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의 마지막 未개척지…'미들마일'에 뛰어드는 빅테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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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물류 '미들마일' 시장 33兆2010년 전후로 일어난 O2O(Online to Offline) 혁신의 핵심은 ‘융합’과 ‘디지털 전환’이었다. 택시, 부동산, 여행, 렌터카 등 다양한 시장이 이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다줬다. 하지만 아직도 과거와 비슷한 형태로 서비스가 이뤄지는 산업이 있다. 바로 내륙화물 운송을 일컫는 ‘미들마일(middle mile)’ 시장이다.
화주와 운송 차주 매칭이 핵심
티맵·카카오 등 빅테크 중심으로
연결 플랫폼 통합 시도 움직임
美·中은 이미 플랫폼 통합 활발
미들마일은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물류창고나 판매처까지 이동시키는 중간 물류를 말한다. 2020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화물운송 시장 중 순수 미들마일 시장 규모는 약 33조원으로 추산된다.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 미들마일은 철강, 반도체 등 국가 주요 산업에 대한 물류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화물연대 파업의 피해 규모만 1조6000억원에 달할 정도다. 미들마일이 멈추면 경제도 위기에 처한다.미들마일 시장은 크게 화물의 주인인 ‘화주’, 주선 운송사, 화물정보망(콜) 플랫폼, 화물 운송차의 주인인 ‘차주’ 등 네 개의 축으로 구성된다. 통계청 기준 국내 제조업체 수는 약 44만 개, 차주 수는 43만 명에 달한다. 주선 운송사는 업계 추산 1만2000여 개다. 여기에 차주들이 주로 활용하는 콜 플랫폼 기업들도 있다.
핵심은 화주와 차주의 매칭이다. 하지만 이 매칭은 출발지와 목적지 정도의 정보가 담기는 택시 매칭과는 차원이 다르다. 화주마다 업종도 다르고 생산하는 제품도 다르다. 제품 특성에 따라 활용되는 트럭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고 화물 운송 기사의 노하우도 고려 대상이다.
문제는 이런 방대한 정보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흩어져 있다는 점이다. 주선사는 대부분 영세업체다. 2020년 기준으로 자본금 1억원 이하의 업체가 전체의 90%를 차지한다. 고급 물류 정보는 개별업체 장부에 기록돼 있거나, 담당 직원의 노하우 정도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아직 정산도 실시간으로 이뤄지지 않고, 수기 세금 계산서에 의존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미들마일 혁신의 핵심은 빅데이터다.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변화는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주선 사업자와 콜 플랫폼을 하나로 통합하는 시도가 이어졌고, 화물 배차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시스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스타트업과 기존 업체 간 협업도 활발하다. AI 물류 플랫폼 스타트업인 파스토와 콜 플랫폼 업체인 화물맨의 합작법인 설립이 대표적 사례다.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인 ‘빅테크’도 움직이고 있다. 티맵모빌리티는 디지털 주선사 스타트업 YLP를 인수했고, 카카오모빌리티는 주선사 소프트웨어 ‘로지노트’를 사들였다. 티맵과 카카오 모두 택시 중개와 내비게이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들마일 시장 진출은 큰 의미를 지닌다.
이미 미국과 중국에서는 미들마일 시장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선 우버가 2017년 우버프레이트(Uber Freight) 서비스를 출시했다. 중국은 대형 플레이어 두 곳이 합병하면서 미들마일 시장 전체를 통합했다. 2017년 화물 중개 플랫폼인 윈만만(運滿滿)과 훠처방(貨車)의 합병으로 탄생한 만방그룹(滿集團)은 작년 6월 뉴욕증시에 상장했다.두 모빌리티 빅테크를 중심으로 주선사와 프런트 시스템이 인수합병(M&A)된 것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현재 파편화된 미들마일 데이터와 스타트업들이 구축해놓은 신기술 그리고 빅테크의 기술력이 더해진다면 국내 화물 운송은 어떻게 변화할까. 화주의 물류비는 줄고, 차주의 운임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화물차의 공차 시간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어 ‘환경’에도 긍정적이다.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테크 기반의 미들마일 시장을 기대해본다.
김태호 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