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반도체 정원 1000명 늘어나면 삼성전자급 회사 두개 더 나올 수 있어"
입력
수정
지면A33
Zoom In“기술과 돈은 충분해요. 사람만 더 있으면 삼성전자급 기업 두 개는 더 만들 수 있습니다.”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반도체 업계 문제는 '인력난'
삼성전자 핵심인력 2만명
TSMC-인텔의 절반에 불과
연봉격차 줄여야 해외인력 유턴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사진)는 지난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반도체산업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반도체 인력 양성에 적극 힘쓰라”고 주문한 뒤 이 교수는 서울대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을 제안하는 등 학계 최전선에서 인력 양성 방안과 관련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왔다.1983년 서울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해 석사까지 마친 그는 미국 퍼듀대에서 시스템 반도체로 박사 학위를 받고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인텔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했다. 모교에서 후학 양성을 시작한 게 2001년.
30년 가까이 학계와 산업계를 지켜본 그가 체감하는 가장 큰 문제는 ‘사람’이다. 이 교수는 “삼성이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기술력도 경쟁이 가장 치열한 파운드리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결국 부족한 게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약 3만 명의 삼성전자 연구개발(R&D) 인력 중 파운드리 등 핵심 분야 인력은 2만 명 정도”라며 “대만의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TSMC, 인텔과 비교하면 3분의 1 내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사업부 인력은 1만 명도 안 되는데, 퀄컴은 4만5000명”이라며 “과거에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점유율이 퀼컴을 제치고 1등일 때도 있었는데 지금 4~5위 수준으로 밀린 것도 머릿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컴퓨터, 전기정보, 재료, 화학생물 등 서울대 반도체 관련학과 정원이 총 1000명 더 늘어나면 퀄컴이나 삼성전자 같은 회사를 두 개 더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수도권계획법 때문에 정원을 못 늘리고 지방대가 죽는다는 이유로 지방 국회의원들이 반대하고 있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인력 부족만큼이나 인재 유출도 심각하다. 지난해 이 교수 연구실에서 학위를 취득한 박사생 네 명 중 세 명이 미국 기업에 취업했거나 취업을 준비 중이다. 그는 “해외로 나가면 초봉이 1억원을 넘기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국내와 연봉 차이가 2배가량 벌어지기 때문에 학생들은 나갈 수만 있으면 무조건 해외로 나가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인력을 국내로 끌어오려면 기업은 물론 정부와 학계에서 개발 인력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교수는 “최소한 겸직 허용 범위라도 늘려 교수나 산업체 인력들이 기업 업무와 교직을 병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반도체 연구 기관을 따로 만들어 연구사업을 지원하는 식으로 임금을 높여주는 것도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글=이소현 기자
사진=이솔 한경디지털랩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