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푸드로드' 익산공장 가보니…"반도체공장 같네"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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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라면·더미식밥 생산하는 하림 익산공장
최첨단 설비 갖춰져…공정 대부분 자동화

6월 초 찾은 전북 익산 소재 하림의 식품 제조공장에서는 닭고기 가공식품이나 라면, 즉석밥 등 다양한 식품을 생산하고 가공하는 라인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눈에 띄는 점은 공장 내부에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조리·가공 등 수십 가지 공정을 자동화한 덕에 라인당 필요 인력은 1~2명에 불과하다. 컨베이어벨트 양쪽에 수십명씩 늘어서 기계 사이로 쉴 새 없이 손을 놀리는 장면은 옛말이었다. 그나마 몇 안되는 작업자들은 불량품을 선별하는 등 수작업보다는 검사 단계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최첨단 자동화 설비들이 즐비한 공장에 장갑과 마스크는 물론 전신을 감싸는 방진복을 착용한 작업자들을 보자 마치 마치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것 같았다. 마지막 포장 단계에선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이전 공정들은 대부분 자동화 설비들로 대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림은 이 곳을 2017년부터 3년간 2600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했다. 비용 중 절반 이상을 동물복지 시스템 구축에 썼다. 전 공정에서 이 시스템이 작동한다. 원가가 많게는 10배 이상 늘 수 있지만 도계 과정에서 닭의 고통을 줄일 수 있으며 소비자들에게는 신선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식품 제조 환경의 청결도도 유지된다.
반면 하림에서 사용하는 에어칠링은 물을 이용한 기법 대신 닭의 피부가 쪼그라든 것처럼 보이지만 습기를 머금고 있지 않아 신선함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하림 관계자는 “'신선한 식재료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고, 최고의 맛이 아니면 출시하지 않는다'는 식품 철학으로 회사를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원물에서부터 공을 들인 재료로 가정간편식(HMR), 가공식품 등을 만들어 이같은 측면이 가격에 반영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퍼스트키친에서 생산되는 프리미엄 제품인 '장인라면'과 즉석밥 제품 '더미식밥' 등이 그렇다. 장인라면은 한 봉에 2200원짜리다. 시중 라면보다 3배가량 비싼 값에 출시됐다. 더미식밥(백미밥 210g 기준)도 2300원으로, 동일 용량의 햇반(1850원)보다 가격이 높게 책정됐다.
첨가제 없이 물과 쌀로만 만들어진 더미식밥은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클린룸을 도입해 생산 중이었다. 화학 보존제를 넣지 않고 6개월 이상 제품을 보존하기 위해선 공기 내에 있는 미생물을 원천 차단해야 해서다. 회사 측은 “공장 내부는 가로·세로·높이 1세제곱피트(약 28.3ℓ) 정육면체 공간 내 직경 0.5㎛(1마이크로미터=0.001㎜) 크기 부유물이 100개 이하”라고 소개했다. 의약품 공장 수준으로 공기상태가 깨끗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익산=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