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문교수·장비부터 확보해야"

현장에서

최예린 사회부 기자
교육부는 최근 2주간 연일 ‘반도체 행보’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인재 양성을 강력히 주문한 다음부터다. 지난 20일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서울대 반도체 연구소를 방문해 반도체 연구 공정을 둘러봤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교육부가 마치 ‘반도체부’가 된 듯한 인상마저 든다.

교육부는 반도체 관련 학과의 학부생 정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첨단산업 관련 학과에만 ‘정원 외 입학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지금까지 나온 구상은 문재인 정부의 방식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듯 보인다. 학부생 증원을 막는 수도권 개발계획을 풀거나 대학 학과 구조를 개편하는 근본적인 방식이 아니어서 이른 시일 내에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정작 학계에서는 교수와 장비 지원이 더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있는 학생도 못 가르칠 정도로 교수와 장비가 부족한데, 학생 정원만 늘려서는 답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학생 정원 문제 등은 노력해서 해결이 가능하지만, 반도체 분야 교수를 구하는 게 가장 어렵다”고 했다. 기업도 교수 부족을 절감하고 있다. 김형환 SK하이닉스 부사장은 “계약학과를 늘리고 싶어도 교수진 확보가 안 돼 늘리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구식 장비는 고장이 잦아 애물단지나 마찬가지다. 서울대 재료공학부는 SK하이닉스가 기증한 27년 된 반도체 장비로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고장이 잦은데, 학생 100여 명이 이 장비에 의존하고 있으니 연구와 실습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학부생보다도 석·박사와 고졸 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반도체산업에서 향후 10년간 학부생은 수요보다 6207명 초과하지만, 석·박사급은 5565명 부족하다”고 했다.

아직까지는 교육부의 구상안에서 학부생 증원 외의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7월에 발표할 방안에는 교수 채용, 장비 지원, 석·박사와 고졸 인력 양성 등 학계와 산업계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돼야 할 것이다. ‘반도체부’ 행보가 무색하지 않은 구체적인 방안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