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5만전자 갈까"…외인 던진 3조 받아낸 개미들 피눈물

6월 외국인 매도세 집중…삼성만 3조 팔아치워
2분기 실적 전망 후퇴에 파운드리 불확실성도 확대

10개 증권사가 목표가↓…신한금투는 이달에만 2번 낮춰
“현재 PBR은 역사상 저점 수준…하방 위험 제한적”
사진=뉴스1
외국인 매도세가 삼성전자에 집중됐다. 개인이 외국인과 기관이 내던지는 삼성전자 물량을 모두 받아냈지만, 이달 초 6만원대 중반이던 주가는 5만원대에 눌러 앉았다. 수급 이슈에 더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가 하락세를 부채질했다. 이에 증권가는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주가를 잇따라 낮춰 잡고 있다.

23일 오전 9시59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100원(0.17%) 내린 5만7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일까지의 낙폭이 워낙 컸던 탓에 개장 직후에는 상승했지만, 또 다시 힘이 빠졌다. 이달 들어 삼성전자는 전일까지 14.54% 하락했다. 14거래일 중 이틀(2일과 16일)을 제외하고 줄곧 내리막을 탄 탓에 지난달 말 6만7400원이던 주가는 5만대 중만으로 내려 앉았다. 코스피지수의 낙폭 12.77%보다 더 크게 빠졌다.

이 기간동안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조689억원 어치와 2241억원 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157억원 규모의 주식을 팔아 치웠는데, 이중 61%가량이 삼성전자에 집중됐다.

개인이 3조2097억원 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며 물량을 받아냈다. 개인의 평균 매수가는 6만2178원으로 전일 종가 대비 7.36%의 손실을 떠안고 있다.수급 이슈에 더해 삼성전자의 성장 기대감도 낮아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이미 압도적인 세계 1위인 삼성전자가 추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약진해야 하지만, 지난 1분기 홀로 뒷걸음질쳤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의 지난 1분기 매출은 53억2800만달러로, 작년 4분기 대비 3.9% 줄었다. 같은 기간 TSMC를 비롯해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 상위 10개 기업 중 매출이 감소한 회사는 삼성전자 뿐이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도약할 무기로 삼고 있는 차세대 기술 ‘게이트올어라운드(GAA)’가 적용된 3나노미터(nm) 공정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음주 3nm 공정 양산을 선언할 계획이지만, 수율 문제로 양산이 내년 1분기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상황도 나빠졌다. 최신 D램인 DDR5를 적용할 수 있는 인텔의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인 ‘사파이어레미즈’의 출시 일정이 미뤄지면서 수요 증가세가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이제 증권가의 삼성전자에 대한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이달 들어 키움증권(8만9000원), 상상인증권(7만4000원), 유진투자증권(7만9000원), BNK투자증권(7만7000원), DB금융투자(8만7000원), SK증권(7만5000원), 현대차증권(8만2500원), 신한금융투자(7만8000원), IBK투자증권(8만8000원), 이베스트투자증권(8만원) 등 10개 증권사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내렸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16일(8만3000원 제시)에 이어 전일까지 두 차례나 목표가를 내렸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거시경제(매크로) 불안에 따른 세트(스마트폰과 TV) 출하량 둔화로 MX(모바일경험) 및 CE(소비자가전) 부문 실적이 부진할 전망”이라며 “세트 사업부는 반도체가 포함된 부품 사업부와 달리 환율 상승에 따른 영업이익 영향이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로 14조4000억원을 제시했다.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는 15조1710억원이다.한달 전과 비교해 0.8% 후퇴했다. 다만 메모리반도체 시황이 우려보다는 나을 수 있다는 기대, 이미 주가가 많이 하락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으로 ‘매수’를 외치고 있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 업체가 보유한 재고가 빠듯한 상황에서 신규 투자도 제한적이었다”며 “2~3분기 매모리 출하 증가의 결과로 4분기 메모리 재고 수준은 최저치를 기록해 가격 하락폭을 방어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내년까지 크게 위축되더라도 극복할 해법은 많은 단계로 D램 가격이 내년에 전년 동기 대비로 급락할 가능성은 미미하다”며 “삼성전자의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009년 금융위기와 D램 가격이 급락하던 2019년의 저점 수준이라는 점에서 펀더멘털상 하방 위험(Down Side Risk)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