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관 봉착한 직원 비위행위 조사…자진신고 핫라인 설치했더니

한경 CHO Insight
조상욱 변호사의 '인사兵法'
노동조사는 문제직원의 비위행위를 인지하여 관련 사실을 입증함으로써 그 다음 인사조치와 대응단계를 준비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아 자주 어려운 상황을 만난다. 이를 돌파하려면 각별한 시도가 필요할 때가 많다. 이번에는 그런 사례 두 가지를 각색해서 소개한다.

첫번째 사례는, 인사부장과 조사팀을 구성하여 소비재 제조·판매회사의 영업사원 비리를 조사할 때 일이다. 한 영업소의 재고 부실 관리에 관한 내부고발로 조사가 시작되었는데, 내부고발자를 면담하니 해당 영업소 외에 다른 영업소의 영업직원들도 유사한 비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정황이 나타났다. 영업직원 여러 명이 의심자로 거명되었다. 이에 조사팀은 다른 영업소 재고 비리까지 조사를 확대하기로 했고, 사장으로부터 잘 해보자는 격려까지 받았다. 그런데 이후 조사에서 큰 기대를 걸었던 의심자들 면담이 별 소득 없이 끝났다. 분명 의심스러운 점은 있는데, 재고 빼돌리기 세부 방식을 파악하지 못한 채 면담을 하다 보니 질문이 핵심에서 비껴갔다. 의심자들은 말 맞추기로 요리조리 피해갔다. 다음 대책을 고심하면서 속절없이 시간만 흘렀다.

조사가 이렇게 벽에 부딪히면 보통 조사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는데, 대상 기업에서도 그러했다. 특히 이번 조사는 인사부장이 특정 임직원을 제거하기 위해 벌인 일이라는 오해가 퍼져 있었다. 이를 이용해 의심자들과 일부 임원이 인사부장을 대놓고 모함하며 조사를 중단하라는 압력을 넣기 시작했다. 조사가 중단될지 모르는 위기가 왔다. 타개가 절실했다.
여러 옵션을 놓고 숙의한 결과, 조사팀은 자진신고제도 시행을 해보기로 했다. 기업은 10일 내 재고 비리를 포함한 영업행위 관련 비위를 자진신고하도록 권유하고, 신고하면 본인 비위는 최대한 선처한다고 약속한다. 선처 약속에 무게를 싣기 위해 사장이 직접 공지 메일을 보낸다. 익명성 보장을 위해 로펌 사무실에 24시간 핫라인 전화를 둔다.

이런 계획을 보고하니, 사장은 "이런 방식을 처음 듣는다. 도대체 누가 신고하겠어?"라며 미심쩍어 하면서도, 조사팀이 필요성을 강변하자 승인은 해주었다. 내심 걱정이 많았다. 사장이 못미더워 하는 것도 이해가 됐다. 노동조사에서 이런 자진신고제도를 시행하는 일은 드물다. 신고가 없거나, 있어도 성과가 없을 수 있다. 그러면 내부 반발이 더 심해지고, 특히 인사부장 비방이 위험 수위를 넘어설 염려가 있었다. 그러나 또 다른 내부고발자가 없다면 어려움 돌파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었다. 문구를 다듬어 사장 명의로 공지 메일을 전국 모든 영업소 직원에 돌렸다.

두 번째 사례다. 고참 직원이 공장에서 사소한 일로 같이 근무하던 후배를 욕하면서 따귀를 때려 해고를 당했다. 고참 직원은 소를 제기했다. 승소를 자신했던 기업은 변호사도 선임 않고 느긋하게 대응했는데 결과는 패소였다. 단순 폭행에 해고는 과하다는 것이다. 2심을 맡았다. 원래 이런 2심 사건은 1심에 제출된 증거를 살펴 관련 사실을 확인하고 법리 구성과 서면 준비에 집중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법무팀장과 논의 결과, 이 건은 조사를 통해 따귀 때리기가 고참 직원의 고질적 폭행 습벽에서 나온 악행임을 입증해야 1심 판결을 뒤집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법무팀장은 고참 직원의 폭행 습벽은 널리 알려져 입증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 자신했다. 고참 직원과 같이 업무를 했던 직원들부터 면담 조사를 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간단히 끝날 것으로 기대했던 면담 조사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만났다. 고참 직원의 불같은 성격을 너무나 잘 아는 면담 직원들이 영 나서지 않는 것이다. 몇 건의 익명 진술서를 받았지만 공개증언은 할 수 없다고 했고, 대부분은 그마저 거부했다. 1심 패소로 고참 직원이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퍼져 요지부동이었다. 각별한 대책이 없다면 폭행 습벽 입증은 포기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몰렸다.

법무팀장과 여러 번 상의 끝에, 컨설팅펌을 선정해서 보고서를 받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르면, 컨설팅펌은 임직원 100여명 전원에 대해 설문조사를 하여 고참 직원의 폭행과 폭언 경험을 확인한다. 철저한 익명성을 보장해서 진술자 이름이 보고서에 기록되지 않음은 물론, 기업에 따로 공개되지도 않는다. 보고서는 고참 직원의 폭행 습벽과, 이로 인해 초래된 기업질서 문란의 증거로 법원에 제출한다. 이렇듯 해고 소송 중 일부 사실, 그것도 직접 사실도 아닌 정황 입증을 위해 외부 전문가를 끌어들이는 것 역시 앞의 자진신고제도처럼 흔히 실행되지는 않는 방법이다. 명백한 약점도 있다. 직원들의 응답 결과를 예측할 수 없고, 피해 직원 진술이 있더라도 익명성 보장 때문에 진술자가 특정되지 않으니 법원이 리포트를 믿어줄지 불확실했다. 컨설팅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경영진에게는 승소를 위해서는 폭행 습벽 입증이 반드시 필요하고, 입증해 보겠다면 현재로서는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승인을 받고, 컨설팅펌을 찾아 조사를 의뢰하고 결과를 기다렸다.

위 두 사례에서 조사팀 기대와 같이 사안이 진행되었을까? 첫번째와 두번째가 갈렸다. 첫번째 사례에서는 공지 며칠 후 지방의 한 영업소 직원으로부터 핫라인으로 전화가 왔다. 영업소장이 오랫동안 자기와 다른 직원들에게 사은품 재고를 외부에 빼돌리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처벌되지 않는다면 사실을 다 밝히겠다고 했다.

마음이 바뀔세라 즉시 신고자와 만나 사실을 확인하고 소장의 자인을 받은 후, 신고 직원 잘못은 불문에 붙이고 소장만 변상과 함께 퇴사하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 그리고 그 조사에서 파악한 이 기업 특유의 재고 빼돌리기 방식을 토대로 다른 의심자들 면담을 다시 준비해서 진행했다. 조사 결과 다수 영업소에서 재고 비리가 확인되고 연루 직원들이 기업을 떠났다. 기업은 재고 비리 근절을 위한 전사적 제도 정비를 했고, 인사부장에 대한 비난은 잦아들었다. 기대를 넘어서는 대성공이었다.

그러나 두번째 사례는 실패했다. 보고서를 받아 보니, 많은 직원이 고참 직원으로부터 폭행이나 폭언을 당한 바는 확인이 되었다. 그러나 설문조사라는 한계와 고참 직원에 대한 두려움으로 언제, 어디서 어떤 폭행과 폭언을 당했는지 자세한 답변을 한 직원은 없었다.

대부분 직원이 폭행 습벽이 있는 고참 직원 복귀를 원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보고서를 증거로 제출했지만, 법원은 이번에도 고참 직원 손을 들어 주었다. 기업은 다툼을 포기하고, 미지급 임금과 위로금을 주는 대신 고참 직원이 복직 즉시 자진 퇴사하는 선에서 사안을 마무리했다.

조사팀은 노동조사에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첫 번째 사례의 내부고발과 두번째 사례의 자진 피해신고 같은 일은,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조사팀이 애쓴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최선의 방안을 찾아 시도해도 결과는 모른다. 익명성을 보장하고 처벌하지 않는다는 기업 공지를 믿는 내부고발자가 있다는 것, 용기 있게 나서서 폭행 폭언을 말해 줄 직원이 없다는 것은 실행 전에는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실패 위험은 불가피하다. 조사팀에게는 그런 무력감을 넘고 실패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어려움을 돌파하겠다는 결심과, 그 결심에서 나오는 어떤 안간힘이 필요하다. 여기에 상황에 들어맞는 과감한 선택, 그리고 운(運)이 더해지면, 노동조사는 문제직원의 비위행위를 입증하여 그 다음 단계로 국면을 전환한다는 사명을 달성할 수 있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노동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