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NATO 회의에 한국 대통령 참석이 갖는 역사적 의미

윤석열 대통령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29~30일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차 어제 출국했다. 한국은 NATO 비회원국이지만 일본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파트너 국가’로 초대받았고 윤 대통령은 3박5일 동안 14건의 빡빡한 외교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막 취임한 윤 대통령으로선 외교 데뷔 무대가 다자간 회의라는 점, 강대국 간 긴장과 갈등이 나날이 고조되고 있는 긴박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그래도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비전을 향해 힘찬 첫걸음을 뗄 수 있는 기회인 만큼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행보를 기대해 본다. 한·미·일 정상회의를 포함해 10여 개국 수반과 회동하는 만큼 특히 북핵 대응 등에서 공조와 공감 확대가 시급하다.

한반도 이슈 못지않게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는 12년 만에 나오는 ‘새 전략개념’이다. NATO는 직면한 안보 상황을 종합 평가하고 정치·군사적 과제를 제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략 10년 주기로 새로운 전략개념을 제시해왔다. 1949년 NATO 설립 후 73년 동안 일곱 번 채택한 전략개념은 그때마다 세계사 물줄기를 뒤바꿨다. 1999년 ‘워싱턴 전략개념’이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유화적 입장을 천명하고, 이듬해 미국 지원 아래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게 대표적이다. 새 전략개념 채택을 예고한 이번 회의 기간을 ‘슈퍼 위크’라 부르며 전 세계가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 이유다.‘마드리드 전략개념’에는 중국을 잠재적 위협으로 명시하고, 러시아를 전략적 파트너에서 전략적 적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NATO 회의 직전에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한 대안으로 ‘글로벌인프라투자 파트너십(PGII)’이 출범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가히 ‘신냉전’ 시대의 본격 개막이라고 할 만하다. 이럴 경우 서방 중심의 자유진영과 중국·러시아 블록 간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지정학상 또는 지경학상의 여러 이유로 한국도 신냉전의 한복판으로 진입 중이다. 중국이 내정 간섭 논란에도 한국의 NATO 회의 참여를 비난하고 나선 데서 잘 드러난다. 중국의 ‘오버’에 미국이 나서서 ‘한국의 권리’라며 방어한 것도 이례적이다. 국제 정세는 급변하고 있고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NATO 회원국들의 지향점이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글로벌 가치동맹’이라는 윤 대통령의 구상과 맞아떨어지는 만큼 외교적 역량을 펼칠 기회와 공간도 안성맞춤이다.

그렇다고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측면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NATO 회원국들의 목표인 ‘집단 방위’는 우리와 무관하다는 점에서 안보 관련 이슈에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NATO 국가들과의 파트너십과 네트워크를 심화하며 능동적으로 국익을 확보해가는 솔로몬의 지혜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