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새 국군교도소 가보니…1인실·공용거실에 AI 감시

국내 교정시설 최초로 홀 구조 적용…호흡감지센서로 사고 예방
이용훈 소장 "데이룸 구조 사회성 키울 수 있어…인권 친화적"
개인 샤워부스 위 널찍한 창으로 쏟아지는 햇살에 중앙 홀에 자리 잡은 공용 휴게실(데이룸)은 밝고 환했다. 거실 창과 샤워실이 설치된 면을 제외한 3면에는 복층으로 1인실(독거실)과 다인실(혼거실)이 데이룸을 중심으로 빙 둘러 배치됐다.

창문의 반대편 2층 복도 아래에는 공기정화식물이 빼곡히 들어찬 바이오월이 햇볕을 받아 푸르게 빛났다.

데이룸에는 의자가 부착된 테이블과 책꽂이형의 수납장이 배치됐다. 23일 준공식을 앞두고 국군이 언론에 공개한 경기도 이천의 새 국군교도소 수용동 내부는 쇠창살이 설치된 회색 철제 감방문만 아니라면 그룹홈이나 요양시설처럼 보이는 '홀형(hall type)' 구조로 지어졌다.

홀형은 중앙에 공용 휴게실 역할을 하는 데이룸이 있고 그 둘레에 수용실(감방)이 배치되는 구조가 특징이다.

대중에 익숙한 교도소 형태는 어둑어둑한 긴 복도 양편 또는 한편으로 감방이 죽 늘어선 '전주형(telephone pole type)'이다. 홀형 교도소는 북유럽 등 서구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신축 국군교도소에 처음 적용됐다.

이용훈 국군교도소장(중령)은 새 수용동 내부를 취재진에 공개하며 "데이룸 구조는 상대적으로 자율성이 크고 사회성도 키울 수 있어 전주형보다 인권 친화적이고 교정·교화에도 효과적으로 알려져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데이룸 구조 등은 국내 첫 시도여서 시설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운영) 측면에서도 앞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권 보호뿐 아니라 관리 면에서도 더 효율적이다.

전주형은 교정인력이 한쪽 끝에서 다른 끝으로 이동하면서 각 감방을 살피므로 근무자 위치 노출과 그에 따른 감시 공백이 생기고, 인력도 많이 필요하지만 홀 구조는 근무자가 분리된 공간에서 내부 복층 구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수용자의 프라이버시 보장 등 수용 여건 개선을 위해 독거실의 비율을 76%로 더욱 높였다.

독거실 면적은 법무부 기준(6㎡)을 따랐다.

흔히 '독방 수감'으로 알려진 제재는 수용자 감시·관리 즉, 계호(戒護)상 처분이고, 처우상 독거실은 독립적인 공간이 부여되는 1인실의 개념이다.

샤워실은 수용자 간 폭력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해 1인용으로 만들었고, 극단 선택을 막고자 무게 감지 센서를 달았다.

침대 도입도 검토했으나 법무부의 독거·혼거실 면적 기준으로는 침대를 넣기에 공간이 협소했다고 한다.

신축 교도소는 기존 부지에 건설했기에 건축과 시스템 구축 비용만 들었다.

투입된 예산은 총 198억 원이다.

새 국군교도소의 수용동은 일부 열악한 대도시 고시원이나 '달방'보다 훨씬 쾌적한 환경으로 볼 수도 있다.

이 소장은 "과거에는 범죄자의 수용시설은 도시 빈민 노동자의 주거공간보다 낫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열등처우의 원칙' 공감대가 있었으나 현재는 다르다"며 "국내외 연구에서 교정시설의 환경이 좋으면 교정·교화 효과도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호흡감지센서와 인공지능(AI) 감시 등 최첨단 감시기술과 보안시스템도 민간 교도소보다 앞서 적용됐다.

호흡감지센서는 수용자의 호흡을 감지해 자해나 극단선택을 예방하는 장비다.

수용자의 거부감을 없애고 파손을 차단하고자 매립 형태로 설치한 것은 치밀함이 보이는 부분이다.

보안시스템은 최첨단 중앙 통제식으로 구축돼 감시 사각지대를 최소화했다.

'영상 연동 출입통제시스템'은 모든 출입문에 지문과 영상을 동시에 인식하게 해 모든 출입자의 실시간 출입관리가 가능하다.

'인공지능 외곽침입 감지 시스템'은 울타리에 설치된 감지 시스템이 AI 딥러닝 방식으로 울타리에 접촉한 물체를 분석, 사람으로 인식하면 폐쇄회로(CC)TV를 통해 추적·감시가 시작된다.

'스마트 비상벨 시스템'은 수용동에 설치된 11개의 비상벨을 활용해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경광등 및 사이렌 알람으로 위급상황을 전파하고, 발생 장소의 영상과 위치가 즉시 전파되는 시스템이다.
전창영 국방부조사본부장은 "설계단계에서부터 국내 최고 교정 전문가의 조언을 반영, 견고한 보안과 쾌적한 환경 조성에 애썼다"며 "데이룸 등 차세대 수용동과 첨단 보안시스템은 앞으로 민간 교정시설에도 표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열린 준공식에는 신범철 국방부 차관, 육군 제7군단장, 국방부조사본부장, 법무부 교정본부장, 여주교도소장, 소망교도소장, 금용명 교정본부 미래정책 팀장,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송석준 국민의 힘 의원, 서울대 백진 교수, 국가인권위원회 인사 등이 참석했다.

사형수 4명을 포함해 국군교도소 수용자 80명과 야전 임시시설에서 대기한 약 20명은 다음 달께 새 시설에 수감된다.

현재 수용자 80명 가운데 가장 많은 범죄 유형은 성범죄라고 한다. 국군교도소 관계자는 "폭행범 초범은 대부분 집행유예 등으로 선처가 돼 이곳에 수용되는 경우가 드물고 군대의 특성상 사기범도 흔치 않다"며 "성범죄 수용자 비중이 높다는 것이 군내 성범죄가 사회보다 빈번하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