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셀가 1000만원' 나이키X톰 삭스 운동화, 우주탐사서 시작됐다

조각가이자 시각예술가 톰 삭스 국내 첫 개인전
아트선재센터-하이브인사이트-타데우스로팍서

NASA의 아폴로 프로그램 비튼 '인독트리네이션'
실사 크기의 우주선과 우주복 등 손으로 제작
"과잉 소비 시대, 우리는 손의 힘을 망각하고 산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탐사선과 발사대, 우주인들의 신발, 샤넬 로고가 박힌 프랑스의 단두대, 라이카 카메라와 에르메스 포장지로 만든 맥도날드 버거.

톰 삭스(56)는 이 모든 걸 두 손으로 만들어내는 작가다. 그것도 1:1의 실물 사이즈로. 재료는 일상의 흔한 것들이다. 알루미늄과 합판, 낡은 철사와 종이, 나사와 진흙, 버려진 폐 건축자재 등이다. 그는 미국적 DIY 문화에 다양한 소재를 재조합하는 ‘브리콜라주’ 기법으로 유명한 현대예술가. 톰 삭스가 나이키와 협업한 운동화 ‘나이키 마스야드2.0’은 25만원이었던 한 켤레가 현재 리셀시장에서 400만원을 호가한다. 첫 번째 만든 운동화는 1000만원을 넘는다. 역대 나이키의 한정판 운동화 중 가격 상위 5위권에 든다. 톰 삭스는 국내에선 ‘패션계 셀럽이 열광하는 작가’로 먼저 알려졌다. 지드래곤과 탑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철학과 이력은 이보다 훨씬 심오하다. 과잉생산, 과잉소비 시대를 살아가는 시대에 죄책감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소비자의 입장을 다룬다. 작은 소품부터 사람 키를 훨씬 넘는 대형 작품까지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손으로 직접 만든다.

그는 “기계가 모든 대체한 시대, 우리는 인간의 손끝과 지문이 가진 힘을 망각하며 살고 있다”고 말한다.

나는 조각가…“백남준이 영감의 원천”

26일 서울 종로구 아트센터에서 열린 아티스트 토크에서 만난 톰 삭스는 “나는 백남준과 마르셀 뒤샹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창작은 누구나 할 수 있고, 일상 모든 게 예술이 됐다는 걸 그들로부터 배웠다”고 했다.

그는 백남준의 ‘TV부처(1974)’를 오마주한 ‘TV요다’를 만들어 전시장 한 구역을 꾸미기도 했다.
삭스의 창작 영역은 방대하다. 시각예술가, 영상감독, 조각가 등 다양한 수식어로 불린다. 그는 스스로를 ‘조각가’라고 말한다. 삭스는 “조각은 나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했다. 어릴 때부터 그는 ‘갖고 싶은데 가질 수 없는 것들’을 손으로 만들었다. 아버지가 비싸서 사지 못한 니콘 카메라, 그가 20대 때 열망했던 몬드리안 그림, 거대한 아파트까지…. 손에 잡히는 모든 것들이 예술의 소재가 됐다. 이후 샤넬 단두대, 맥도날드 키오스크, NASA의 로고가 박힌 에르메스 버킨백 등 전 세계 누구나 다 아는 브랜드나 상품을 위트있고 사실적으로 비틀어 현대미술계를 놀라게 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파리 퐁피두센터와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런던 화이트채플갤러리 등에서 앞다퉈 소장했다. 모든 것이 완벽해야 하는 시대에 그가 오로지 손으로 구현한 작품들은 시대에 대한 저항이자 풍자로도 읽힌다.
“맥도날드는 현대사회 최고의 발명품이자 최악의 발명품입니다. 샤넬 버드와이저 코카콜라 애플 등 세계적 브랜드는 우리의 정체성의 일부가 됐지요. 소비주의의 근간이자, 이 시대의 지배적 종교가 됐습니다.” 삭스의 이번 개인전은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 용산구 타데우스 로팍 서울과 하이브 인사이트 등 세 곳에서 동시에 열린다. 작가의 단독 전시가 미술관, 갤러리, 복합문화공간 등에서 동시에 열리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아트선재센터에서는 ‘NASA-인독트리네이션(8월 7일까지)’이, 타데우스로팍에서는 ‘로켓 팩토리 페인팅(8월 20일까지)’이, 하이브인사이트에선 ‘붐박스 회고전(9월 11일까지)’이 열린다.


NASA 우주복 만들다 탄생한 나이키 운동화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NASA 시리즈는 삭스가 1960년대와 70년대 우주 탐사 계획인 ‘아폴로 프로그램’에 매료돼 시작한 프로젝트로 그의 대표작이다. 2007년 처음 시작된 전시실에선 실물 사이즈의 우주복과 탐사선 등을 만날 수 있다.

그는 NASA가 또 다른 세계로 향하는 인간의 꿈과 희망을 자극하는 동시에 일종의 ‘사기극’일 수 있다는 의미로 이 탐험 과정을 과감하게 비튼다.
이 시리즈는 나이키와의 컬래버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극사실적 작품을 만들기 위해 실제 우주비행사의 신발과 장갑을 만드는 과정에서 특수 소재를 나이키에 요청하면서 실제 제품으로 나오게 됐다.

그의 스튜디오엔 멤버들이 지켜야 할 규칙을 담은 ‘텐 불렛’이 있다. 펜과 다이어리를 늘 지니고 있을 것, 지각을 하지 않을 것, 모든 물건을 비슷한 특성의 그룹으로 묶어 평행이나 직각으로 배열할 것, 유튜브 댓글을 보지 말 것 등이다. 몽상가이자 창의성의 아이콘인 그가 말하는 삶의 방식은 단순하다.
“매너리즘에 빠질 땐, 일단 출근합니다. 외롭다고 느껴질 땐,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걸 찾습니다. 내가 나의 친구가 될 때 우리는 결코 외롭지 않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김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