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속 '뜻밖의 호재'…K배터리 웃는다

주 원재료 니켈값 하락

경기침체 우려, 니켈수요 하락
SK온 등 '하이니켈' 수익성↑

中배터리는 주원료 리튬값 급등
장점인 가격경쟁력 사라질 처지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에도 한국 배터리 3사는 웃고 있다. SK온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의 주력인 하이니켈 배터리의 핵심 원재료인 니켈 가격이 하락해서다. 고공행진 중인 탄산리튬 가격 탓에 중국 배터리업체의 주요 생산품인 LFP(리튬 인산 철) 배터리는 원가가 치솟고 있다. 성능은 낮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한 LFP 배터리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한국 배터리의 시장점유율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中 배터리와 원가 차이 축소

21일 업계에 따르면 NCM(니켈 코발트 망간) 배터리의 양극재 생산원가는 지난해 11월 LFP 배터리보다 26% 비쌌지만 최근 그 격차가 10% 초반으로 좁혀졌다. 양극재는 배터리 생산 원가에서 40~50%를 차지한다.NCM과 LFP 배터리의 양극재 생산원가 축소는 NCM 배터리에 주로 쓰이는 니켈 가격이 꾸준히 하락했기 때문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글로벌 니켈 현물가격은 지난 3월 23일 t당 3만5550달러에서 이달 20일 2만5230달러로 3개월 새 약 30% 급락했다.

니켈 가격 하락은 니켈 사용처의 70%에 달하는 스테인리스스틸 강판 수요가 줄어든 여파다. 중국 건설 현장은 스테인리스스틸 강판의 최대 수요처인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로 현지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었다. 전기차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배터리는 글로벌 니켈 쓰임새의 8~10%에 불과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 김광래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돼 니켈 가격은 한동안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니켈 가격 안정은 하이니켈 배터리가 주력인 한국 배터리기업들에 큰 힘이 되고 있다. 한국 업체들은 높은 원가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해 니켈 함량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저렴한 LFP와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니켈값이 하락해 원가가 낮아지면서 한국 제품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니켈 함량이 가장 높은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은 SK온이다.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니켈 함량을 90%까지 높인 NCM9을 개발했고, 올 초부터 포드에 본격적으로 납품하고 있다. 니켈 비중을 높이면서 에너지 밀도 또한 ㎏당 300Wh까지 끌어올렸다. LG에너지솔루션의 NCMA는 니켈 함량이 85~90%, 삼성SDI의 젠5는 88%에 이른다.

탄산리튬 가격은 고공행진

전기차 배터리에 글로벌 생산량의 70%가량이 쓰이는 리튬 가격은 수요 증가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21일 ㎏당 224.5위안이던 가격이 올 3월 16일 472.5위안을 찍은 데 이어 이달 20일에도 457.5위안으로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CATL, BYD 등 중국 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의 주력 배터리인 LFP는 한국의 NCM보다 리튬을 다섯 배가량 많이 쓴다. 게다가 NCM에 쓰이는 수산화리튬보다 LFP에 적용하는 탄산리튬 가격이 더 급등한 점도 원가 상승을 불렀다. 중국 전기차에는 상대적으로 저품질인 탄산리튬이 쓰이는데, 현지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면서 탄산리튬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고 있다.두 배터리의 원가 격차가 줄면서 LFP의 가장 큰 장점이던 가격 경쟁력이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원재료 상승분을 판매가에 반영하는 한국 업체와 달리 원자재값 인상분을 대부분 떠안는 중국 기업의 판매 구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가 상승으로 LFP 전기차의 판매가격이 인상되면 수요까지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

이로 인해 LFP 중심이던 CATL도 NCM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별 성과를 못 내고 있다. 에너지 밀도가 ㎏당 212Wh에 불과한 데다 기술력도 부족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정하늘 삼성증권 연구원은 “ CATL의 주가 반등을 이끌만 한 모멘텀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김형규/박한신 기자 khk@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