긴 이유가 있다.

근저에 깔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서 규제개혁을 해달라는 것은 공허한 외침"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국민에게 신뢰를 받음으로써 반기업 정서를 극복하지 못하면 정부나 정치권에 열심히 호소한다고 해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최근 재계가 공동으로 발표한 '신기업가 정신' 선언문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가장 중요한 도전은 기후 위기 대응이라고 최 위원장은 진단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탄소 감축과 관련해 3조 달러 이상의 시장이 새로 생기는 만큼 누군가에게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그 기회를 잡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엑스포로 화제를 돌린 최 위원장은 "지금까지 올림픽과 월드컵, 등록 엑스포 등 3대 국제행사를 모두 치른 나라는 단 6개국뿐"이라면서 "2030년 행사를 유치하면 우리가 그만큼 큰 나라가 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렇게 사이즈가 큰 만큼 경쟁국들도 사력을 다하고 있어 쉽지 않다"고 한 최 위원장은 정부나 기업만으로 할 수 없고 부산만의 일도 아니다"라면서 국민의 관심과 성원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2030 부산엑스포'라기보다는 '2030 월드엑스포 코리아'로 불러달라고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