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으로 발굴한 리드가 고객사로 전환될 때…

한경 CMO Insight 「한국의 마케터」

최명아 윌로그 CMO
최명아 윌로그 CMO
“마케팅을 통해 발굴한 리드(잠재고객)가 고객사로 전환될 때마다 짜릿함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최명아 윌로그 CMO는 “리드가 고객사가 될 때마다 ‘지금의 방향이 틀리지 않았구나’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윌로그는 콜드체인 데이터관리 솔루션을 개발해 공급하는 B2B 스타트업이다. 콜드체인은 제품 생산 이후부터 최종 소비자가 소비하기까지 특정 온도를 유지하며 품질을 보존해야 하는 제품들의 물류 체계를 일컫는 말이다. 윌로그는 이 과정에서 온도 데이터에 대한 수집과 관리 및 활용 측면에서의 솔루션을 제공한다.

최 CMO는 글로벌 IT 기업의 마케팅을 하다 스타트업 마케터로 7년 전 첫 발을 디뎠다. 15년의 마케팅 경력 중 절반을 스타트업 마케터로 쌓았다.

그는 “얼핏 안정돼 보이는 글로벌 기업을 떠나게 된 건 새로운 시장을 열고, 새로운 시야를 제시하는 스타트업에서 처음부터 브랜딩을 해 나가는 경험이 너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었다”며 “여전히 이 매력에 푹 빠져 있고 앞으로도 스타트업 씬은 떠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Q: B2B 마케팅을 하는데

A: B2B 마케팅은 B2C와 다르게 리드에서 고객으로 전환되는 사이클이 상당히 길다. 짧게는 3개월 내외, 길게는 1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고객으로 전환되는 기간 동안 리드와의 관계를 지속하면서 계속해서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심어줘야 한다. 이를 리드 너처링(Lead Nurturing)이라고 한다.

빠르게 고객으로 전환되는 경우에도 뿌듯하지만, 더 짜릿한 순간은 1년 이상 리드로 머물며 우리의 이메일링과 콘텐츠, 캠페인 등에 노출이 되다가 결국 문의를 해오고, 고객으로 이어지는 경우다. 우리의 메시징이 믿을 만했구나, 신뢰할 수 있는 경험이었구나를 확신하게 되는 순간이다.

Q: 콜드체인 마케팅 쉽지 않았을텐데

A: 콜드체인 관리에 꼭 맞는 제품을 갖추었지만 현장에서 이 제품을 반길지는 미지수였다. 윌로그의 솔루션을 사용하려면 기업 담당자들이 기존의 방식을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윌로그는 업력이 길지 않은 스타트업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콜드체인이 필요한 제품 중 가장 우선되는 의약품의 경우 코로나 백신 도입으로 규제가 강화된 상황이었다. 윌로그에게는 강화된 규제가 콜드체인 관리에 대한 가치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실제 시장에서 규제와 콜드체인 관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었다.어떤 식으로든 시장을 점검해야 했고 설문조사를 계획했다. 의약품 시장 내 물류 담당자들이 강화된 규제를 인지하고 있는지, 인지하고 있다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면 어떻게 대응할지 묻기로 했다. 리서치 파트너를 찾아 일주일안에 300여명으로부터 설문조사를 진행해 답변을 받아낼 수 있었다.

의약품 업계 종사자들만을 대상으로 했다. 결과를 받아보니 현재 업계 내 적지 않은 종사자들이 규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함을 느끼고 있었다. 기존에 존재한 대안들이 규제 대응에 불완전하다는 사실도 인지하고 있었다.

윌로그가 이러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솔루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설문 결과를 통해 의약산업 내 담당자들이 콜드체인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파악할 수 있었다. 포지셔닝과 차별화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Q: 그래서 어떻게 했나

A: 기업 담당자의 반응을 빠르게 보기 어렵다는 점은 B2B 마케팅의 영원한 숙제다. 잠재 고객이 될 수 있는 기업 담당자를 찾아내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들의 생각을 알아내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다. 규제에 대한 시장의 반응과 대응 방향에 대해 궁금한 건 저희 뿐만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약산업과 관련 있는 다양한 이들이 모두 궁금해할 만한 사안이었다.

설문 결과를 리포트로 제작해 배포했고 다양한 제약사와 관련 협회, 규제를 만든 정부 관계자까지 리포트를 다운로드 받았다. 반응은 숫자로 나타났다. 웹사이트 유입률이 이전 대비 400% 증가했고, 리포트 다운로드와 도입 문의 등으로 대표되는 ‘Quality 리드’의 숫자도 이전 동기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는 설문 결과를 기반으로 ‘규제 대응을 위한 유일한 대안’, ‘콜드체인 관리를 위한 완벽한 솔루션’으로 메시징하며 윌로그를 통한 규제 대응 사례와 베스트 프랙티스들을 콘텐츠화 하여 시장에 배포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한 캠페인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Q: 윌로그 마케터는

A: 윌로그의 마케팅 부서는 콘텐츠, 디자인, 퍼포먼스 마케팅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보이는 구조이지만 업무의 영역과 깊이는 다른 기업들과 조금 다르다. 기업 고객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PR, 콘텐츠, 디자인, 퍼포먼스 각 영역의 Align이 상당히 중요하다. 홍보에서 콘텐츠, 온·오프라인 캠페인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메시지를 일관된 스타일로 전달해야 한다.

단순히 눈에 띄는 디자인이 아닌 우리가 이야기하는 메시지와 콘텐츠가 믿을 만하고 전문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원천으로 보여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산업과 시장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디자이너와 퍼포먼스 마케터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의사결정자들은 그들의 결정이 회사의 미래를 좌우하고, 본인의 퍼포먼스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상당히 오랜 리서치 기간을 거친다. 윌로그의 마케터 모두가 관련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이유다.

윌로그 마케터들이 끊임없이 시장과 잠재 고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시장 리서치와 리서치 결과를 공유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스로에 대한 이해도가 없이 우리에 대해 설득력있게 시장에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Q: 마케터로서의 강점은

A: 15년의 마케팅 경력 중 절반 이상을 스타트업에서 쌓았다. 시장에서의 브랜드의 위치, 잠재고객들에게 어떻게 보여져야 할지, 잠재고객과의 접점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처음부터 모두 구축하고 기획해야 했다. 이러한 경험이 저에게는 큰 자산이 되어 브랜드의 포지셔닝과 브랜드의 스토리텔링을 만들어가는 것에 전문성을 갖게 되었다.

B2B 기업들의 포지셔닝은 해당 산업군과 고객군을 잘 아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개인의 니즈를 파악하는 B2C와 달리 산업군의 메가 트렌드, 기술의 흐름, 시장의 구조, 페인 포인트들을 찾아내야 한다. 이에 더해 기업 내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실무자, 관련 업무의 의사결정을 하는 의사결정자 등 기업 내 직책과 직급 별로의 워크플로우, 업무적인 고민들도 파악해야 한다.

이는 데스크리서치만으로는 안된다. 윌로그에 조인하자 마자 서베이를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업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시장 조사를 하고, 각 영업 담당자와 커뮤니케이션하고, 때로는 고객들을 직접 만나기도 한다. 단순히 감이 아닌 시장의 목소리, 현업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스토리텔링의 경우 이렇게 확인한 발견들을 자사의 강점과 연결지으며 탄생한다. 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사의 강점, 혹은 그간의 경험들을 스토리로 쌓아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사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 정말 빈번하게 리더십들과 회사의 비전과 방향 현재 나아가고 있는 여정에 대해 논의하고 공유한다.

다행히 지금까지 이러한 소통에 오픈되어 있는 회사들을 만나왔다. 그리고 그간 경험한 회사 중 단연 윌로그가 가장 투명하고 수평적으로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Q: 업계 트렌드는

A: B2B 마케팅의 계속된 고민은 고객이 될 가능성이 있는 리드 즉, Quality Lead를 발굴하는 것이다. B2B 마케팅은 사이클이 긴 만큼 새롭게 발굴된 리드의 관심도를 너처링 활동을 통해 어떻게 유지시키고 이들에게 어떻게 브랜드를 상기시키느냐가 중요하다.

10여년 전만해도 리드 너처링을 위해 엑셀에 리드를 일일이 기입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어떤 주기로 어떤 이메일링을 했는지를 모두 매뉴얼로 기록해야 했다. 이러한 노력이 있어도 엑셀만으로는 어떤 리드가 어떤 이메일을 클릭했고 어떤 이벤트 혹은 프로모션에 참여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최근에는 이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 툴들이 나오고 있다. 마케팅 자동화 툴이라고도 한다. 이메일 주소를 기준으로 리드의 유입 경로, 리드가 어떤 캠페인에 참여했고 어떻게 반응했는지에 대한 히스토리 데이터를 제공하고, 리드 액티비티를 기반으로 스코어링해 차후 캠페인을 위한 리드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

이메일을 받는 입장에서도 관련 없는 이메일들의 홍수를 경험하지 않아도 된다. 리드의 특성과 관련 있는 내용만을 타겟팅하여 캠페인을 진행하게 되어 효율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주고 결국 리드가 고객으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Q: 윌로그 마케팅 이슈는

A: 윌로그가 자리잡은 기업 물류 시장은 녹록치 않다. 아날로그 방식의 매뉴얼로 대부분의 업무와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진다.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스타트업들 또한 기업 물류 시장에서 기회를 발견하지 못하거나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쉽게 뛰어들지 못한다.

많은 기업 담당자들은 지금도 현재의 물류 관리 방식이 당연하고 또 옳다고 생각한다. 비교적 보수적인 이러한 시장에서 윌로그의 가치를 알리는 것은 쉽지 않다. 단순히 브랜드만 알려서는 안된다. 그들의 업무 방식을, 프로세스를 바꿔야 할 당위성까지 함께 전달해야 한다.

그래서 윌로그 마케팅의 최우선 순위는 기업들에게 ‘콜드체인의 디지털 전환, 데이터 관리 및 활용’의 가치를 알리는 것이다. 한번쯤은 고민했을 만한 문제들에 대해 지금의 방식보다 더 좋은 대안이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대안은 기업의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하다는 것’, 그리고 이 길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려야만 한다. 이것이 가장 어려운 과제이자 현재 가장 중점적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는 이슈다.

Q: 윌로그 마케팅 전략은

A: 앞서 말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 고객을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단 기간내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윌로그가 이야기하는 것들이 그들과 관련성이 있어야 하고 믿을 만해야 한다.

그래서 윌로그는 콘텐츠에 집중한다. 내·외부 리서치를 통해 콜드체인 관리의 디지털화가 줄 수 있는 가치에 대한 아티클을 작성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에 대한 설문을 직접 진행하기도 한다. 함께 고민하고 혁신을 이룬 고객들을 찾아가 고객들의 목소리를 아티클과 영상 콘텐츠로 제작하기도 한다. 외부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트렌드를 전하기도 한다.

이러한 콘텐츠는 콜드체인 관리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가치를 알리는 동시에 자연스레 윌로그가 그 중심에 있다는 것을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매주 새로운 오리지널 콘텐츠가 제작되고 배포된다. 콘텐츠는 물류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을 알리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잠재고객과 윌로그가 관계를 맺고 신뢰를 쌓아가는 방법이다.

■ Interviewer 한 마디

“성공한 마케터가 되는 공식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저도 제가 B2B 마케터가 되리라고 학창시절까지만 해도 생각하지 못했고 이렇게 오랜 시간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있으리라고도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

최명아 CMO는 “지금까지 B2B 마케터로서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던 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가졌기 때문”이라며 “이 일이 어떻게 자랑스러운 일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보면 어떻게 더 다르게,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어떻게 회사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까로 이어져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의 네임밸류도, 직책과 직급도, 스스로 나의 일을 자랑스럽게 해 줄 수는 없다”며 “자신의 고민이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목격하며 작은 일이라도 자부심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최 CMO의 조언처럼, 자신의 일이 자랑스러워질 수 있도록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은 매우 값진 일이다.장경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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