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위원장 "행안부 경찰 정책, 심의·의결 대상 될 수 있어"

전날 행안부 '자문기관' 격하 표현도 작심 비판…"총리실 소속으로 법제화해야"
"행안부 경찰국 추진 위법 소지…권고안 조급하게 낸 듯"
김호철(58) 국가경찰위원장은 행정안전부의 경찰 통제와 관련해 "행안부에서 추진하려는 내용이 경찰과 치안에 대한 주요 정책 사안이라면 경찰법 10조 1항에 근거해 국가경찰위원회의 심의·의결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경찰법 제10조 1항은 '국가경찰사무에 관한 인사, 예산, 장비, 통신 등에 관한 주요정책 및 경찰 업무 발전에 관한 사항'에 대해 국가경찰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22일 서대문구 미근동 국가경찰위원회에서 진행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행안부 경찰 조직 신설·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 제정·경찰 인사 추천 제청위 설치·감찰과 징계권 등을 담은 행안부 경찰 제도 개선 자문위원회 권고안에 대해 "위법 논란과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직격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의 경우 검찰 사무를 관장한다고 법에 명시돼 있지만, 이번 이슈로 행안부 장관 사무에 '치안'이 없다는 걸 모든 국민이 알게 됐다. 두 기관을 동일선상에서 볼 수 없는데 권고안을 조급하게 낸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또 "치안 사무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법 개정 없이 하위법령인 대통령령으로 하겠다는 것은 법률 위배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법률가인 김 위원장은 "감사·감찰만 해도 공공 감사에 관한 법률을 보면 경찰청과 행안부는 별개 중앙행정기관이라 충분히 위법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 인사·추천 제청위원회 설치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 규칙 제정 등도 중앙행정기관 간 권한을 침해하고, 경찰을 정치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은 국가경찰위원회의 위상과 관련해서도 "합의제 행정기관 요건을 충족하는 면이 많고, 앞으로 법률적으로 이를 명시하는 게 시급하다"면서 전날 행안부 자문위의 국가경찰위원회 관련 발언을 비판했다.

자문위는 경찰 통제 권고안 관련 내용을 브리핑하면서 국가경찰위원회를 '자문기관'으로 언급했다. 국가경찰위원회는 1991년 경찰청이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외청으로 독립하면서 생긴 법률상 기구다.

경찰의 중립성과 민주성 확보를 위해 경찰 소관 법령의 제·개정, 경찰청 주요 치안정책 및 예산 편성안 등에 대한 심의·의결권을 행사한다.

김 위원장은 "집행 전 의결기구라 국민들께 잘 부각이 되지는 않지만 민주적 경찰 통제를 위한 최고 기구이고, 경찰청장에 대한 임명동의권도 갖고 있다"며 "상시·독자·전문성 등 합의제 행정기관 요건을 충족하는데도 행안부가 자문기관이라며 행동반경을 좁혀오니 우리로서는 국민에게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2017년 경찰개혁위원회에서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를 위한 여러 제언이 나왔던 점을 언급하면서, 위원회를 총리실 소속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으로 법제화하고 위원장은 국무회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미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들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남은 임기 기간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가경찰위원회가 구성을 추진 중인 '경찰 민주성 강화 자문단' 역시 넓게는 위원회 역할 강화와 관련돼 있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30회 사법고시에 합격한 김 위원장은 의문사진상규명위 상임위원, 서울중앙지법 조정위원,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등을 지냈고 지난해 8월부터 제11기 국가경찰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 위원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 정착되는 과정에서 일정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임해왔다. 국가수사본부 출범, 자치경찰제 시행 등 굵직한 변화에서도 시민의 입장에서 활동해온 경험을 토대로 숙의하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