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가능해?"…배우도 물음표 투성이, 최동훈의 놀라운 상상 '외계+인' [종합]

쌍천만 감독 최동훈의 신작 '외계+인' 1부
"인간·도사·외계인…이질적인 것이 충돌하는 이야기"
배우 김의성, 조우진, 염정아, 소지섭, 김태리, 김우빈, 류준열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영화 '외계+인 1부'(감독 최동훈, 제작 케이퍼필름)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청춘의 마지막을 이 영화에 바쳤다."

'쌍천만' 감독 최동훈이 7년 만에 새 영화 '외계+인' 1부로 돌아오며 이같이 말했다.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을 통해 한국형 케이퍼 무비의 장을 열었던 최 감독은 '타짜'(2006), '전우치'(2009)에 이어 천만 관객을 들인 '도둑들'(2012), '암살'(2015)로 작품성과 흥행력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매 작품 독특한 스토리텔링으로 이목을 끌었던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한국 도술의 세계와 외계인이라는 이질적인 결합으로 새로운 장르물을 만들어냈다.

'외계+인' 1부는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SF 판타지 영화다.

23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최 감독은 "고전 설화의 세계와 한국 마법(도술)의 세계가 함께 펼쳐진다면 재밌을 것 같았다"며 "외계인과 인간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라 '외계+인'이라고 제목을 지었다"고 밝혔다.최 감독은 '외계+인' 시나리오에만 2년 반의 공을 들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확장되면서 분량이 많아졌다. 이전에 4시간짜리 영화를 2시간 20분으로 줄여본 경험이 있어 한 편으로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 2부로 나뉜 것에 대해 "그래야 드라마틱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고난의 과정이 있겠으나 두 편을 동시에 찍자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 작품은 거대한 스토리라인과 압도적 스케일을 완성하기 위해 무려 387일,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오래 촬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감독은 "13개월의 촬영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이 영화가 끝나긴 하는 걸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명 현상이 오고, 집중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는데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활력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이어 "1, 2부는 둘 다 모험극이긴 하지만 약간의 정서적 차이가 있었고, 배우들이 이를 같이 찍어야 캐릭터를 온전히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감독에겐 중요한 문제이다. 13개월의 촬영이 매우 긴데 배우들의 통일성 있는 연기를 보는 것이 즐거웠다"고 했다.
류준열, 김태리, 김우빈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외계+인'은 고려와 현대 그리고 인간과 외계인의 만남이라는 소재로 기상천외한 도술 액션부터 서울 도심 상공을 날아다니는 우주선과 외계인, 로봇이 몰아치는 SF 액션까지 새로운 영화적 체험을 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감독은 "현대엔 외계인과 비행선이 나오고 과거로 이동했더니 평범한 사람들이 아닌 도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이야기"라며 "도사들이 어떤 시대에 사는 것이 어울릴까 고민하다가 고려를 택했다"고 밝혔다.그는 "'전우치' 때는 조선 시대였는데, 우리가 조선은 잘 알지만 고려는 잘 모르는 것 같고 도사가 산 마지막 시대가 고려이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고려의 복식과 공간을 표현했고, 고려의 멋을 느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질적인 것이 충돌할 때 보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표현하기 위해 2년 반 동안이나 시나리오를 썼고, 구조와 캐릭터가 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애를 썼다"고 덧붙였다.

'외계+인'의 시나리오를 본 배우들의 반응은 남달랐다. 류준열은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뭐지?'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우빈은 "엉? 여기서 이렇게 나온다고? 물음표를 던졌다"고 했다.

김태리는 "첫 번째는 저도 그랬고, 두 번째는 재밌다였다"고 했고, 소지섭은 "가능해? 머릿속으로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 염정아는 "아니 이것은", 조우진은 "인연이란 단어가 떠올랐다"고 언급했다.

김의성은 "평소 시나리오를 굉장히 빨리 읽어서 30분 안에 리뷰 써서 보내는 편인데 이 작품은 굉장히 오래걸렸다. '이게 뭐지'란 생각이 들었다. 영상으로 보면 쉬운데 글로 보면 어렵다. 본 적 없는 이야기"라고 귀띔했다.

누구나 탐내는 캐스팅…이게 말이 돼?

염정아, 조우진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영화에는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강렬한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신검을 손에 넣으려는 얼치기 도사 무륵 역엔 류준열, 외계인 죄수의 호송을 관리하는 가드는 김우빈, 신검을 찾아 헤매는 천둥을 쏘는 처자 이안은 김태리가 연기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외계인에 쫓기는 형사 문도석은 소지섭, 자체 제작한 무기를 자랑하는 삼각산의 두 신선 흑설과 청운은 염정아와 조우진이 각각 맡았고, 신검을 차지하려는 미스터리한 가면남 자장은 김의성이 맡았다.

예고편이 공개된 후 도사 무륵이 '전우치'의 강동원을 연상하게 한다는 의견에 대해 류준열은 "전우치와 무륵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생긴 게 너무 다르다는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전우치는 정말 잘 생겼고,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가장 집요하게 파헤쳐 연기했다. 저만의 도사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비인두암 투병 후 복귀한 김우빈은 이번 작품이 6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그는 "최동훈 감독 작품에 작은 역할이라도 필요로 하신다면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멋진 역할을 맡게 돼 행복하다"고 기쁨을 드러냈다.

김태리는 '미스터 션샤인' 이후 업그레이드된 총기 액션을 예고했다. 그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액션 스쿨도 다니고, 기계 체조, 사격도 배웠다. 그리고 다시 총기와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소지섭은 이번 영화 촬영 기간 '외로움'의 연속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무언가에 쫓기지만 형체가 없는 상태에서 상상력을 발휘해 촬영을 해야 했다. 다른 시나리오는 머리로 그림이 그려지는데 외계인은 그려지지 않아 힘들었다"면서 "다행히 영상 콘티와 감독의 디렉션 덕에 잘 촬영했다"고 전했다.

염정아와 조우진은 '부부'라고 소문날 정도의 케미를 자랑할 예정이다. 염정아는 "부부라고들 하는데 부부는 아니다. 무기를 자체 개발하는 신선인데 판매까지 한다"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조우진은 "도술과 상술을 동시에 부리는 이들"이라며 "사업적 동료이자 비즈니스 관계"라고 거들었다.

러닝타임 내내 가면을 쓰고 나오는 김의성은 "가면 쓴 얼굴이 제 얼굴보다 낫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귀띔했다.
소지섭, 김의성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배우들은 최동훈 감독에 대한 믿음과 신뢰로 이 작품에 출연했다고 입을 모았다. 최 감독도 "다들 하고 싶어 하고 기다렸던 배우들"이라며 놀라운 캐스팅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캐스팅 과정에 대해 최 감독은 "조우진은 예전부터 같이 하고 싶어서 시나리오 쓰다가 만나 부탁했다. 류준열도 전작을 보면 차가운 역도 하지만 배시시한 매력이 있더라. 저렇게 웃으며 뛰어다니는 걸 보고 싶다는 생각에 제안했다. 김태리는 시간을 정지시키는 표정을 지을 때가 있어 저 배우가 권총을 가지고 연기를 한다면 얼마나 흥미로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김우빈에 대해 최 감독은 "6년 전 아프면서 작품이 미뤄졌고, 새로 시나리오를 쓸 때 김우빈은 회복 중이었다. 작은 거라도 하고 싶다고 하더라. 가드는 처음 작은 캐릭터였는데 시나리오를 쓰면서 중요도가 높아졌다. 김우빈이 이걸 하면 재밌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격적인 액션은 못 할 것 같다'는 말에 호언장담하며 '액션 없다'고 했다. 그래 놓고 촬영할 때는 '오늘은 와이어입니다'라며 시켰고, 회복되면서 액션 강도도 높였다"고 고백했다.

염정아는 '범죄의 재구성', '전우치'에 이어 '외계+인'까지 최 감독과 세 번째 호흡을 맞췄다. 최 감독은 "세상 사람들이 염정아의 매력을 전혀 알지 못한다. 매력을 꺼내 보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태어나서 저렇게 몸을 못 쓰는 배우는 처음 봤다. 본인도 걱정했다. 제기 차는 영상을 보라고 하더라.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염정아가 와이어 액션을 한 장면에 대해 최 감독은 "연이 날아가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리허설할 때 멋있지 않아도 안 다치면 된다며 무릎 꿇고 본 기억이 난다. 그런데 대단한 프로의식이다. 단 두 테이크 만에 해결하더라"라며 칭찬했다.

김의성은 '암살' 이후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눈 사람이었다고. 최 감독은 "촬영이 힘들 것 같다고 하자 '한국 스태프 기술력이 다 됩니다'라고 안심시켜 주더라. 정말 고마운 나머지 영화 내내 가면을 씌워드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최 감독은 소지섭을 류승완 감독의 영화 '군함도' 이후 처음 봤다고 했다. 그는 "너무 젠틀한 사람이었다. 그때 알았다. 왜 팬들이 그를 '소간지'라고 부르는지"라며 "문도석 캐릭터에 고민이 많았는데 간지나게 쫓기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소지섭을 마지막으로 조합이 완성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계+인' 관전 포인트에 대해 소지섭은 "인간과 외계인, 외계인과 외계인의 액션이 너무 기대된다"며 "극장에서 관객으로 그걸 확인하고 싶다. 볼 게 너무 많은 영화"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김태리는 "무륵의 액션신이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류준열이 만류하자 "개인적인 의견이다"라며 "클립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류준열은 "그 클립 옆에 총기 액션이 같이 있을 것 같다"며 "김태리가 총기를 이미 잘 다루지만 이번 영화에서 능수능란하게 하는 모습이 놀라웠다"고 귀띔했다.

최 감독은 "의무적으로 3년에 한 번 영화를 찍어야 한다고 살았는데 이번엔 그러지 못했다. 두 가지 요소를 아주 재밌게 풀어내고자 고민이 많았다. 청춘의 마지막을 이 영화에 바쳤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첫 글자를 쓸 때부터 5년간 집중력을 가지고 사는 게 피곤하고 힘들긴 했다. 아직도 편집 작업 중이다. 오늘 떨리고 기분이 좋은 게 그동안 즐거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김의성은 "최 감독은 모든 것을 다 가진 천재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길게 작업하며 그 어떤 감독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다 된 것 같은데 만지고 또 만진다. 주제넘은 말일지 모르지만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나, 힘든 시간을 보내는 신인 감독에게 최동훈 감독의 작업장을 보여주고 싶다. 이만큼 한 다음 힘들어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흥행과 관련해 최 감독은 "쌍천만 감독이란 별칭은 부담스럽긴 하다. 트로피 같은 느낌이다. 영화제에서 상을 받으면 좋고, 영광스럽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놓는 경향이 있다. 국민들에게 별처럼 아름다운 재미를 선사하고 싶은 마음이다. 흥행은 아무도 알 수 없기에 강물에 흘러가는 돛단배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외계+인'은 오는 7월 20일 개봉 예정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