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 정년연장형 임피제에도 적용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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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최근 대법원은 이른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사안에서 임금피크제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상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이라는 이유로 무효라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이하 '최근 대법원 판결'). 이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많은 사업장들을 중심으로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이 화두가 되고 있는데, 그 중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사업장들의 경우에도 최근 대법원 판결 사안과 마찬가지로 그 유효성이 부정될 여지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최근 대법원 판결은 임금피크제가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로서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설시하면서 임금피크제의 유효성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다. 다만, 대법원은 위 기준을 설시하면서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라고 판시하였고,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관하여는 침묵하고 있어 과연 동일한 기준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인지 실무상 의견이 분분하였다.이와 관련하여, 최근 대법원 판결 선고 직후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효력에 관하여 판시한 하급심 판결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2. 6. 16.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사업장에 관한 사안에서 임금피크제가 유효하다고 판단하면서 고령자고용법상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이 아니라고 판시(이하 '대상판결')하였다. 대상판결은 최근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에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대해 처음 선고된 판결로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사업장들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대상판결은 최근 대법원 판결이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관하여 설시한 유효성 판단기준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도 참고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최근 대법원 판결의 법리는 이른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한 법리이지만,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하여도 하나의 참고기준이 될 수 있다고 설시하였다. 즉, 최근 대법원 판결이 설시한 판단 기준은 엄밀하게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의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나, 다만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도 그러한 판단 기준을 차용할 수 있으되 그 심사 강도는 완화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해볼 수 있다.
그에 따라 대상판결은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와 달리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는 차별의 합리적 이유가 가급적 넓게 인정될 수 있다는 취지로 설시하였다. 구체적으로 (i) 고령자고용법과 고용보험법상 임금피크제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는 입법자가 법상 정년연장에 따라 사업주의 재정적 부담이 증가할 것은 당연히 예상됨에 따라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나 신규 채용의 감축 등의 반작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둔 것이며 이를 사업주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의무로도 규정하였다고 판시하였다. (ii) 또한 사용자로서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연장에 대응하여 임금피크제 등을 실시함으로써 인건비를 절감할 절박한 필요가 있었으며, 임금피크제 도입에 앞서 해당 사업장에서 명예퇴직제도를 통해 많은 근로자들이 퇴직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임금피크제 실시의 사유가 소멸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하였다. (iii) 정년연장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의 임금총액과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은 결과 수령한 임금총액을 비교하면서 후자가 결과적으로 더 많은 임금을 수령함에 따라 결국 근로자들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적극적인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단정하기는 부족하다고 판시하였다. (iv) 마지막으로 정년연장에 연계하여 임금피크제가 실시된 사안에 있어서는, 정년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고,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라고 보아야 하며, 따라서 업무량이나 업무강도 등에 관한 명시적인 저감조치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도 판시하였다.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가 차별의 합리적이 이유가 있는 조치로서 유효하다고 결론내렸다.이러한 대상판결의 판시에 따른다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관하여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비하여 폭 넓게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상판결에서는 해당 사업장에만 특유한 사정(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직원에 대해서도 성과보상금을 지급하거나, 정년퇴직 후 재고용제도도 마련하는 등)도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논거 중 하나로 함께 고려되었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판시내용의 경우 다른 사업장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사례에서도 동일·유사하게 적용할 여지가 높은 사정들이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물론 대상판결의 상급심에서 내려질 판결들을 비롯하여 향후 다른 사건들의 판결례 및 종국적으로는 대법원의 명시적인 판시를 좀 더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노사현장에서 혼선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상판결의 선고는 상당히 의미가 있다.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와 달리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경우 대상판결이 설시한 바와 같이 정년연장이라는 혜택과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고, 이와 연계하여 볼 때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넓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각 기업들로서는 실무 운영에 있어 대상판결의 판시내용을 참고할 필요가 있고, 향후 위 쟁점에 관한 법원의 판결례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구교웅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