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행정안전부 경찰국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 대한민국 경찰의 흑역사로 기록된 유명한 말이다. 1987년 1월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 끝에 사망한 서울대생 박종철 군의 사인에 대해 당시 강민창 내무부 치안본부장은 이렇게 발표했다. ‘경부(목 부위) 압박에 의한 질식사’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소견을 감춘 채 단순 쇼크사로 은폐하려고 했다. 이것이 시민들의 공분을 사면서 결국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대한민국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를 자임했지만 권력의 통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내무부 치안국으로 출발한 이후 끊임없이 권력을 비호하는 데 동원됐고 때로는 앞장서기도 했다. 1960년 3·15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실탄을 쏜 것도 경찰이었다. 1970~1980년대에는 군부독재에 저항하는 학생과 시민들을 무차별 연행·구금하고 고문까지 자행했다.이 때문에 정치적 격변기마다 경찰 중립화와 수사권 독립이 거론됐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1961년 5·16 군사정변 후에도, 1980년 ‘서울의 봄’에도 그랬다. 마침내 민주화가 이뤄지고 1991년 치안본부가 내무부 외청인 경찰청으로 독립한 것은 중립화를 위해서였다.

경찰의 민주적 통제 장치 마련이 또다시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을 위한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이 마무리되면서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통제할 필요성 때문이다. 검수완박에 따라 수사 경찰의 권한이 대폭 확대됐다. 2024년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까지 이양되면 경찰은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된다.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는 21일 경찰을 담당하는 ‘경찰국’ 신설, 경찰청장 지휘규칙 제정 등을 포함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대로 시행되면 행안부가 인사권을 비롯해 감찰, 징계 등 광범위한 기능과 업무를 관장하면서 경찰을 실질적으로 지휘, 통제하게 된다.하지만 반발도 만만찮다. 우선 일선 경찰들이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경찰 권력에 대한 견제도, 수사의 독립성 보장도 모두 필요하다. 행안부가 적절한 후속 조치를 통해 오해와 우려를 불식해 나갈 필요가 있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