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포스트 양윤선의 '승부수'…CDMO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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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옴니아바이오 인수‘1세대 바이오벤처’ 메디포스트가 설립 22년 만에 가장 큰 변화를 단행한다. 사모펀드(PEF)에서 1400억원을 끌어와 세포·유전자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진출한다. 이 과정에서 창업자인 양윤선 대표는 최대주주에서 내려온다. 업계에선 ‘양 대표가 승부수를 던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스카이레이크와 경영권 양수도 계약
최대주주 내려놓는 결단 내려
1400억 신사업 투자금 유치받아
유전자치료제 위탁생산 진출
줄기세포 신약 글로벌 임상 속도
내년 카티스템 美 3상 진입 목표
최대주주 내놓는 창업자
양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글로벌 사업이 본격화하는 중대한 변화의 시점에 서 있다”며 “변곡점에 조직이 변하지 않을 수 없고, 창업자인 나도 예외가 아니다”고 밝혔다. 최대주주 자리를 내놓는 데 대해선 “감수하는 게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지난 3월 메디포스트는 스카이레이크PE, 크레센도PE와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맺었다. 거래가 최종 마무리되면 6.2%인 양 대표 지분율은 3%대로 떨어지고 PE 컨소시엄이 지분율 21%로 최대주주에 오른다. 대개 짧은 기간에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사모펀드가 호흡이 긴 신약 연구개발(R&D) 바이오벤처의 최대주주가 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회사 내부에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하지만 양 대표는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하는 걸 하는 게 상장사 최고경영자(CEO)의 의무”라고 설득했다.
메디포스트는 2012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제대혈에서 뽑아낸 줄기세포로 무릎 골관절염을 치료하는 카티스템을 출시했다. 제대혈은 출산 후 탯줄에서 나온 혈액이다.출시 첫해 7억원이던 카티스템 매출은 지난해 172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제대혈은행 사업에서는 25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카티스템 매출이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늘었지만, 이렇다 할 후속작은 없었다. 한때 1조원을 훌쩍 넘던 시가총액은 현재 400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CDMO 승부수…글로벌 임상도 가속
양 대표가 ‘대규모 투자 유치’라는 승부수를 띄운 건 두 가지 이유에서다. 지금이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사업에 진출할 적기라는 판단 때문이다. 메디포스트는 지난 5월 말 캐나다 CDMO 업체인 옴니아바이오를 886억원에 인수했다. 그는 “우리는 세포치료제 카티스템을 개발해 상업화까지 성공했한 경험이 있다”며 “이는 다른 CDMO 업체에는 없는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메디포스트는 옴니아바이오의 생산설비 규모를 현재 2800㎡에서 2025년 1만700㎡로 네 배 가까이로 증설할 계획이다. 양 대표는 “옴니아바이오는 다수의 미국 유럽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며 “옴니아바이오의 사업을 아시아 지역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그는 카티스템과 차세대 주사형 골관절염 치료제(SMUP-IA-01)의 글로벌 임상에도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승부수를 던진 두 번째 이유다. 카티스템은 미국에서 임상 1·2a상을 마친 상태다. 내년 임상 3상 진입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SMUP-IA-01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1상을 건너뛰고 곧바로 2상에 들어가도 된다는 의견을 받았다.
양 대표는 “카티스템과 SMUP-IA-01 등의 글로벌 임상에 쓸 시약을 옴니아바이오에서 생산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로 사업을 다각화할 뿐 아니라 자체 개발 중인 후보물질의 글로벌 임상 효율성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美 법인 역할 확대…R&D도 현지에서
미국법인 메디포스트아메리카의 기능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여태까지는 현지 임상 관리 기능에 그쳤는데, 앞으로는 R&D와 사업 개발까지 맡는다. 양 대표는 “카티스템은 물론 주사형 줄기세포치료제의 치료 분야(적응증) 확장을 위한 R&D 및 사업 개발을 미국법인이 맡을 것”이라고 했다.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