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서 못 봤어요"…화물차, 승용차 추돌 후에도 20초 질주 [아차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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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변경한 화물차, 바로 앞 승용차 추돌마치 축구선수가 공을 몰고 나가듯, 화물차가 승용차를 '드리블'하는 아찔한 장면이 공개됐다. 사각지대 영역이 승용차보다 크고 넓은 화물차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영상이다.
추돌 사실 인지 못 한 채 20초간 질주
피해자 "축구공 드리블하듯 밀렸다"
최근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한문철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는 '화물차주는 웃으며 높아서 못 봤다고 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영상 제보자 A 씨가 공개한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그는 지난 18일 오후 1시께 경기도 군포시의 한 도로 2차로에서 주행하던 중 1차로에서 2차로로 차로를 변경하던 화물차로부터 추돌 사고를 당했다.그러나 화물차 운전자는 A 씨의 차량과 부딪쳤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듯, A 씨의 차를 밀면서 약 20초간 주행을 계속했다. A 씨는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화물차에 축구공 드리블하듯이 밀려서 주행했다"고 설명했다.이후 갓길에 차를 대고 내린 화물차 운전자는 헛웃음을 보이며 "(차고가) 높아서 못 봤다. 진짜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일이 처음이라며 미안하다"고 재차 사과했다.
A 씨는 "하늘이 도운 덕인지 다행히 큰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다"며 "모든 화물차 운전자가 경각심을 갖고 운전해줬으면 하는 마음에 제보했다"고 밝혔다.
한문철 변호사는 "화물차가 차로를 변경할 때, 처음에 (옆 차를) 못 봤으면 계속 못 본다. 핸들을 꺾기 전에 고개를 돌려서 거울을 봤어야 했다"며 "어떤 분들은 '화물차 운전자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냐'고 말하기도 하는데, 화물차는 정말 모른다"고 말했다.이어 "A 씨와 같은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에는 브레이크를 잡는 게 아니라 액셀을 밟아 자신을 화물차 운전자에게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요즘 경윳값이 너무 많이 올라 화물차 운전자분들 많이 힘드시겠지만, 가족을 위해 그렇게 고생하다가 자칫 잘못하면 한순간에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화물차는 특성상 차고가 높아 일반 승용차에 비해 보다 먼 거리까지 운전자 시야 확보가 가능하다. 하지만 높은 차고만큼, 차량 지근거리에 있는 사물에 대한 시야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운전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2월 부산 광안대교에서도 화물차가 바로 옆 차로를 달리던 승용차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차로를 변경해 전복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을 통해 공개된 사고 영상을 보면 3차로를 달리던 화물차가 바로 옆 차로에서 흰색 승용차가 주행 중인데도, 좌측 방향 지시등을 킨 뒤 그대로 2차로로 밀고 들어온다. 사고 충격으로 그대로 4차로까지 튕겨 나간 승용차는 또 다른 승용차와 부딪쳐 뒤집혔다.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11월 승용차와 화물차의 사각지대 실험을 진행한 결과 화물차의 사각지대 영역이 승용차보다 더 크고 넓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단 관계자는 "화물차가 높은 차체로 인해 사각지대가 작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승용차보다 보이지 않는 영역이 더 크고 넓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물차 운전자의 경우 정차 후 출발하기 전 실외 사각 거울을 확인해 반드시 전방을 세심히 확인한 뒤 출발해야 하고, 전방과 측면을 모두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