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에서 일하는 하청근로자 안전도 원청 책임…원청 사업장 기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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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2020년 1월 16일부터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되고 있는데, 해당 개정법에서는 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도급인의 책임을 강화하였고, 그 방안 중의 하나로 수급인의 근로자라 하더라도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도급인이 해당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게 하였다.
김동욱 변호사의 '노동법 인사이드'
특히 도급인 사업장의 범위를 확대하여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장소에서 일하는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에 대해서도 그 장소를 지배·관리하는 도급인이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게 하였다(산업안전보건법 제10조 제2항,). 이러한 산업안전보건법의 조항은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과정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영역을 결정하는 기준인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영향을 주었다. 그런데, 산업안전보건법은 제2조 정의규정에서 '도급인의 사업장'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두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도급인의 사업장의 개념은 해석론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도급인 사업장은 형식적인 사업장과 실질적인 사업장이 있을 수 있다. 도급인이 관리권을 가지고 관리하면서 생산이나 서비스 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장소는 형식적으로 도급인의 사업장으로 평가가 된다. 이때 도급인이 해당 장소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는지 여부는 기준이 될 수 없다. 도급인의 장소에 대한 관리권을 갖는 경우가 반드시 해당 장소에 대한 소유권을 전제로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도급인이 해당 장소에 대한 임차권을 가지고 사업을 영위할 수도 있다. 만약 수급인이 특정한 장소에 대해 점유를 할 민법상 권원(소유권, 임차권 등)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해당 장소는 도급인의 사업장이 아닐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해당 장소에 대해 점유할 권원은 해당 장소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징표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도급인이 임대인인 경우에도 동일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물론 형식적으로 명의만 수급인의 이름으로 계약을 체결하거나, 형식적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차임을 시장가보다 굉장히 낮은 수준으로 지급한 경우는 수급인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이유로 도급인의 사업장이 아니라고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임차인이 도급인 또는 제3자에게 시장가에 상당하는 차임을 지급하고 해당 장소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에는 도급인의 사업장이 아니라는 징표가 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도급인의 임직원들이 수급인의 사업장에 대한 자유로운 통행권이 있는지가 중요한 표지가 될 것이다. 도급인의 임직원들이 자유롭게(또는 도급인의 승인을 받고) 드나들 수 없는 공간을 도급인의 사업장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급인의 임직원들이 수급인의 사업 공간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거나, 설혹 통행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수급인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장소는 도급인의 사업장으로 볼 수 없을 것이다. 설혹 같은 부지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부지 내에 게이트가 다르거나, 출입구가 다른 경우에도 동일하다. 또한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건물 출입구가 같은지, 건물 안에 벽체 등으로 장소가 구별되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문제는 실질적인 도급인의 사업장을 어떻게 판단하는지이다. 실질적인 도급인의 사업장에 대해서 법문언에서는 ‘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장소로서 지배·관리하는 장소’라고 표현하고 있다. '제공하거나 저장한 장소'와 관련하여, 도급인과 수급인이 실질적인 협의를 통해 장소를 지정한 경우나 도급인이 장소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였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장소결정권이 수급인에게 있었던 경우에는 지정한 장소라고 보기 어렵다. 즉, '지정'은 구속력이 있는 지정이어야 한다. '제공'의 개념도 시장가에 상응하는 상당한 금액을 지급하는 유상임차의 경우에는 제공의 개념에 포섭시키기 어렵다고 본다. 또한 해당 장소는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장소이어야 한다. 이 때 지배·관리의 대상은 해당 사업장(장소)이지 수급인 그 자체는 아니다. 만약 지배·관리의 대상을 수급인으로 해석하게 되면 수급인이 도급인의 자회사 등으로 도급인이 상법상 지배·관리를 할 수 있는 경우도 혼동을 불러일으키기 쉽기 때문이다. 장소적 지배·관리를 위해서는 해당 장소에 대한 자유로운 출입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도급인 임직원들이 해당 장소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없는 경우에는 지배·관리에 대한 부정적 징표가 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영역을 결정하는 기준인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의 입법배경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산업안전보건법 해석론은 매우 중요하며, 앞으로 중대재해처벌법 분쟁에서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노동그룹장/중대재해대응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