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전 4년 동거 숨긴 아내…이혼 사유 안 된다니요" [법알못]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 남성이 아내가 결혼 전 동거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이혼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남편 A 씨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저와 교제하기 전 4년간 동거했다는 사실을 알고 배신감이 들었다"면서 "예전 일 가지고 왜 그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연애 경험과 동거는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A 씨에 따르면 그가 고민 끝에 이혼 얘기를 꺼내자 아내 B 씨는 "일부러 숨기려고 한 것은 아니다. 용서해달라"며 이혼을 거부하고 있다.

그는 이혼 전문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해 상담을 진행한 후 "당연히 이 결혼이 사기 결혼이고 아주 수월하게 이혼이 진행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면서 "혼인 전 동거 경험만 가지고는 이혼이 불가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동거 사실을 숨겼고 그 사실이 결혼생활에 일정 이상의 영향을 미친다면 그건 문제가 되는 사실이며 합의이혼이 불가하다면, 이혼소송을 걸 수 있고 승소할 확률이 높다고 했다"고 덧붙였다.A 씨는 "저도 사람인지라 사랑했던 여자가 애원하니 마음이 약해지고 흔들린다"면서 "웬만하면 소송까지는 걸고 싶지 않고 합의이혼으로 끝내고 싶지만 아내가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조만간 소송을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얼마 전 결혼정보회사에서 이혼 남녀를 대상으로 재혼 대상자와 결혼 전 동거가 필요한가에 대한 설문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남성 응답자의 약 70%와 여성 응답자의 약 60%가 결혼 전 동거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했다고 한다. 그 이유로 남성들은 속궁합, 애정을 확인하거나 생활습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여성들은 남자의 생활습성 파악, 잠자리 확인, 결혼 의사를 파악하거나 애정을 확인할 목적으로 동거에 찬성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인식 변화와 달리 A 씨 경우와 같이 동거 여부로 인해 이혼을 결심하는 이들도 있다.그렇다면 결혼 전 타인과의 동거 여부가 이혼 사유가 될까.

법알못(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 자문단 이인철 변호사는 "동거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하고 있다"면서 "결혼할 때 배우자 될 사람에게 사실혼 여부는 반드시 얘기해야 한다. 만약 얘기하지 않으면 혼인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동거와 사실혼의 개념에 대해 "동거는 단순히 남녀가 한집에 같이 사는 것이고 사실혼은 결혼하고 부부처럼 사는데 단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것이다"라며 "그런데 사실혼과 달리 ‘동거’는 애매하다. 동거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고 혼인 취소나 이혼이 된다는 법원의 판결은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결혼 전 6개월 미만의 단기간 동거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다고 바로 혼인 취소 사유나 이혼 사유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동거 사실을 알고 '속았다. 사기 결혼 당했으니까 결혼을 취소해 달라'고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혼인 취소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면서 "학력, 직업, 결혼, 이혼 여부 등을 서류를 위조해 적극적으로 속인 경우에 엄격한 요건에서 혼인 취소를 인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혼인 전 결혼한 사실은 중요한 사실에 해당하므로 상대방에게 고지해야 한다. 결혼식을 올리고 동거한 사실혼도 중요한 사실에 해당하므로 고지해야 할 것이다"라며 "그런데 단순히 동거한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있는지는 애매하다. 단기간 동거한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법적으로 혼인 취소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법원의 판례도 원칙적으로 사실혼은 법률혼에 준하여 보호하지만 단순한 동거는 사실혼과 달리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혼인 취소소송을 제기하기로 하였으면 신속히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속았다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면서 "민법 제823조(사기, 강박으로 인한 혼인 취소 청구권의 소멸)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한 혼인은 사기를 안 날 또는 강박을 면한 날로부터 3월을 지나간 때에는 그 취소를 청구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속아서 결혼한 사람도 물론 괴롭지만 한편 상대방을 사랑하기 때문에 상대방과 결혼하려고 거짓말을 한 사람도 괴로울 것이다"라며 "현재 상황을 솔직하게 ‘나는 지금 이런 점이 부족하지만, 당신을 너무 사랑하고 행복하게 해주겠다’ 이렇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라. 그런데 만약에 상대방이 그것을 알고 당신이 싫다고 하면 상대방은 당신의 인연이 아니므로 미련 없이 보내줘라"라고 조언했다.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