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뒤바꾼 '외국인 생활비 비싼 도시'

통화가치 약세 韓·日 순위 하락
서울 11위→14위…1위는 홍콩

세계 400여 개 도시 중 외국인의 생활비가 가장 많이 필요한 곳은 홍콩으로 조사됐다. 서울은 지난해보다 세 계단 내린 14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머서는 29일 이 같은 2022년 생활비 지수를 발표했다. 주택, 교통, 식품, 의류, 생활용품 등 200여 개 항목을 대상으로 모국이 아닌 곳에 파견된 근로자의 생활비 수준을 측정했다.

외국인이 살기에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도시는 홍콩이었다. 작년(2위)보다 순위가 한 계단 올랐다. 머서 관계자는 CNBC에 “코로나19 규제와 정치적 변동성 증가로 파견 근로자에 대한 보상이 증가하면서 더 많은 비용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2~5위는 취리히, 제네바, 바젤, 베른 등 스위스 도시가 차지했다. 이스라엘의 텔아비브와 미국의 뉴욕은 각각 6위와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 도쿄, 베이징이 각각 8~10위에 올랐다. 중국의 상하이, 선전, 광저우 등 세 곳은 20위권에 포함됐다. 머서 측은 “아시아 도시가 상위권에 포진한 것은 인플레이션과 통화 강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과 일본 도시는 상대적으로 통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면서 전년보다 순위가 하락했다.

순위는 227위까지 발표됐다. 외국인의 생활비가 가장 적게 들어가는 곳은 터키 앙카라로 나타났다. 키르기스스탄의 비슈케크와 타지키스탄의 두샨베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1위였던 투르크메니스탄의 아시가바트는 올해 머서가 발표한 순위에 들지 않았다. 이 도시는 경제 위기로 수년째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머서는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환율 변동, 인플레이션 등 전 세계적 사안이 급여와 저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