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앞둔 대성하이텍 "日 추격 실탄 마련"

히든 챔피언

스위스턴 자동선반 점유율 4위
원청업체 日 노무라 역으로 인수
日 3사가 장악한 세계시장 도전

이달 코스닥시장 기업공개 추진
"투자금 유치해 생산기지 증설"
최우각 대성하이텍 회장이 공작기계 브랜드 '노무라DS'의 자동선반을 설명하고 있다. 민경진 기자
우주항공, 전기차, 정보기술(IT) 및 반도체 등 다양한 산업에 필요한 정밀기계 부품을 빠르게 가공할 수 있는 스위스턴 자동선반은 세계에서 10개 안팎의 회사만 제작할 정도로 기술 장벽이 높은 정밀 가공 장비다.

이달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대구의 정밀기계 부품 전문업체 대성하이텍은 스위스턴 자동선반 분야 글로벌 점유율 4위 업체다. 1990년대 후반 정밀기계 부품을 일본에 납품하던 회사로 출발해 세계 일류 공작기계 기업들과 어깨를 견주는 국내 대표 소재·부품·장비 기업으로 성장했다.
30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최우각 대성하이텍 회장은 “생산기지를 증설하는 데 쓸 투자금을 모으기 위해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했다”며 “전통의 기술력과 혁신을 융합해 10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는 장수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주력인 스위스턴 자동선반은 오류 발생률이 ‘제로(0)’에 가깝도록 장비 내부의 부품과 조립 정밀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다. 24시간, 365일 무인 운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다. 공작기계 업계에 따르면 1조2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글로벌 스위스턴 자동선반 시장의 약 75%는 일본 업체인 시티즌, 스타, 쓰가미 3개사가 장악하고 있다. 그 뒤를 시장 점유율 5% 수준의 대성하이텍이 뒤쫓고 있다.대성하이텍은 2010년 자동선반사업부를 신설하고 자동선반 브랜드 ‘제로인’을 개발해 국내 대기업에 공급했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이 주도하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는 쉽지 않았다. 신생 브랜드 제품을 쓰려는 해외 업체가 거의 없었던 탓에 일본 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완성품을 납품하는 정도에 그쳤다.

2014년 일본 투자전문업체가 소유했던 공작기계 전문회사 노무라VCT를 인수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75년 전통의 ‘노무라’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제품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게 최 회장의 판단이었다. 2007년 회사에 합류한 최 회장의 장남 최호형 대성하이텍 대표가 인수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국내 정밀 부품 업체가 일본 원청업체를 인수한 최초의 사례이기도 했다.

대성하이텍은 노무라VCT의 사명을 ‘노무라DS’로 바꾸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냈다. 인수 전 7개였던 공작기계 판매국은 지난해 독일, 터키, 브라질 등 25개로 늘었다. 일본 현지 노무라DS와의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매년 2~3개의 신규 기종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 1126억원 중 약 59%는 자동선반 완성품을 통해 거둘 정도로 회사의 주력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대성하이텍은 노무라DS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활용해 컴팩트 머시닝 센터 사업에도 진출했다. 머시닝 센터란 보링·밀링·드릴링머신 등 여러 종류의 가공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복합공작기계다. 스핀들(회전축)이 2개 장착된 투 헤드 컴팩트 머시닝 센터를 업계 최초로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케이스 및 모듈 부품의 생산성을 1.8배 끌어올렸다. 현재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등의 협력 업체에 컴팩트 머시닝 센터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컴팩트 머시닝 센터의 매출 증가율은 연평균 41.4%에 달했다.

대성하이텍은 1995년 정밀기계 부품 가공 업체로 출발했다. 현재 세계 최대 공작기계 회사인 일본 야마자키마작을 비롯해 독일, 미국 영국 등 12개국 57개 글로벌 산업기계 제조사에 8000여 종의 정밀 기계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IPO 준비 작업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7월 18~19일 기관 수요예측을 거쳐 7월 25~26일 일반청약을 진행한다. 공모가 밴드는 7400~9000원이다. 총공모금액은 246억~299억원, 예상 시가총액은 982억~1195억원이다.

대구=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