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文 "당대표 출마 말라"에…속내 감추고 확답 피한 이재명
입력
수정
지면A6
민주당 의원 워크숍서 격론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대표 경선 출마와 관련해 당내에서 거센 반대 목소리에 직면했다. 의원 워크숍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이 당내 통합과 사법 리스크, 팬덤 정치 과잉 등 여러 이유를 내세우며 이 의원의 출마를 만류하고 나섰다.
홍영표 "불출마땐 나도 안 나서"
野, 내부 분열·팬덤 정치 우려
李 "상처만 남을 수 있어 고민"
‘이재명 불출마’ 요구 줄이은 워크숍
민주당은 24일까지 이틀간 충남 예산의 한 리조트에서 대선 이후 첫 의원 워크숍을 열었다. 여기서 이 의원은 많은 인사에게 직간접적으로 불출마 권유를 받았다. 당내 의원 모임의 보고 세션에서는 초·재선 모임과 당내 공부 모임인 더좋은미래가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분이 바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 의원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전체 토론에서는 이낙연계의 ‘큰형’인 설훈 의원이 “이 의원은 (대표 선거에) 나오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특히 의원 10명씩 조를 갈라 이뤄진 23일 팀별 토론에서는 홍영표 의원이 “이 의원이 대표 선거에 나오면 당내 갈등이 대선 경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라며 “이 의원이 불출마한다면 나도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토론에 참석한 한 의원은 “조에 포함된 대부분의 의원이 (출마를) 말리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이 의원은 이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당 대표가 된들 2년간 총선 지휘하는 것까지가 임기인데, 오히려 개인적으로 상처만 많이 남을 수 있어 여러 가지로 고민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수론 된 ‘이재명 불출마’
이번 워크숍을 통해 이 의원의 당권 도전을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이 다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의원들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논란,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논란 등 다양한 사법 리스크를 가진 이 의원이 대표가 되면 민주당이 여당 견제보다는 ‘대표 방어’에 급급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의원을 중심으로 확산한 ‘개딸 현상’ 등 팬덤 정치로 당과 민심의 거리가 더 멀어질 것이라는 걱정도 존재한다.최근 불출마를 선언한 친문(친문재인) 전해철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이 의원에 대해 ‘이번 전당대회만큼은 한발 뒤로 물러서서 지켜보는 게 맞다’는 게 대체적인 생각”이라고 전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도 라디오에서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 했다.한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지도부도 간접적으로 이 의원을 만류한 것으로 알고있다”며 “최측근 그룹인 7인회에서도 이 의원의 불출마를 권유하는 이들이 절반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재명의 선택은
그럼에도 이 의원은 출마 준비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관측된다. 권리당원 등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어 출마하면 당선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이 의원이 자신과 친분이 있는 의원들에게는 전화를 걸어 ‘나를 좀 도와달라’고 하고, 인연이 없는 의원들에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묻고 있다”며 “일종의 테스트이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신의 세력을 구분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친이재명계 의원들은 이 의원의 당대표 출마가 당권에 대한 욕심보다 정치 혁신 및 민주당의 역량 강화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한다.이날 이 의원은 홍 의원의 불출마 요구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지금 경제가 매우 어려워 국민의 고통이 극심한 상황”이라며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정당으로서 경제위기 극복 방안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대답했다. 사실상 출마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점과, ‘민생 개선’ ‘실력 있는 야당’이라는 자신의 아젠다를 내세우겠다는 의도를 동시에 표현했다는 해석이다.
예산=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