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4조원 종합식품社' 새출발…사업재편 속도

푸드 품은 롯데제과 내일 첫발

주류사업 구조조정 '성공'지휘
이영구 사장이 합병법인 맡아

출범 후 빙과사업부터 손 볼듯
영업망 통합 등 200억 절감 기대
e커머스·글로벌 네트워크도 강화
연매출 3조7000억원 규모의 롯데제과·롯데푸드 합병법인이 국내 2위 종합식품기업으로 다음달 1일 출범한다. 합병법인의 수장이 될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군HQ장 겸 롯데제과 사장(사진)은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군살 빼기’에 고삐를 죌 것으로 전망된다.

닻 올린 이영구號

29일 식품업계 및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제과·롯데푸드 합병법인은 당분간 ‘롯데제과’ 사명을 쓰게 된다. 롯데 관계자는 “출범 후 한동안 롯데제과 사명을 쓰기로 했다”며 “그룹의 모태였던 제과의 상징성이 있지만, 사업의 확장성을 고려하면 새 사명을 도입할 필요도 있어 충분히 검토한 뒤 변경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다음달부터 롯데푸드는 롯데제과에 흡수합병돼 소멸한다. 신설 롯데제과는 이 사장이 그대로 최고경영자(CEO)를 맡는다. 이 사장이 롯데그룹 내 조직 통합을 이끈 것은 2019년 대표로 선임돼 진행했던 롯데칠성음료의 음료·주류 통합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이 사장은 만성 적자에 시달렸던 주류사업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해 롯데칠성이 음료·주류 사업 통합 2년 차인 지난해 4년 만에 흑자 전환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식품업계에선 이 사장이 롯데제과와 푸드의 중복 사업과 인프라 등을 통합하고, 구매 채널을 일원화하는 작업에 곧장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1순위는 빙과사업 수술

통합법인 출범 후 가장 먼저 재편이 이뤄질 부문은 빙과사업이 될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롯데제과는 ‘월드콘’ ‘설레임’ ‘죠스바’ 등으로 빙과시장의 30.6%를, 롯데푸드는 ‘빠삐코’ ‘돼지바’ ‘빵빠레’ 등으로 14.5%를 점유하고 있다. 양사의 빙과사업 점유율을 합치면 45% 수준으로,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한 빙그레에 약 5%포인트 앞서게 된다.
롯데는 그동안 두 회사가 각각 운영해왔던 빙과사업의 물류·배송 시스템과 영업망을 통합하고 원재료를 함께 구매하면 이른 시간에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81개 브랜드 중 20개 이상을 축소해 경쟁력 있는 제품군 위주로 역량을 집중하는 작업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롯데제과와 푸드 합병으로 빙과부문에서만 200억원의 비용 절감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회사는 또 각각 운영하고 있던 e커머스 조직을 통합해 일원화할 계획이다. 자사 몰을 통합하고 전용 물류센터를 세우면 현재 10% 미만인 온라인 매출 비중을 2025년까지 25% 이상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롯데 내부에선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롯데푸드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롯데제과의 8개 해외 법인을 통해 강화되고, 원재료 통합 구매를 통해 ‘바잉 파워’도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뒤처진 경쟁력 되살려야”

통합법인이 제과, 식품 등 사업 부문별로 업계 1위 자리에 오르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그동안 CJ, 오리온 등 다른 업체보다 혁신에 뒤처지며 시장 장악력이 후퇴해왔기 때문이다.

조직 내부의 조화로운 결합도 숙제다. 롯데칠성음료의 경우에도 음료와 주류 부문이 여전히 문화적 결합이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빠르게 변화해왔던 경쟁사를 따라잡기엔 최근 통합 롯데제과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며 “롯데 내부에서도 두 회사의 완전한 통합이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하는 시각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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