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삼성 턱밑까지 쫓아왔다"…한국 파운드리 '초비상' [강경주의 IT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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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의 IT카페] 55회
미국의 中반도체 제재 역효과?
중국 파운드리 기업 합산 점유율 첫 10% 돌파
삼성, TSMC와 격차 더 벌어져…매출 나홀로 감소
중국, 대규모 설비 투자로 생산 능력 확대
27일부터 열리는 삼성 DS 글로벌 전략회의 주목
"미국 제재가 중국 기술 발전 아예 막지는 못해"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SMIC가 첨단 공정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SMIC 트위터 캡처]](https://img.hankyung.com/photo/202206/01.30427586.1.jpg)
중국 파운드리 굴기(崛起·우뚝 섬) 심상찮다
25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중국 파운드리 기업 SMIC와 화훙그룹, 넥스칩은 올 1분기에 총 33억2900만달러(한화 약 4조321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들 3개 기업은 중국을 대표하는 파운드리로, 시장 점유율 합이 10.2%를 기록했다. 전 분기 9.3%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처음으로 10%대 점유율을 넘어서면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지난해 4분기와 견줘 SMIC는 0.4%, 화훙그룹은 0.3%, 넥스칩은 0.2%씩 각각 점유율이 상승했다.특히 넥스칩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대형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을 주력으로 하는 이 업체는 지난해 4분기 한국의 DB하이텍을 끌어내리고 매출 상위 10위권에 진입하더니 올 1분기에는 인텔이 인수한 타워마저 추월, 9위에 올랐다.![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SMIC 공장 내부 [사진=SMIC]](https://img.hankyung.com/photo/202206/01.30427584.1.jpg)
반면 TSMC의 올 1분기 매출은 175억2900만달러(약 22조7000억원)로 전 분기 대비 11.3% 급증했고 시장 점유율도 52.1%에서 53.6%로 더 상승했다. 웨이퍼 인상과 고성능 컴퓨팅에 대한 강한 수요, 환율 효과가 더해진 결과다. TSMC와 삼성전자에 이은 3위는 대만 파운드리 기업 UMC로 점유율 6.9%를 가져갔다. 삼성전자가 쫓아가야 하는 TSMC는 격차를 더 벌렸고 중국 파운드리에는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중국 파운드리 약진 요인으로는 대규모 설비 투자에 따른 생산 능력 확대가 꼽히고 있다. SMIC는 지난해 4분기 약 2조6000억원 규모 설비 투자를 단행했다. 이는 전 분기 대비 97% 증가한 규모다. 화훙그룹도 지난해 4분기에만 전 분기 대비 51% 증가한 투자를 진행했다. 넥스칩 역시 올해 N2 공장을 구축, 생산 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이미지센서와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 생산 제품도 다각화해 시장 변화 등의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미국 제재가 중국 반도체 굴기 가속화시켜"
대규모 설비 투자보다 중국의 파운드리 성장 배경으로 더 설득력 있게 언급되는 요인이 있다. 미국의 고강도 제재가 도리어 중국의 '반도체 굴기' 속도를 가속화시켰다는 얘기다. 미국의 견제에 맞서 중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육성에 주력하면서 오히려 성장이 빨라졌다는 분석이 힘을 받는 분위기다. 블룸버그는 최근 "미국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중국 최대 파운드리인 SMIC 등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각종 제재를 가했지만 오히려 중국이 자국 반도체 기업을 더 빨리 키우는 원동력이 돼 성장세를 부추겼다"고 꼬집었다.글로벌 리서치회사 '모닝스타'의 펠릭스 리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최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른 봉쇄 조치로 중국 내부에서 반도체를 자급자족하는 움직임이 커졌다"며 "봉쇄 기간 중 해외에서 반도체를 수입했던 중국 고객사들이 대체재를 자국 내에서 조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반도체 제조사의 입지는 계속 넓어질 것"이라면서 "앞으로 몇 년 동안 자동차, 가전제품 등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업종을 상대로 한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중국 파운드리의 지속적 성장을 점쳤다.
GAA 공정으로 만든 3나노, 파운드리 역전 홈런 날릴까
여러 위기 상황에 봉착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초격차를 위해 3나노미터(㎚=10억분의1m) 반도체 공정 양산 카드를 꺼냈다. 3나노 반도체 양산은 세계 최초로, 삼성전자는 다음 주 이를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전자는 차세대 GAA(Gate-All-Around) 기반 3나노 반도체를 경쟁사인 대만 TSMC보다 앞선 올 상반기 중 양산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최근 11박12일의 유럽 출장을 다녀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귀국길에서 "아무리 생각해 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며 기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부회장의 출장 직후 삼성은 그룹 전자계열사들이 한데 모여 지난 20일 긴급 사장단회의를 했다. 최고경영진 등 25명이 참석해 8시간 동안 장시간 진행된 이 회의에서는 차세대 기술 개발을 통한 '기술 리더십' 확보가 중점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