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간극 못 좁히고…최저임금, 공익위원 절충안으로 결정

내년 5% 오른 9620원

민주노총 표결 불참…경영계 기권
한국노총은 5명 중 3명 찬성한듯

월급으로 환산하면 201만원
올해보다 9만6000원 가량 늘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노사 합의가 아니라 공익위원이 낸 절충안으로 결정됐다. 막판까지 노동계는 10% 이상, 사용자 측은 2% 미만 인상률을 고수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하자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들은 5%를 타협안으로 제시한 뒤 표결에 들어갔고 그대로 통과됐다. 공익위원 안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경제성장률, 취업률 등을 고려한 수치다. 특히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넘는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29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해 “한계 상태에 도달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인상률”이라고 말했다.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은 “공익위원이 제시한 안은 실질적으로 물가 인상률에도 못 미치는 안”이라고 했다.이번 최저임금 협상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출발부터 진통이 컸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4월 초 1차 전원회의를 시작으로 약 3개월 동안 최저임금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때 언급한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사용자위원들이 업종별 차등 적용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근로자위원들은 반대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처음 이뤄지는 최저임금 결정이다 보니 장외전도 치열했다.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지난 27일부터 최저임금위가 있는 세종시 고용부 청사 앞에 천막을 치고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소상공인연합회도 16일 최저임금 동결을 요구하며 고용부 앞에서 1000여 명 규모의 시위를 벌였다.

이후 협상이 본격화된 28일 6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는 최초 요구안으로 시급 1만890원(올해 대비 18.9% 인상)을, 경영계는 9160원(동결)을 제시했다. 이후 29일 8차 전원회의에서 2차·3차 수정안이 연속으로 제시됐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요구한 최종안(3차 수정안)은 각각 1만80원과 9330원이었다. 노동계는 최저시급 1만원 이상과 두 자릿수 인상률을 고수했고 경영계도 더 이상 물러서지 않으려 했다.이에 공익위원들이 9410~9860원 사이에서 ‘심의촉진 구간’을 제시했다. 노사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는 경우엔 공익위원이 심의촉진 구간을 제시하고 그 구간 안에서 양측에 추가 수정안을 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촉진 구간에 근거가 없다며 4차 수정안 제출을 거부했다. 사용자 측도 4차 수정안을 내지 않았다.

결국 공익위원이 올해보다 5% 인상된 9620원을 최종 타협안으로 제시하고 표결에 들어갔다.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4명은 표결을 거부하며 회의장을 나갔다. 사용자위원 9명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라며 일제히 회의장을 떠났지만 표결 선언 이후 퇴장이 이뤄져 ‘기권’으로 처리됐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 금액을 오는 8월 5일까지 고시해야 한다. 이번에 결정된 최저임금은 고시가 이뤄지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