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항체 기술로 면역항암제 틈새 시장 공략"

면역항암제, 20~30%에만 효과
세라노틱스, 이중항체 신약 개발
내년 폐암치료제 임상 진입 목표
키트루다, 옵디보 등으로 대표되는 면역항암제는 암 치료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전체 암환자의 20~30%에서만 효과를 보인다는 한계가 있다.

국내 항체전문기업 세라노틱스는 기존 면역항암제가 듣지 않는 나머지 70~80% 환자를 표적으로 삼았다. 정병헌 세라노틱스 대표(사진)는 “차별화된 항체 라이브러리(집합체)와 이중항체 엔지니어링 기술로 이중항체 기반의 폐암 치료제 TN-01A를 개발 중”이라며 “올 4분기 전임상(동물실험)을 거쳐 내년 사람 대상 임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TN-01A는 이 회사의 핵심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이다. 서로 다른 항원(병원체)을 인식하는 2개의 항체를 인공적으로 합친 이중항체를 활용했다. 기전은 이렇다. 면역항암제가 듣지 않는 환자는 면역세포가 암세포에 침투하지 못하거나, 침투하더라도 면역 활성이 안 된다. 암세포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면역세포의 기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TN-01A는 이 억제 물질과 암 표면에 있는 표적 단백질의 활동을 저해한다. 항암 효과와 종양미세환경(TME) 개선을 통한 면역세포 활성화라는 두 가지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TN-01A가 키트루다 등 기존 면역항암제가 듣지 않던 폐암 환자에게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세라노틱스가 동물 효능평가를 한 결과, TN-01A를 투여한 4개 개체에서 완전 관해(암세포가 모두 사라진 상태)가 나타났다. 나머지 3개 개체에서도 암세포 크기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전체 시험 기간에 심각한 부작용이나 혈액학적·조직병리학적 이상도 없어 안전성 역시 입증했다는 설명이다.이런 효능을 낼 수 있었던 건 세라노틱스가 자체 구축한 3세대 항체 라이브러리 덕분이란 설명이다. 현재 대부분 바이오회사의 항체 라이브러리는 2세대다. 정 대표는 “2세대 라이브러리의 항체는 대장균에서 잘 발현되지 않는 부위가 포함돼 있어 라이브러리 크기에 비해 사용할 수 있는 항체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고 했다.

세라노틱스는 최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바이오USA’에서 TN-01A의 기술수출 및 공동 개발을 논의했다. 정 대표는 “미국 중국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관심을 보였다”며 “자체 구축한 항체 라이브러리를 통한 신약 후보물질 발굴 요청도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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