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증여세 인적공제 확대…유산취득세 도입해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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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세재정연구원, '상속·증여세제 개편 방안' 공청회 개최
"상속세 실효세율 8.6% 불과…상속·증여세 낮추면 다른세금 올려야" 반대주장도
정부, 하반기 세법 개정안서 상속·증여세 부담 적정화 방안 발표 하반기 세법 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성인 자녀 1인당 5천만원까지인 상속·증여세 인적공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개인이 상속받은 재산만큼 세금을 매기는 유산취득세를 도입하고, 기업의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반면 상속·증여세 완화가 소득세와 같은 다른 세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 상속·증여세율 22년간 유지…국세 대비 비중 10년새 1.7%→3.7%
권성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8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상속·증여세제 개편 방안 공청회'에서 "과세 대상을 고액 자산가로 한정하고 부의 이전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상속·증여세 공제금액 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 연구위원은 "상속·증여세의 세율 체계와 공제제도는 2000년 이후로 크게 변하지 않았으나, 과세 대상이 증가하고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세금 부담은 늘었다"고 설명했다.
조세연에 따르면 상속·증여세율(10∼50%)과 과세표준(5단계) 구간은 지난 2000년 개편된 이래 22년간 유지되고 있다.
상속세 공제제도의 경우 기초공제·배우자공제·일괄공제는 1997년부터 동일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자녀공제는 2016년에야 5천만원(성인 기준. 미성년자는 1천만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증여세 역시 2014년 성인 자녀공제 금액이 5천만원으로 상향된 후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상속·증여인이 성인 자녀에게 5천만원이 넘는 재산을 물려줄 때는 세금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그사이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과세 대상이 늘어나면서 국세 대비 상속·증여세 비중은 2010년 1.7%에서 2020년 3.7%로 10년 새 2.0%포인트 높아졌다. 권 연구위원은 "상속세 공제금액을 오랜 기간 유지한다는 건 과세 대상인 '고액 자산가'의 범위가 그만큼 넓어진다는 의미"라며 "매년 물가상승률에 연동해 공제금액을 조정하거나, 일정한 간격을 두고 꾸준히 공제금액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성훈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도 "실질 과세 관점에서 (상속·증여세제) 물가연동제 도입을 논의할 시점이 됐다"며 "특히 증여세는 상속세보다 불리하게 설계된 측면이 있는 만큼, 증여 공제를 좀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검토해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나 일본처럼 증여세 연간 기초공제(미국 연 1만6천달러·일본 연 110만엔)를 도입하는 방안도 함께 거론됐다. ◇ '유산취득세 도입' 주장도 나와…정부 "필요하지만 시기는 고민"
이날 공청회에서는 상속세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유산취득세는 현행 유산세(피상속인의 전체 유산에 대해 과세) 방식과 달리 상속인 각자가 받은 재산에 대해 과세하는 방식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증여세에 대해서는 유산취득세 방식을 적용하지만, 상속세는 유산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김완일 세무법인 가나 대표 세무사는 "부동산·금융 실명제가 시행되며 과세 환경이 조성됐고, 다양한 통제 기능이 마련돼 있어 충분히 유산취득세를 도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승문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이중과세 논란을 완화하고 부의 분산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상속세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유산취득세 도입 필요성은 인정했으나, 도입 시점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재면 기획재정부 재산세제과장은 "국제적인 사례나 과세 인프라, 응능부담 원칙(개인의 납세 능력에 맞게 과세) 등을 고려할 때 유산취득세 전환은 굉장히 필요한 방향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시기의 문제라든지 방법론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와 준비가 필요하며, 유산취득세로 전환할 때는 전반적인 세율 체계와 공제제도도 유기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가업상속공제의 업종 유지 요건을 완화하고, 기업의 상속세 부담을 덜기 위해 연부연납(분할 납부)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 상속·증여세 완화 반대 의견도…"다른 세금 인상 불가피"
반면 상속·증여세 완화에 반대하는 의견도 나왔다.
최승문 건국대 교수는 "총 상속 재산 가액 대비 결정세액으로 산출한 상속세 실효세율은 2020년 8.6%에 그치며, 전체 피상속인 35만명 중 실제 과세 대상은 1만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윤지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하고 사회 전체적인 세금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상속·증여세 부담을 낮추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신승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은 "세금이란 건 누군가는 더 내야 하는 것인데, 복지 수준을 올리고 재정준칙을 지키면서 상속·증여세나 법인세를 낮추려면 결국 다른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은 "더구나 소득세 기본 공제액은 연 150만원으로 최저 생활비 수준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상속·증여세 공제액만 늘리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상속세 실효세율 8.6% 불과…상속·증여세 낮추면 다른세금 올려야" 반대주장도
정부, 하반기 세법 개정안서 상속·증여세 부담 적정화 방안 발표 하반기 세법 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성인 자녀 1인당 5천만원까지인 상속·증여세 인적공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개인이 상속받은 재산만큼 세금을 매기는 유산취득세를 도입하고, 기업의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반면 상속·증여세 완화가 소득세와 같은 다른 세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 상속·증여세율 22년간 유지…국세 대비 비중 10년새 1.7%→3.7%
권성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8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상속·증여세제 개편 방안 공청회'에서 "과세 대상을 고액 자산가로 한정하고 부의 이전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상속·증여세 공제금액 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 연구위원은 "상속·증여세의 세율 체계와 공제제도는 2000년 이후로 크게 변하지 않았으나, 과세 대상이 증가하고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세금 부담은 늘었다"고 설명했다.
조세연에 따르면 상속·증여세율(10∼50%)과 과세표준(5단계) 구간은 지난 2000년 개편된 이래 22년간 유지되고 있다.
상속세 공제제도의 경우 기초공제·배우자공제·일괄공제는 1997년부터 동일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자녀공제는 2016년에야 5천만원(성인 기준. 미성년자는 1천만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증여세 역시 2014년 성인 자녀공제 금액이 5천만원으로 상향된 후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상속·증여인이 성인 자녀에게 5천만원이 넘는 재산을 물려줄 때는 세금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그사이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과세 대상이 늘어나면서 국세 대비 상속·증여세 비중은 2010년 1.7%에서 2020년 3.7%로 10년 새 2.0%포인트 높아졌다. 권 연구위원은 "상속세 공제금액을 오랜 기간 유지한다는 건 과세 대상인 '고액 자산가'의 범위가 그만큼 넓어진다는 의미"라며 "매년 물가상승률에 연동해 공제금액을 조정하거나, 일정한 간격을 두고 꾸준히 공제금액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성훈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도 "실질 과세 관점에서 (상속·증여세제) 물가연동제 도입을 논의할 시점이 됐다"며 "특히 증여세는 상속세보다 불리하게 설계된 측면이 있는 만큼, 증여 공제를 좀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검토해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나 일본처럼 증여세 연간 기초공제(미국 연 1만6천달러·일본 연 110만엔)를 도입하는 방안도 함께 거론됐다. ◇ '유산취득세 도입' 주장도 나와…정부 "필요하지만 시기는 고민"
이날 공청회에서는 상속세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유산취득세는 현행 유산세(피상속인의 전체 유산에 대해 과세) 방식과 달리 상속인 각자가 받은 재산에 대해 과세하는 방식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증여세에 대해서는 유산취득세 방식을 적용하지만, 상속세는 유산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김완일 세무법인 가나 대표 세무사는 "부동산·금융 실명제가 시행되며 과세 환경이 조성됐고, 다양한 통제 기능이 마련돼 있어 충분히 유산취득세를 도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승문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이중과세 논란을 완화하고 부의 분산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상속세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유산취득세 도입 필요성은 인정했으나, 도입 시점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재면 기획재정부 재산세제과장은 "국제적인 사례나 과세 인프라, 응능부담 원칙(개인의 납세 능력에 맞게 과세) 등을 고려할 때 유산취득세 전환은 굉장히 필요한 방향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시기의 문제라든지 방법론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와 준비가 필요하며, 유산취득세로 전환할 때는 전반적인 세율 체계와 공제제도도 유기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가업상속공제의 업종 유지 요건을 완화하고, 기업의 상속세 부담을 덜기 위해 연부연납(분할 납부)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 상속·증여세 완화 반대 의견도…"다른 세금 인상 불가피"
반면 상속·증여세 완화에 반대하는 의견도 나왔다.
최승문 건국대 교수는 "총 상속 재산 가액 대비 결정세액으로 산출한 상속세 실효세율은 2020년 8.6%에 그치며, 전체 피상속인 35만명 중 실제 과세 대상은 1만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윤지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하고 사회 전체적인 세금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상속·증여세 부담을 낮추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신승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은 "세금이란 건 누군가는 더 내야 하는 것인데, 복지 수준을 올리고 재정준칙을 지키면서 상속·증여세나 법인세를 낮추려면 결국 다른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은 "더구나 소득세 기본 공제액은 연 150만원으로 최저 생활비 수준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상속·증여세 공제액만 늘리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