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해야 할 야근"…노동부, '야근송' 올렸다가 삭제

고용노동부, SNS에 '야근송' 올렸다 삭제
"어차피 해야 할 야근이라면 미뤄봤자"
게시 한 시간도 안 돼 '삭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 사진=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주52시간제를 비롯한 현행 근로 시간 개편 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노동부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일명 '야근송'을 소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삭제했다.

노동부는 28일 SNS에 '칼퇴를 잊은 사람들에게 야근송'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근로자가 야근을 해야 할 때 들으면 좋은 곡들을 꼽아 추천하는 내용이다. 노동부는 "어차피 해야 할 야근이라면 미뤄봤자 시간만 늦출 뿐! 에너지 부스터 같은 야근송 들으며 얼른얼른 처리하자고요"라고 덧붙였다.

이날 올라온 게시물은 올라온 지 한 시간도 안 돼 비공개 및 삭제 처리됐다. 노동 문제에 대해 신중히 접근해야 할 의무가 있는 노동부가 외려 야근을 독려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노동부 관계자는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삭제 이유에 대해 "불가피하게 야근할 수 있는 상황도 있을 수 있지 않냐"며 "그럴 때 빨리 일을 마무리하고 퇴근을 응원하는 차원에서, 미리 독자들로부터 추천받은 곡을 플레이리스트로 만든 것인데, 의도와 전혀 다른 메시지가 전달돼 삭제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근로 시간 개편 방침과는 아무 연관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근로 시간 개편 방침 발표보다) 앞서 제작했던 게시물이기 때문에 근로 시간 개편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사진=고용노동부 SNS 캡처

사진=고용노동부 SNS 캡처

앞서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시장 개혁추진 방향'을 발표하면서 "주 최대 52시간제의 기본 틀 속에서 운영 방법과 이행 수단을 현실에 맞게 개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 주52시간제가 IT‧SW 분야 등 신산업이나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변모한 기업 현실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낸 이 장관은 '1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근로시간을 노사 합의를 통해 '월 단위'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총량 관리 단위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에 노동계는 "일주일에 92시간 근무하는 게 가능해졌다"며 '노동 개악'이라고 주장했지만, 정부는 "근로 시간 제도 개선은 주52시간제를 훼손하려는 것이 아니라 운영 방법을 현실에 맞게 보완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동부는 "만약 연장근로 총량 관리 단위가 1개월까지 가능하도록 정해진다고 하더라도, 1주 12시간의 연장근로 한도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라며 "예외적으로 노사 간의 합의가 있는 경우에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므로, 월간 연장근로시간의 총량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며, 평균적으로 1주 12시간이 유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