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한테 서류 집어던진 과장…괴롭힘 조사하자 "부장이 먼저 던졌다고요"

한경 CHO Insight
<사례>
“부장님도 매번 저한테 서류를 던지는데, 저만 잘못한 건가요? 아니, 왜 저한테만 이러시냐고요.”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과정에서 B가 위의 말만 반복하자, 조사를 진행중이던 고충처리담당자는 머리가 아파왔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합니다.
현재 회사가 위치한 건물은 대표이사가 건물주여서 여러 층을 통째로 쓰고 있어 공간이 상당히 넉넉한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전체 공간을 독서실처럼 작은 사이즈의 여러 방으로 나누어 직원 1~2인씩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각 방의 문은 위아래가 조금 뚫려있어서 방안에서의 일상적인 대화는 복도에 들리지 않으나, 소리를 지르면 복도까지 울려 퍼집니다.
건물 3층에는 마케팅부, 기획부, 물류부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중 마케팅부가 301~305호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데, 301호에는 신입사원과 5년차 대리인 A, 302호에는 10년차 과장인 B, 303호에는 20년차 부장이 근무하고 있습니다.A, B와 부장은 현재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하고 있는데, 부장은 프로젝트 최종보고서를 1차적으로 A가 B에게 보고하고, 이를 B가 부장에게 2차적으로 보고하도록 하였습니다.
프로젝트 최종보고서 마감 1주일 전 A가 B의 방으로 가서 직접 보고서 초안을 올렸습니다. B는 A가 가져온 보고서를 1~2분간 성의 없이 보더니 A에게 “문제 없는 거지?”라고 묻고는 대답할 시간도 주지 않고 나가보라고 했습니다. A가 나간 후 B는 곧장 부장의 방으로 가서 해당 보고서를 그대로 올렸습니다. 부장은 그 자리에서 보고서를 읽은 후 B에게 “보고서가 왜 이 모양이야!”라고 소리를 지르며 보고서를 던졌습니다. 이에 B는 “죄송합니다. 다시 수정해서 올리겠습니다”라고 한 후 바닥에 떨어진 보고서를 주워서 부장의 방을 나왔습니다.

B는 곧장 씩씩대며 A와 신입사원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B는 신입사원이 보고 있는 앞에서 A에게 “내가 아까 보고서 문제없냐고 물어봤지! 보고서를 왜 이따위로 작성해놨어! 내가 부장님 보기가 죄송스러워! 당장 다시 써와!”라고 소리를 지르며 들고 있던 보고서를 A의 얼굴에 던지고는 복도에 소리가 울릴 정도로 문을 쾅 닫으며 방에서 나갔습니다.
B가 나간 직후 신입사원은 곧바로 A에게 괜찮냐고 물었으며, 건너편 방에 근무하고 있던 기획부 대리 역시 찾아와서 큰소리가 나서 와봤는데 괜찮냐고 물었습니다. A는 괜찮다고 말했으나 후배를 포함한 다수 앞에서 모욕을 당했다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최종보고서가 나가기까지 1주일간 A는 위와 같은 B의 공격적인 행동을 수차례 겪었고 스트레스로 갑작스레 이명이 생겼습니다. B는 너무 괴로운 나머지 ‘A가 다수 앞에서 모욕을 주고 얼굴에 서류를 던지는 등 괴롭힘 행위를 해서 이명이 생겼다’라며 고충처리담당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B는 “A의 이명 현상은 나 때문이 아니라 지병 때문”이라고 진술했습니다. 또한, B는 답답하다는 듯이 “부장님도 매번 저한테 서류를 던지는데, 저만 잘못한 건가요? 아니, 왜 저한테만 이러시냐고요”라도 하며 왜 본인만 문제로 삼는지 되물었습니다.B의 행위를 A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판단>
사례에서의 B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다소 명확해 보입니다. B는 A에 대해 상급자이고, 업무 피드백 과정에서 다수에게 들릴 정도로 고성을 지르고 서류를 던지는 등 모욕적·위협적 행위를 하였기 때문에, 지위상 우위성이 있는 상태에서 업무상 적정범위를 초과한 행위를 하였기 때문입니다.

사건조사 과정에서 B는 자신의 행위와 A의 ‘신체적 고통’ 간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그러나 사실관계에서 A에게 신체적 고통이 발생한 시점이나 목격자가 존재하는 점을 고려하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항변이고, 설령 B의 항변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B의 행위만으로도 ‘근무환경의 악화’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B의 행위는 A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다만 위 사안에서 놓칠 수 없는 부분은, 부장 역시 B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입니다. 엄밀히 말하여 부장이 과장인 B에게 보고서를 던지지 않았다면, B가 그런 행동방식을 학습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책임의 무게는 부장의 잘못된 리더십에 더욱 중하게 부과하여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조사하다 보면 “나만 그런 게 아니다”라고 항변하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개인이 잘못된 선례를 따르고 있다는 사정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조직 차원에서 조직 내에 잘못된 관행이나 폭력적인 언사를 용인하는 문화로 인하여 말 못하는 피해자가 있지는 않은지 조직문화를 점검하고, 필요시에는 타깃을 명확히 한 괴롭힘 예방교육과 리더십 교육 실시를 검토하여야 할 것입니다.

정다예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