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결국 침체 인정…막판에 던진 투자자들 [조재길의 글로벌마켓나우]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 움직임이 특이했습니다. 전날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듯 했으나 막판에 투매가 발생했습니다. 결국 3대 지수 모두 약세로 마감했습니다.

대표 지수인 S&P500지수는 전날 대비 0.13% 밀린 3,759.89, 나스닥지수는 0.15% 하락한 11,053.08, 다우지수는 0.15% 떨어진 30,483.13으로 각각 장을 마쳤습니다.미 중앙은행(Fed)에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습니다.

그동안 연착륙을 강조해온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미국 경제는 연속된 금리 인상을 견딜 수 있을 만큼 탄탄하다”면서도 “경기 침체 위협은 확실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한다는 강력한 증거를 찾을 때까지 금리를 게속 올릴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이달까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참석해온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연방은행 총재는 “두어 분기 연속으로 경제가 역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기준 8.6%(작년 동기 대비)로 치솟은 물가 역시 내년까지 5% 위쪽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의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연율 기준으로 1.5% 역성장했다. 침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미 상무부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하커 총재는 “빠른 시간 내 중립 금리에 도달해야 하며, 연말까지 연 3%를 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개선되지 않으면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안에 찬성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6월에 이어 7월에도 75bp(0.75%포인트) 인상안을 지지할 것이란 점을 시사한 겁니다. 그는 다만 “금리를 한꺼번에 100bp 올리거나, 연 6%까지 올릴 필요는 없다”고 부연했습니다.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연은 총재는 “연말 금리는 연 3%를 넘을 것”이라며 “금리 인상에 따라 공급 압력이 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Fed 내부에서도 “경기 침체 확률이 높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보고서도 공개됐습니다.

마이클 카일리 Fed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서 “향후 4개 분기 중 경기 침체를 맞을 확률이 50%를 넘는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2년 내 침체가 닥칠 가능성은 3분의 2”라고 했습니다.

카일리 이코노미스트는 “실업률과 물가상승률, 채권 가산금리 등을 분석해 침체 위험을 측정했다”며 “노동 및 상품·서비스 시장에서 불균형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뉴욕증시의 S&P500지수는 올 들어서만 20% 넘게 떨어졌다. 공식적인 약세장에 진입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과 낮은 실업률은 침체의 전조였다”며 “상품 수요 및 고용 과열은 경기 위축을 통해 진정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빌 더들리 프린스턴대 선임연구원이자 전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미국 경제의 연착륙은 불가능하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그는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라 향후 12~18개월 내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며 이같이 전했습니다.

더들리 전 총재는 “Fed는 최대 고용 확보보다 물가 안정에 집중하고 있다”며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에서 ‘고용 시장은 탄탄하다’는 종전 문구가 삭제됐다는 게 그 증거”라고 설명했습니다.

Fed가 다른 경제 지표보다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매우 공격적인 긴축 조치에 나설 것이란 설명입니다. “Fed는 물가를 잡지 못하면 재앙이 될 것이란 인식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미국의 지난달 기준 실업률은 3.6%로, 역대 최저치에 가까웠다. 미 노동부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더들리 전 총재는 “역사적으로 침체 없이 실업률을 0.5%포인트 이상 올린 적이 없다”며 “이번엔 실업률이 2%포인트 추가 상승할 수도 있는 만큼 경기 둔화가 확실시된다”고 말했습니다.

미 실업률은 지난달 기준 3.6%로, 역대 최저치였던 2020년 2월(3.5%)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뉴욕증시는 올해 상승세로 반전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투자노트를 새로 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발생하고 있는 약세장은 고물가와 금리 인상이 촉발한 경기 순환적 특징이 있다”며 현 약세장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설명했습니다.

좋은 점은 구조적인 약세장보다 주가 약세 기간이 짧다는 겁니다. 구조적 약세장은 평균 3년 6개월 지속된 데 반해 경기 순환 약세장은 평균 2년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증시의 하락 폭입니다. 구조적 약세장은 평균 57% 떨어졌으나 경기 순환 약세장의 하락폭은 31%에 불과했습니다.

나쁜 점도 있습니다. 현재의 경기 순환 약세장이 시작된 지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1년 6개월 정도 약세장이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미국의 장단기 국채 금리는 22일(현지시간) 일제히 하락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탓이다.
골드만삭스는 “단순히 물가가 정점을 찍는다는 사실만으로는 증시가 상승세로 반전하기 어렵다”며 “여러 지표를 대입해보면 적어도 연말까지는 하락장이 지속될 것임을 전망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국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안전 자산인 미 국채로 수요가 쏠리면서 채권값이 뛰고 금리는 떨어졌습니다.

장기물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15bp 하락한 연 3.16%를 기록했습니다. 단기물인 2년물 금리 역시 15bp 떨어진 연 3.06%였습니다.

국제 유가는 경기 침체 우려로 비교적 큰 폭 하락했습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3.33달러 밀린 배럴당 106.19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달 12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2.91달러 떨어진 배럴당 111.74달러로 마감했습니다.

경기 침체 우려가 크게 확산하면서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 강화됐습니다. 도이치뱅크와 씨티그룹은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을 나란히 50%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휘발유 소매 가격을 낮추기 위해 3개월간 유류세를 한시 면제하는 방안을 의회에 공식 요청했다는 소식도 유가 약세를 불렀습니다. 유가를 낮추기 위한 바이든 정부의 전방위 압박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유류세 한시 면제를 추진 중이다. 고유가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유류세는 연방세 기준으로 갤런당 18.4센트다. 위키디피아 제공
이날의 ‘글로벌마켓나우’ 이슈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JP모간, 해고 동참 ② 월가의 테슬라 분석 ③ 미국도 유류세 인하? ④ 경기순환 약세장의 특징은 ⑤ 영·캐 물가도 급등…일상화된 ‘40년만 최고’ 등입니다.더 자세한 내용은 한경 글로벌마켓 유튜브 및 한경닷컴 방송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